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댈 정당 하나 없다’...국민, 여야 모두에 ‘낙제점’ [쿠키뉴스 여론조사]

황인성 2023. 4. 1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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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여당 역할 못 해’ 71.7%
民, 제1야당 부정 평가 61.4%
홍형식 “국민 외면·지지층만 보는 이기적인 행태”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국민 절반 이상이 여야가 제 역할을 못 한다는 냉혹한 평가를 했다. 국정 운영에 무한 책임이 있는 여당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71.1%에 달했으며, 민주당의 제1야당 역할 부정 평가도 61.4%나 됐다.

쿠키뉴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간 전국 거주 만 18세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여야의 역할 평가’를 물은 결과, 전체 응답자 71.1%가 국민의힘이 여당 역할을 ‘잘 못한다’고 답했다. ‘잘 한다’는 응답은 25.6%에 불과했다. 잘모름 또는 무응답은 3.2%였다.

구체적으로 보면 국힘이 여당 역할을 ‘잘 못한다’ 응답자 중 ‘아주 잘못함’은 55.3%, ‘다소 잘못함’ 15.8%로 집계됐다. ‘잘 한다’ 응답자 중에서는 ‘아주 잘함’ 11.2%, ‘다소 잘함’ 14.4%로 집계됐다.

연령별 분석 결과, 전 연령대에서 국민의힘이 여당 역할을 ‘잘못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40대(79.8%)가 여당 역할에 대해 가장 부정적으로 봤으며, 18세-20대(75.8%), 50대(74.2%), 30대(70.8%) 순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여당에 호의적인 60대 이상도 절반이 넘는 61.9%가 제 역할을 못 한다고 부정적인 시선을 보였다.

지지 정당별 분석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자 53.5%가 여당 역할을 ‘잘 한다’고 답했다. ‘다만 잘 못한다’는 부정 평가도 절반에 약간 못 미친 45.3%에 달해 여당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는 점을 방증했다. 

민주당 지지자 91.5%가 국힘의 여당 역할에 부정 평가했고, 7.1%가 긍정 평가했다. 내년 총선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지는 무당층의 경우는 79.3%가 부정, 14.0%는 긍정 평가했다. 

특이점은 대졸 이상의 학력층에서 여당 역할에 대한 부정 평가가 가장 높았다는 것이다. 학력별 분석에서는 대졸 이상 응답자 75.0%가 여당 역할을 ‘잘 못한다’고 응답했으며, 전문대졸(73.5%), 고졸(65.5%), 중졸 이하(54.1%) 순으로 부정적으로 봤다.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야당 역할 평가 또한 좋지 않았다. 전체 응답자 61.4%가 야당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야당 역할을 ‘잘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35.6%에 그쳤으며, 잘 모름 또는 무응답은 3.0%였다. 여당(국민의힘) 역할 평가보다는 좀 낫지만, 국민 눈높이에는 수준 미달이란 의미로 보인다.

연령대별 분석에서는 평가가 다소 달랐다. 30대는 ‘잘 못한다’는 응답이 71.4%로 민주당의 야당 역할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편이었다. 40대는 오차 범위 내에서 ‘잘 한다(48.7%)’ 응답이 ‘잘 못한다(48.3%)’보다 미세하게 높아 상반된 반응이 두드러졌다.

지역별·정치 성향별 분석에서는 주목되는 지점이 몇 가지 보였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호남권과 진보 지지층에서 야당 역할에 대한 부정 평가가 적지 않게 나왔다는 점이다.

호남권 응답자 56.8%가 민주당의 야당 역할에 긍정 평가했지만, 적지 않은 41.2%가 ‘잘 못한다’고 답했다. 또 자신을 진보 성향이라고 밝힌 응답자 47.3%가 민주당 야당 역할을 부정적으로 봤고, 50.9%가 긍정 평가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여야 역할에 대한 부정 평가가 절반 이상으로 꽤 높다는 사실에 대해 “정치 수요의 실패이자 이기적인 정당 정치 폐단의 발로”라고 분석했다.

홍 소장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각 정당 지지율과 비교해 봤을 때 국민의힘의 여당 역할 평가는 정당 지지율에도 못 미치고, 민주당은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라며 “결국 자기 지지층만을 바라보고 하는 여야 정치의 결과가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정치는 국민을 중심에 두고 해야 한다. 여야 불문하고 정당 지지자에 구속되면서 국민을 저버리는 모습에 국민들이 실망한 것”이라며 “겸손하지 못한 정치권의 이기적 행태이며, 과거에 볼 수 없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유선 전화면접(10.2%), 무선 ARS(89.8%)를 병행해 진행됐다. 응답률은 2.5%,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오차범위 ± 3.1%p다. 표본 추출은 유무선 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 방식이며 통계보정은 2023년 3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 성·연령·지역별 가중값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한길리서치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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