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풍에 ‘위태위태’ 최정우 포스코 회장, 이번 임기 완주할까
포스코, 비상경영체제 돌입 가운데 약 100억 규모 ‘스톡 그랜트’ 시행
1000원도 아끼자던 최정우 회장에 포스코 노조·원로 비난 나서
옆집 ‘KT사태’로 위태로운 나날을 보내던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다시 또 안팎에서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포스코그룹이 비상경영체제를 이어가는 가운데 18년 만에 임원 자사주 인센티브를 도입하자 비판 여론이 거세진 것이다. 가뜩이나 좌불안석 상태에서 여러 논란에 휩싸인 최 회장이 이번 임기는 무사히 완주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노조와 창립 원로들은 최근 ‘스톡 그랜트(Stock Gran)’의 일환으로 자사주를 무상 지급 받은 최 회장과 포스코홀딩스 임원을 비난하고 나섰다. 태풍 힌남노 수해 피해와 함께 글로벌 경기침체로 그룹이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황에서 경영진들만 ‘돈잔치’를 벌였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6년 그룹 내에서 폐지된 스톡 그랜트는 임직원의 ‘책임경영’을 유도한다는 목적으로 최근 부활했다. 주로 스타트업이나 IT기업에서 활용되던 것으로,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종종 활용됐다. 최 회장은 6억6682억원 규모 자사주 1812주를 받았으며, 김학동 부회장은 2억7784억원 규모 755주를 받았다. 일정 시간 이후 행사가 가능한 스톡옵션과 달리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으나, 포스코그룹은 해당 임원이 퇴직 후 1년까지는 이번에 받은 자사주를 의무 보유토록 했다.
황경로 2대 회장을 비롯한 포스코 창립 원로들은 특별성명서를 내고 최 회장이 '국민 기업'이라는 포스코의 가치를 훼손했다며 “태풍 힌남노 수해 극복에 구슬땀 흘리는 직원들을 향해 비상시기이니 장갑 한 켤레, 단돈 1000원도 아끼자고 다그쳤던 최정우, 김학동 등 경영진이 전년 대비 영업이익 반토막에도 불구하고 직원들 모르게 자사주를 수 억원씩 나눠 가졌다”고 꼬집었다.
포스코 노조 또한 같은 취지의 지적을 제기하며 경영진 사퇴를 촉구했다. 근로자에게는 회사가 어렵단 이유로 비상경영체제로 희생을 강요하면서, 임원들만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것이 비합리적이란 주장이다.
앞서 지난 1월 김학동 부회장은 비상경영TF를 꾸리고 올해 비상경영체제를 강화했다. 당시 김 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삼성전자의 사무용품 절감과 SK하이닉스의 설비투자계획 감축 사례 등을 언급하면서 경영 환경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김 부회장은 “1000원의 비용이라도 절감하는 방안을 찾아내고,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하자”며 “회사가 무엇을 해주길 바라는 것보다 내가 회사를 위해서 무얼 했는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가뜩이나 포스코와 같이 국영기업에서 민영화된 KT가 외풍에 의해 CEO 공백 사태를 맞으면서, 최 회장에 대해서도 위기설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번 ‘스톡그랜트’ 사태는 외풍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정권 교체기마다 포스코의 CEO 교체가 이뤄졌던 흑역사가 최 회장 대해서는 멈출 것이란 기대도 흔들리게 됐다. 재작년 무사히 연임에 성공한 최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4년 3월까지다.
이번 논란은 쉽게 불식시키긴 어려울 전망이다. 제조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제도일뿐더러, 지난해에도 최 회장은 역대급 성과급을 받은 상태기에 비난 여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19억원에 가까운 성과급을 받았다.
포스코 원로와 노조의 주장 대로 변명의 여지도 없어 보인다. 현재 포스코홀딩스의 경영환경이 그렇게 좋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로 전사 차원의 비상경영을 선언했으며, 같은 해 9월에는 태풍 힌남노로 인한 포항제철소 침수로 포스코의 4분기 영업이익이 반토막났다.
철강 업황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올해 1분기 성적도 좋지 못할 것으로 예고됐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철강사업 부진으로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전년 대비 72.6% 감소한 6301억원으로 집계됐다.
포항제철소가 완전 복구됐단 명목 하에 임원들에게 보상이 내려졌단 명분도 있지만, 기업 경영 환경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지급됐기에 ‘ESG경영’에 반한 행보라는 비판도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일반적으로 기업 내에서 사기 증진이라던지, 동기부여를 위해 여러 제도를 도입할 수 있지만 기업 분위기가 좋지 못한 상황에서 이뤄진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성과급과 같은 인센티브는 기업의 성과와 연계돼야한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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