8이닝 11볼넷, 영점 잃은 이의리

안희수 2023. 4. 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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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제구 난조에 시달리고 있는 이의리. 사진=KIA 타이거즈

2021년 신인왕 이의리(21·KIA 타이거즈)가 심각한 제구 난조에 시달리고 있다.  

이의리는 지난 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두산 베어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3이닝 동안 16타자를 상대하며 볼넷 5개를 내줬다. 제구 난조로 2실점 한 뒤 4회 초 무사 1·2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 경기에서 이의리는 영점이 전혀 잡히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상대적으로 장타력이 부족한 정수빈·이유찬과의 승부에서도 '도망치는 피칭'을 보여줬다.  

3회 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상대한 정수빈에겐 풀카운트에서 던진 바깥쪽(좌타자 기준) 포심 패스트볼(직구)이 스트라이크존(S존)을 크게 벗어나며 볼넷을 내줬다. 후속 이유찬에겐 직구만 5개 던졌는데, 4개가 볼이었다.  

주 무기 슬라이더 구사에도 자신감이 없어 보였다. 수속 허경민과의 승부에서 던진 슬라이더 3개가 모두 낮았다.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구사한 체인지업도 마찬가지였다. 이 상황에서 2루 주자(정수빈)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의리는 3회 이어진 강승호·김재환과의 대결에선 각각 땅볼과 삼진을 잡아내며 실점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4회 선두타자 양의지와 후속 양석환에게 다시 볼넷을 내줬다. 나란히 불리한 볼카운트(3볼-1스트라이크)를 자초한 뒤 풀카운트에서 바깥쪽(우타자 기준)으로 터무니없이 S존을 빠지는 공을 던졌다. 이의리는 후속 송승환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은 뒤 임기영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구원 투수가 장승현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그의 실점은 더 늘었다.  

이의리는 올 시즌 첫 등판이었던 2일 SSG 랜더스전에서도 5이닝 동안 볼넷 6개를 내줬다. 팀 타선이 많은 득점을 지원한 덕분에 승리 투수가 됐지만, 경기 뒤 그는 "투구 내용은 최악"이라고 자평했다. 5이닝을 버틴 SSG전과 달리 두산전에서는 조기강판됐다.  

이의리는 2021시즌 4승 5패 평균자책점 3.61을 기록하며 신인왕에 올랐다. 지난 시즌(2022)은 데뷔 첫 10승(10패)을 거두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지난겨울에는 리그 대표 타자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인 훈련을 소화하며 근·지구력 향상을 노렸다. 스프링캠프를 앞둔 그는 "정교한 제구력을 만들 것"이라는 각오도 전했다.  

이의리는 지난달 출전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자존심을 구겼다. 한국이 4-11로 지고 있던 7회 말 1사 2·3루에서 등판했지만, 볼넷 3개와 폭투를 내주며 주자 2명의 득점을 허용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일본 오타니 쇼헤이에게 풀카운트에서 던진 6구째는 상대가 빈볼이라고 오해할 만큼 몸쪽으로 붙었다.  

이의리는 10승을 거둔 지난 시즌, 안우진(키움)에 이어 국내 투수 탈삼진 2위(161개)에 올랐다. 9이닝당 볼넷(4.32개)은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22명 중 20위였다. 성적이 좋았던 시즌도 제구력은 문제였다. WBC 후유증으로 멘털 문제도 우려된다.  

안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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