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나타난 시커먼 침입자 정체…유전자 보니 '울릉도 출신'
10여 년 전부터 독도에서는 전에 없던 쥐가 발견되기 시작했다.
2008년부터 독도의 서도에서 흔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2015년부터는 동도에서도 쥐가 발견됐다.
쥐와 같이 섬에 침입한 설치류는 새 알을 먹는 등 섬 생태계에 해로운 영향을 끼칠 수 있어 해외에서는 제거 작업을 벌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독도의 침입종인 쥐는 어디서 왔을까.
대구대 생물교육과 조영석 교수와 김한나·이오선 연구교수 등은 최근 '애니멀스(animals)'라는 국제 저널에 독도 등지의 집쥐를 포획, 유전자를 비교·분석한 결과를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독도의 쥐가 한반도 육지에서 곧바로 건너온 것은 아니고, 가까운 울릉도에서 옮겨온 것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는 내용이다.
6곳의 쥐 16마리 유전체 분석
또 경북 포항시 포항항(여객터미널과 화물터미널), 울진군 후포항,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과 강릉시 강릉항 등 울릉도로 정기 여객선이 운항하는 항구 4곳에서도 포획했다.
연구팀은 모두 16마리 쥐에 대해 유전자를 분석했다.
3가지 제한 효소로 절단한 DNA의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방법(3-RADseq)을 사용하고, 이어 DNA 상의 단일 염기의 다형 현상(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SNP)을 분석했다.
SNPs는 DNA 염기서열에서 한 위치의 염기가 다른 염기로 교체된 현상(변이)을 말한다.
연구팀은 SNPs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집단 간 분화도 (고정지수, FST)를 계산했고, 전체 집단이 유전자에 따라 몇 개의 소집단(클러스터)으로 나누어질 수 있는가도 추정했다.
유전자 분석 결과, 독도에 서식하는 쥐는 국내에서 가장 흔한 집쥐(Rattus norvegicus)로 확인됐다.
부두나 항만에서 흔한 곰쥐(R. Rattus) 또는 동양집쥐(R. tanezumi)가 아닌 집쥐였다.
연구팀은 16개 마리의 DNA를 분석, 모두 4042개의 SNP 위치를 확인했다.
전체 쥐의 DNA 염기서열 가운데 4042곳에서 일어난 변이를 서로 비교한 것이다.
독도·울릉도 쥐 조상은 동일
이 숫자가 클수록 유전적으로 서로 먼 집단을 의미한다. FST가 1이면 서로 다른 종(種)을, 0이면 유전자가 동일한 개체군을 의미한다.
독도의 집쥐는 동해와 0.242로 가장 낮았고, 울릉도와는 0.281로 두 번째로 낮았다.
FST 수치로만 보면 독도 쥐가 동해나 울릉도 쥐와 유전적으로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분석한 쥐 유전자 변이를 특성에 따라 2개 혹은 4개의 그룹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
2개 그룹으로 구분했을 때 독도 집쥐 집단은 울릉도·포항·울진·강릉과 조상을 공유했고, 4개의 그룹으로 구분했을 때 독도 집단은 울릉도 집단과 조상을 공유했다.
연구팀은 "집쥐의 유전적 패턴을 분석한 결과, 독도의 집쥐는 울릉도에서 유입되었을 가능성을 크다"라며 "육지에서 울릉도를 거쳐 독도로 유입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육지에서 독도로 직접 침입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쉽게 제거 가능…검역 강화해야
연구팀은 "독도 쥐의 유전자가 단일해 울릉도에서 독도로 단 한 번 유입된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자주 유입된 것은 아니어서 비교적 쉽게 제거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신 "종의 침입을 줄이기 위해서는 모든 선박에 대한 철저한 검역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를 주도한 조영석 교수는 "입도 허가 문제로 독도의 서도에 있는 쥐는 조사하지 못했다"며 "동도와 서도의 쥐 유전자가 일치하는지 추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독도에서는 지난 1973년 경찰에서 식량 보급용으로 집토끼 40마리를 풀어놓는 바람에 230마리까지 숫자가 늘어나기도 했다. 1988년 울릉군에서 토끼 퇴치 사업을 시작, 1992년 완전히 퇴치한 바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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