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다도 빨간불 켜졌다…고래·바다거북 몸속서 이것 발견

이수민 2023. 4. 12.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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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돌고래 상괭이.


한국 해역에서 생활하는 고래와 바다거북 등 대형해양동물 체내에서 다량의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됨에 따라 한국 해양 생태계에도 빨간 불이 들어왔다는 진단이 나왔다.

12일 국제학술지 해양오염학회지 4월호에 실린 ‘한국에 좌초한 대형해양생물 체내 플라스틱’ 논문에 따르면, 2019~2021년 한국 해변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 대형해양동물 12마리를 해부한 결과 미세플라스틱 1902개가 발견됐다.

미세플라스틱은 길이가 5㎜ 미만인 플라스틱 조각이다. 화장품·치약 등에 들어가는 물질로 인위적으로 생산되거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큰 플라스틱이 분해되면서 발생한다. 매년 바다로 배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490만~1270만mt(미터톤)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해변에서 발견된 대형해양동물 12마리는 상괭이 7마리·참고래 1마리·남방큰돌고래 1마리·돌고래 1마리·붉은바다거북 2마리였으며 모두 소화기관에 미세플라스틱을 갖고 있었다.

발견된 미세플라스틱의 길이는 27.63㎛부터 4596㎛까지 다양했는데 평균 길이는 273.2㎛였고 1g당 3.34개씩 있었다. 재질별로는 폴리프로필렌(PP)이 44%,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가 17%, 폴리에틸렌(PE)이 11%로 가장 많았다.

지난달 12일 오후 전남 여수 돌산 해안가에서 해양보호생물 상괭이 사체 1구가 발견돼 구조당국이 수습을 하고 있다. 사진 해양환경인명구조단 여수구조대=뉴스1


종별로 미세플라스틱이 가장 많이 검출된 동물은 상괭이였다. 단위 무게당 미세플라스틱이 1.67~11.63개였는데 상괭이들은 100m 이하 얕은 해역에서 생활하는 만큼 육지에서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에 더 자주 노출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수염고래인 참고래는 바닷물을 들이킨 뒤 크릴과 동물성 플랑크톤 등 먹이를 입속 여과장치로 걸러내 섭취하는데 이 과정에서 플라스틱을 먹기도 한다. 반면 상괭이와 남방큰돌고래, 돌고래 등 이빨고래는 먹잇감에 쌓인 미세플라스틱을 간접적으로 섭취하는 경우가 많다.

미세플라스틱이 대형해양생물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입증되지 않았지만 연구진은 잔류성유기오염물질(POPs), 중금속 등과 함께 이들이 체내에 축적되면서 피해를 미칠 것이라고 봤다.

한편 상괭이와 참고래, 남방큰돌고래, 돌고래, 붉은바다거북은 모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올라 있는 국제보호종이다.

이수민 기자 lee.sum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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