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 “대통령 공약이라서”… 산은 이전 ‘유체이탈’ 공직자들

신재희 2023. 4. 12.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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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산은 노조는 11일 국회에서 산은 부산 이전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산은 노조 관계자는 "실무선에서 (지방 이전에) 반대하겠다고 약속했던 공무원조차 '윗선의 압박이 심하다'며 대통령실과 여권 실세 핑계만 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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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희 경제부 기자


KDB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산은 노조는 11일 국회에서 산은 부산 이전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나 노조가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는 별개로 이전을 위한 절차는 착착 진행되고 있다.

최근 들어 산은 노조는 담당 정부 부처에 대한 실망감을 호소하고 있다. 지방 이전과 관련한 행정 절차 진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던 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 공무원들의 기류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산은 노조 관계자는 “실무선에서 (지방 이전에) 반대하겠다고 약속했던 공무원조차 ‘윗선의 압박이 심하다’며 대통령실과 여권 실세 핑계만 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금융위는 지방 이전기관을 선정하는 주체인데도, 이전의 당위성을 밝히기 보다는 ‘산은이 부산에 가겠다고 하니 우리는 동의만 하겠다’는 식의 태도를 보인다”고 말했다.

산은 부산 이전의 정책적 효과와 관련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지방 균형 발전이라는 대의도 중요하지만, 금융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은 이전과 관련한 정부 부처의 추진 근거는 “대통령의 핵심 공약 사항이었고, 국정과제다”라는 이유로 대부분 설명되고 있다. 이는 설사 산은 이전이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이라고 해도, 정부 부처가 어찌 감히 현 정권에 결사항전의 자세로 반대할 수 있겠느냐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물론 정권에서 역점을 두는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도 정부 부처가 반기를 들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그렇지만 지방이전기관 지정 절차를 담당하는 공무원이라면 최소한 정책의 타당성을 짚어보고,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게 맞다. 그리고 이전 추진의 근거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엄연한 정책 추진 과정의 주체인데도 이를 대통령실 혹은 산은 내 문제로만 돌리는 ‘유체이탈식’ 화법은 올바른 공직자의 태도가 아니다.

신재희 경제부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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