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예능’ 관점 달라져…‘문제’ 지적 넘어 ‘행복’ 고민 [미디어와 동물권①]

장수정 2023. 4. 12. 08: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공존’ 고민하는 ‘고독한 훈련사’
유기견 현실 다룬 ‘캐나다 체크인’

문제견들의 행동을 관찰해 그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강형욱 동물훈련사가 지역 곳곳을 누비며 자연을 만끽하고 있다. 그곳에서 다양한 동물들을 만나고 있지만, 강 훈련사의 표정은 사뭇 다르다. 기본도 갖추지 못해 반려견을 문제견으로 만든 보호자에게 화를 내던 무서운 얼굴은 사라지고, 자연과 어우러져 행복한 동물들을 보며 그 또한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tvN 스토리를 통해 방영 중인 ‘고독한 훈련사’는 강 훈련사가 전국을 여행하며 동네의 반려견과 반려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다큐멘터리다. 강 훈련사는 이 프로그램에서 지리산 귀촌 마을, 담양 하성을 찾아 ‘개토피아’(개+유토피아)를 방불케 하는 완벽한 환경에 감탄하는가 하면, 파로호 고립도원에서 개와 사람이 함께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뭉클함을 느끼고 있다. “키우는 게 아니라 같이 사는 것”이라는 의미를 깨닫기도 하고, 도시와 달리 자유롭게 뛰어놀며 마음껏 짖는 개들의 모습에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자연에서 행복하게 일상을 영위하는 반려견과 반려인을 만나며 미소 짓던 강 훈련사는 최재천 교수를 만나 “내가 지금까지 개를 보고 관찰하고 훈련하고 알려드렸던 정보가 어떻게 보면 도시라는 곳에서 살기 위한 교육이었지 진짜 사람과 개가 잘 사는 방법은 아니었을 수 있겠구나라는 것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오은영, 백종원과 함께 ‘대한민국 3대 멘토’라고 불리며 전문성을 인정받던 강 훈련사 또한 이 시점에서 새로운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고독한 훈련사’는 ‘사람의 관점이 아닌, 동물의 관점에서 느끼는 ‘안정’, ‘행복’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면서 기존의 동물 전문 프로그램들과는 다른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다.


지난 2021년 첫 방송을 시작해 20년이 넘게 사랑을 받고 있는 SBS ‘TV동물농장’은 ‘동물 예능’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표 예능이다. 이 프로그램에도 전문가들이 등장해 문제견의 행동을 교정해 주고 조언을 건네기도 하지만, 다양한 동물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으며 반려인은 물론, 일반 시청자들에게도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이후 2015년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가 등장하면서 동물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바꿨다. 반려견 또는 반려견과 함께하는 반려인들의 행동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프로그램. 귀엽고, 또는 특이해 시선을 끄는 동물이 아닌, 문제 행동을 일삼거나 더 나은 양육을 고민하는 반려인들의 문제점을 함께 고민하며 기존의 동물 예능보다 한 발 나아간 모습을 보여줬었다.


현재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던 강 훈련사가 현재 진행 중인 ‘개는 훌륭하다’ 또한 이 프로그램과 비슷한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반려인구의 숫자가 매년 증가하면서 ‘판타지’가 아닌, 다소 불편해도 꼭 알아야 할 ‘현실’을 담는 프로그램들이 생겨난 것이다.


이를 통해 성숙한 반려문화 조성에 힘쓰던 동물 예능이 다시금 새로운 관점을 담아내고 있다. 앞서 언급한 ‘고독한 훈련사’는 물론, 최근 종영한 tvN 예능프로그램 ‘캐나다 체크인’에서는 가수 이효리가 새로운 가족의 품으로 해외 입양을 간 개들을 만나기 위해 캐나다로 떠났었다. 이 과정에서 국내에서는 입양되지 못해 안락사될 위기에 처한 동물들에게 또 다른 기회를 열어주는 ‘유기견 해외이동봉사’에 대해 조명하면서 국내 유기견의 현실을 짚었다.


‘유기견 해외이동봉사’라는 적극적인 실천법을 알린 것도 하나의 성과였다. 여기에 캐나다의 반려문화를 담고, 새 가족들을 만나 다시금 행복을 되찾은 개들과의 뭉클한 재회 과정에서 반려동물을 상실한 보호자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지기도 했다. 단순히 유기견들의 척박한 환경 통해 현실을 상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의 삶까지 담아내면서 더 다양한 메시지를 녹여낸 것이다.


함께 ‘즐기는데’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이 외에 동물들과 함께 여행하는 모습을 담은 ‘개취존중 여행배틀 – 펫키지’가 앞서 시청자들을 만났으며, 난해에는 스타들이 자신의 반려동물을 대놓고 자랑하는 ‘우리집 상전’이 방송됐다. 심각한 고민보다는 함께 일상을 보내는 데 초점을 맞춰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달라지는 현실에 발맞춘 다양한 동물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에게 다채로운 메시지와 재미를 주고 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