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먹구름…각종 대책에도 주거불안 여전 [빌라왕 반년①]

배수람 2023. 4. 12.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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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책에도 전세사기 근절 '요원'
올 2월까지 보증사고 5000억 규모
강제경매 신청 세입자도 '급증'
전세사기 피해가 속출하면서 정부가 관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시장에선 아직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지난해 10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수천가구의 빌라를 사들인 뒤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사망한 일명 '빌라왕' 사건이 발생한 지 벌써 반년가량 지났다. 하지만 전세사기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정부가 전세사기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관련 피해 예방 및 임차인 지원을 위한 각종 방안을 속속 마련하고 있지만, 여전히 곳곳에 전세사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무주택 서민의 '주거 사다리' 역할도 옛말, 전세제도 자체에 신뢰를 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빌라왕 사건 이후 달라진 전세시장 분위기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전세사기 피해가 속출하면서 정부가 관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시장에선 아직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1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들어 2월까지 보증사고 금액은 5000억원에 육박한다. 1월 2232억원, 2월 2542억원 등이다. 세입자가 전세계약 해지나 종료 후 1개월 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전세계약 기간 중 경·공매가 이뤄져 배당 후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한 경우 등이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거주 중인 집을 강제경매 신청한 사례도 크게 늘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 집계를 보면 지난달 전국 부동산 강제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1872건으로 한 달 전(826건) 대비 2배가량 늘었다. 지난 1월과 비교해도 26.1% 증가했다.


정부는 전세사기 관련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처벌 수위도 강화하고 있다. 동시에 피해 임차인을 위한 금융·법률·주거 지원 방안도 마련했다.


상습적으로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악성 임대인에 대해선 신상을 공개하고, '안심전세앱'을 통해 임대인과 임차인 간 정보 비대칭성도 해소하겠다고 나섰다. 불가피하게 전셋집을 낙찰받은 임차인에 대해선 청약 시 '생애최초' 혜택도 유지하기로 했다.

'전세사기 피해 주택 공공 매입' 등 직접 구제책 마련 움직임
국토부 "직접 지원 어려워"…추가 법·제도 정비 필요

연이은 정부의 전방위 대책에도 전세사기 우려가 가시지 않자, 국회에선 임차인에 대한 직접적인 구제방안 마련 움직임도 감지된다.


연이은 정부의 전방위 대책에도 전세사기 우려가 가시지 않자, 국회에선 임차인에 대한 직접적인 구제방안 마련 움직임도 감지된다.ⓒ미추홀구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깡통·전세사기 구제법을 대표 발의했다.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이 자력으로 권리 구제가 어려운 경우 캠코 등 채권매입기관을 통해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을 우선 매수해 피해를 신속히 구제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채권매입기관은 매입한 채권을 기초로 해당 주택을 매입한 후 환가하거나 공공임대주택 등으로 활용해 채권 매입 비용을 회수할 수 있도록 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전세사기 방지를 위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임대차계약 종료 후 1개월이 지나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경매 등으로 보증금 반환이 어려운 경우 임차인은 임차권등기 신청을 한 후 공공에 보증금반환채권 매입을 요청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전세사기 피해자에 국한하지 않고 채권의 적정가격은 채권매입가격심의위가 산정하되, 범위는 보증금의 50~100%가 되도록 했다. 최악의 경우라도 보증금 절반은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겠단 취지다.


피해 임차인을 빠르게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지만, 일각에선 세금으로 전세사기범을 도와줄 수 있다며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단 우려도 적지 않다. 정부 여당도 세금을 투입해 개인을 직접 지원하는 데는 신중한 입장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과 개인 간의 계약, 사적 계약을 모두 공공이 통제할 수는 없다"며 "정부가 나서서 시세 등 투명한 정보 공개와 이해관계자들 간의 상호감시, 책임부여 및 엄격한 처벌 등은 가능하지만, 완벽하게 전세사기를 차단하라는 식의 정책입안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 임차인에 대한 주거지원과 피해복구를 제도적으로 지원한다는 건 중요하지만, 대책 시행 후 제도 운영에서 제기되는 내용들은 추가적으로 보완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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