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훌륭해" 해놓고 안 간다…낙인찍힌 '코로나 병원'의 눈물
지난 9일 서울 광진구 혜민병원은 곳곳이 공사판이었다. 병원은 2021년 말부터 1년 넘게 코로나19 환자만 받다가 올해 초부터 일반 환자를 다시 받기 시작했다. 코로나 환자들이 쓰던 투석실 등을 일반 환자 용으로 바꾸고 있는데 공사에 두 달은 걸릴 거로 보고 있다. 김병관 혜민병원장은 “최대한 밝은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병원 외벽을 완전히 바꾸지 않는 이상 코로나 병원이라는 이미지가 가시지 않을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상 회복 못하는 코로나19 전담병원들
봄과 함께 사회 곳곳에서 코로나19에서 벗어나 일상 회복을 하는 분위기이지만, 혜민병원처럼 코로나19 환자들에게 병상을 통째로 내줬던 병원들은 애를 먹고 있다. 수도권 중증 병상 가동률이 90%에 이르던 때 자발적으로 전체 병상을 비운 병원은 모두 16곳인데, 정부는 이들을 ‘거점전담병원’으로 운영해왔다. 지난 1월 전담병원 지정이 모두 해제됐지만, 다시 일반 환자들을 확보하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영진 용인강남병원장은 “현재 299 베드 중 70 베드가 차 있다. 그 전에는 80%는 찼다”고 했다. 3주 전부터 일반 병상을 운영한 대전 A병원은 340 병상을 운영하지만, 지금 입원해 있는 환자는 12명이다. A병원장은 “원래 450 병상을 운영해 420병까지 입원하던 병원이다. 요즘 잠이 안 온다”고 말했다.
16곳 병원 중 기자와 통화한 10곳 병원의 병원장들은 ‘코로나 병원’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해졌다고 털어놨다. 김병근 평택 박애병원장은 “평택 시민들은 ‘너네 참 훌륭하다, 잘했다’ 하신다. 그런데 내가 그 병원에 입원한다? 그건 망설인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경기 의정부의 B병원도 “더 이상 코로나 병원이 아닌 일반 병원이라는 걸 홍보하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B 병원장은 “올해 초부터 아파트 광고와 플래 카드를 붙이고 원래 다니던 환자들에게 일주일 간격으로 문자를 보내고 있다”며 “이런 노력들은 정부 도움 없이 다 병원 자력으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회복기 손실 보상 규모 놓고 갈등
코로나19 병원이 되는 과정에서 나간 의사와 간호사 수를 회복하는 것도 숙제다. 인천 C 병원은 “코로나 1년 겪으면서 의사는 15% 정도가 나갔고 간호사는 한 병동이 빠질 만큼 이탈이 있었다”고 했다. 김병근 박애병원장은 “코로나에 불필요한 기능, 예를 들면 재활치료센터 직원 50~70명 되는 분들 다 정리했다”며 “사실상 다시 병원을 시작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A 병원 관계자는 “전담 병원 지정될 때 환자를 한 20일 만에 340명을 퇴원시켰다. 그러다보니 의료진 15명도 다 나갔다. 나는 물리 치료사인데 코로나 환자를 어떻게 보라는 거냐 그런 불만도 많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보건복지부는 ‘회복기 손실 보상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지원 규모를 놓고 거점전담병원 현장에서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복지부는 보상금을 최대 1년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코로나 전담병원이 되기 이전의 매출 만큼을 채워준다는 입장이지만, 병원들은 환자 숫자를 기준으로 계산한 금액 만큼을 보상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가와 의료진 급여 수준 등이 3년 전과는 달라졌는데 3년 전 매출을 100% 채워준다 해도 지금 기준에선 부족하다는 것이다.
손실 보상 기간이 1년인 것에 대해서도 김병근 박애병원장은 “국립중앙의료원도 코로나 전담 병원들이 2019년 진료 실적을 회복하는 데 4.3년이 걸릴 거라고 예측했다”고 반박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병원을 지정하고 이후에 보상할지 정부가 이참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반 영구적으로 운영할 감염병 전담 병상을 마련하는 등의 대안을 계획하고 있다. 전국 1700 병상을 확보해 평소엔 일반 환자들을 받다가 감염병 사태가 터지면 일주일 내에 감염병 전담 병상으로 전환하는 식으로 보상 문제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것이다.
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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