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선량한 자들의 인권

김상기 2023. 4. 12.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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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교도관이 썼다는 '교도소의 실태'라는 글이 얼마 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뜨거운 관심을 불러 모았다.

글쓴이는 죄를 짓고 들어온 범죄자들이 인권이라는 보호막 뒤에 숨어 분에 넘치도록 잘 먹고 잘살고 있다고 적었다.

블라인드에는 '범죄자들에게 인권이 어디 있냐. 인간다워야 권리를 보호받지'라거나 '인권의 인은 사람인(人)인데 내가 잘못 알고 있나'라는 글이 이어졌다.

관련 기사에는 "아니 왜 자꾸 범죄자 인권을 지켜주자고 난리야"라는 댓글이 가장 많은 '좋아요'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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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기 콘텐츠퍼블리싱부장


현직 교도관이 썼다는 ‘교도소의 실태’라는 글이 얼마 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뜨거운 관심을 불러 모았다. 재직 회사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인증 절차를 거치는 등 신분을 철저하게 확인하는 ‘블라인드’에 오른 글이고 교도관이 아니면 좀처럼 알기 어려운 현장감이 잘 담겨 있어 더욱 눈길을 끌었다.

글쓴이는 죄를 짓고 들어온 범죄자들이 인권이라는 보호막 뒤에 숨어 분에 넘치도록 잘 먹고 잘살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교도소가 범죄자의 요양원 혹은 합숙소가 돼가는 현실을 고발하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흔히 교도관 하면 ‘쇼생크 탈출’이나 ‘프리즌 브레이크’에 나오는 악질을 떠올리거나 혹은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매서운 눈빛을 쏘는 것만으로도 수감자를 제압하는 위압적인 존재로 여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블라인드에 공개된 사례를 보면 교도관의 현실은 우리의 상상과는 딴판이다.

평소에도 폭력적인 행동을 일삼는 수용자가 이물질을 먹고 대학병원에 입원했다. 도주를 우려해 교도관들이 발목 보호대와 수갑을 채우려고 하자 수용자가 폭력을 행사했다. 한 교도관이 얼굴에 흉터가 남을 정도로 맞았다. 그런데도 피해 교도관은 교대 인원이 없다는 이유로 새벽까지 수용자와 한 병실에 머무르며 폭언에 시달렸다. 범죄자 인권을 신경 쓰느라 공권력이 무너지고 있다는 한탄이었다. 인터넷에선 비판 의견이 쏟아졌다. 블라인드에는 ‘범죄자들에게 인권이 어디 있냐. 인간다워야 권리를 보호받지’라거나 ‘인권의 인은 사람인(人)인데 내가 잘못 알고 있나’라는 글이 이어졌다.

사실 이전에도 인터넷에선 국가인권위원회가 ‘과잉 인권 보호’를 한다며 종종 논쟁이 벌어졌다. 지난해엔 채식주의 신념을 가진 교도소 수용자에게 채식 식단을 제공하고 반입 가능한 식품 품목을 확대하라는 인권위의 결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를 다룬 기사에는 “그럼 육식주의자에겐 삼시세끼 고기를 제공합니까”라는 댓글이 붙었다. 인권위는 또 ‘희대의 탈옥수’ 신창원을 교도소 CCTV로 감시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당시 교도소는 인권위 권고에 따라 CCTV를 철거했는데, 인터넷에선 반발 여론이 거셌다. 강도살인으로 무기징역형을 살다 탈옥한 뒤 900일이 넘도록 도주 행각을 벌이며 무려 143개의 범죄를 저질렀는데도 CCTV로 감시조차 해선 안 된다니. 관련 기사에는 “아니 왜 자꾸 범죄자 인권을 지켜주자고 난리야”라는 댓글이 가장 많은 ‘좋아요’를 얻었다.

교육부와 국민의힘이 이달 초 학교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징계기록 보존 기간을 최대 10년으로 연장하고 대학 입시에도 반영하는 안을 발표했다.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이 고교 시절 학폭으로 강제전학 조치를 받고도 서울대에 합격해 국민적 분노가 일자 부랴부랴 내놓은 대책이었다. 아직 대책이 최종 확정된 건 아니지만 11년 전 학폭 가해 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하는 건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인권위의 결정은 결국 시대 흐름과 맞지 않았음이 입증된 셈이다.

인권위를 비판하는 여론의 맥락은 한결같다. 민족이나 국가, 인종, 나이, 성별 등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갖게 되는 어쩔 수 없는 차이로 인한 차별을 금지하는 데에는 동의한다. 물론 나쁜 짓을 했다고 모든 재소자의 인권까지 짓밟혀도 된다는 소리는 아니다. 다만 선량한 시민을 기본 전제조건으로 달자는 것이다. 나쁜 짓을 하면 선량한 자들이 당연히 누리는 배려 따윈 받을 수 없게 된다는 원칙쯤은 지켜져야 한다는 뜻이다. 무릎을 탁 치며 100% 공감되는 말인데, 나만 그런지 잘 모르겠다.

김상기 콘텐츠퍼블리싱부장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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