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도 문건 유출 심각하다는데, 위조라고 항변한 대통령실

2023. 4. 12.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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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보기관의 도·감청 의혹에 대한 대통령실의 대응 방식이 이상하다.

대통령실은 10일까지만 해도 '상황 파악 우선'과 '미국과의 협의' 등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대통령실은 "용산 대통령실 이전으로 도·감청이 이뤄졌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거짓 의혹"이라고 밝혔다.

미국 언론의 보도로 드러난 비밀 문건 내용의 진위, 유출 경로, 조작 가능성 등은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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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최종 조율을 위해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정보기관의 도·감청 의혹에 대한 대통령실의 대응 방식이 이상하다. 대통령실은 10일까지만 해도 ‘상황 파악 우선’과 ‘미국과의 협의’ 등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11일 갑자기 비밀 문건 내용 상당수가 위조라고 강조하더니 야당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날 미국으로 출국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공개된 정보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데 대해서 한·미의 평가가 일치한다”고 밝혔다. 어떤 부분이 위조됐다는 것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김 1차장은 “누군가 위조를 한 것이어서 미국에 입장을 전달할 게 없다”고도 했다. 대통령실은 “용산 대통령실 이전으로 도·감청이 이뤄졌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거짓 의혹”이라고 밝혔다.

미국 언론의 보도로 드러난 비밀 문건 내용의 진위, 유출 경로, 조작 가능성 등은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 관리들조차 문건이 일부 조작된 부분은 있지만 미 정보기관에서 작성된 양식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또한 비밀 문건 공개가 미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시인하는 상황이다. 존 커비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이런 종류의 문서가 유출돼 공공 영역에 있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문건에 등장한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의 대화 내용이 실제 있었던 내부 논의와 정확하게 맞아떨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일부 내용이 정확하지 않다는 사실이 도·감청 의혹에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

도·감청 의혹이 정치 공방 소재로 이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 때문에 도·감청이 쉽게 됐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도 아직 근거가 없다. 대통령실 3법을 만들겠다는 것도 정략에 가깝다.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민주당의 비판이 과도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야당을 ‘동맹 관계를 흔들려는 세력’으로 비판하거나 ‘국민의 저항을 받게 될 것’이라고 압박하는 것은 정상적인 대응이 아니다. 미국에 명확한 설명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우리 내부의 정보 보안과 대책을 다시 점검하는 게 올바른 대처다. “대통령실은 철통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니 오히려 믿음이 가지 않는다. 고조되는 안보 위협 속에서 한·미동맹을 굳건히 유지하려는 의도는 이해한다. 그래도 지금과 같은 야당 탓과 납득하기 어려운 일방적 설명으로는 의혹을 둘러싼 오해를 해소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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