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와 동행하며 문화·교육·영성 책임지는 교회 될 것”

박용미 2023. 4. 12.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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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50주년 맞은 용인제일교회 임병선 목사 인터뷰
임병선 용인제일교회 목사가 지난 5일 경기도 용인 교회 본당에서 설립 50주년을 맞은 소감을 설명하고 있다. 용인=신석현 포토그래퍼


경기도 용인제일교회(임병선 목사)가 올해 설립 50주년을 맞았다. 용인제일교회는 예배의 감격이 있는 교회, 복음을 전하는 교회, 다음세대를 키우는 교회, 지역·민족·세계를 품는 교회를 꿈꾸며 지난 반세기 동안 쉼없이 달려왔다. 2019년에는 ‘글로리센터’라는 이름의 새 예배당을 세우고 주민에게 개방하며 지역과 소통하는 교회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 5일 교회에서 만난 임병선(51) 목사는 “한국교회와 사회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교회를 목표로 꾸준히 걸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임 목사와 일문일답.

-교회 설립 50주년을 맞았다. 2012년 부임해 벌써 담임 목회를 한 지 10년이 지났다. 부임 후 어디에 중점을 두고 목회 활동을 이어왔나.

“한국교회가 어렵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데 ‘하던 대로 하니까’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서 제일 쉬운 게 하던 대로 하는 것이다. 교회가 기존 틀에 안주하면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새로운 시도를 하고 대안을 제시하려고 노력했다. 우리 교회가 정답이 될 수는 없겠지만 실패를 하더라도 누군가에게 그 실패가 교훈이 된다면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하나는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교회가 한국사회의 기득권이 되면서 교회가 하나의 섬처럼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교회가 그 지역사회의 교육 문화 영성을 책임질 수 있을까, 주민들과 잘 소통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용인제일교회가 2019년 건축한 새 예배당 ‘글로리센터’ 전경. 용인제일교회 제공


-2019년 교회가 지금의 위치로 이전해 새 예배당을 지었다. 지금은 예배당을 새로 짓는 것만으로도 눈치를 받는 시대다. 어떤 예배당을 지으려고 했나.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교회 예배당을 지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다르게 접근했다. 예배당을 지역주민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건축을 앞두고 하나님께 기도했다.

“하나님, 건축하면 욕먹는 시대에 왜 건축을 하게 하십니까” 했더니 하나님께서는 “네가 한 번 욕 안 먹는 건축을 해보라”고 응답하셨다. 건축할 때 우리는 교회 장로나 집사로 구성된 건축위원회를 만들지 않았다. 건축가와 건축회사 대표, 건축과 교수, 문화 사역자들로 팀을 꾸렸다. 성신여대 건축과 학생들과도 협력해 다음세대가 원하는 예배당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지금 교회가 있는 장소는 용인대와 명지대 사이에 위치해 있고, 용인시청과도 가깝다. 다음세대와 지역을 품기에 안성맞춤이다.”

-교회 안에 풋살장 PC방 방송스튜디오 극장 편의점까지 들어서 있는데.

“우리 교회 부속실은 ‘유치부실’ ‘유년부실’ ‘성가대실’ 같은 이름이 없다. 유치부실은 댄스 연습실로 쓴다. 평일에 인근 대학교 댄스 동아리가 와서 연습하고 주일에는 유치부 학생들이 사용한다. 유년부실은 풋살장이다. 주일에는 잔디 위에 강대상을 놓고 아이들이 예배드린다. 초등부실은 체육관, 청소년부실은 소극장, 성가대실은 방송 스튜디오다.

엄청난 돈을 들여 예배당을 지었는데 그 공간이 주일 대여섯 시간만 잠깐 사용된다면 정말 아깝지 않나. 예배당이 주중 주일 가리지 않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사용되는 게 목표였다. 모태신앙인 내가 절에 들어가면 어색하고 위화감을 느끼는 것처럼 다른 종교인들이 교회에 오면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비신자들이 조금 더 편안하게 교회에 발을 들일 수 있도록 교회답지 않은 교회로 만들어보는 것 또한 좋은 시도라는 생각을 했다.”

성도들이 지난해 12월 31일 교회 송구영신예배에서 찬양하는 모습. 용인제일교회 제공


-처음 목표대로 교회가 지역주민들에게 많이 활용되고 있나.

“사실 교회 건축이 끝나자마자 코로나19가 터졌다. 그래서 그동안 교회가 활용이 많이 되지 못했는데 지난해부터 지역주민들이 공간을 잘 쓰고 있다. 어린이집 체육대회나 모델학원 패션쇼도 열리고 카타르 월드컵 때는 본당에 모여서 응원도 했다.

특히 지난해 어린이날에는 ‘글로리에서 놀자’라는 이름으로 교회를 놀이동산으로 꾸몄다. 부모님과 아이가 함께할 수 있는 게임이나 놀이기구도 설치했고 음식도 많이 제공했다. 그랬더니 인근에서 아이들만 4000명이 교회를 찾아왔다. 어린이날을 즐겁게 보낸 가족들이 우리 교회에 대한 입소문을 내서 교회 이미지도 좋아졌고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자연스럽게 지역주민들을 교회로 끌어들인 것이다.

그 덕에 감사하게도 코로나 직전에 1700여명이었던 성도 수가 지금 3000명으로 늘었다. 올해 어린이날에도 ‘글로리에서 놀자’를 준비 중이다. 엔데믹을 향해 가고 있으니 지난해보다 더 많은 이들이 참여할 것 같다.”

-50주년을 맞아 어떤 행사를 준비하고 있나.

“오는 22일이 우리 교회 50번째 생일이다. 그때 성전 입당예배를 같이 드리려고 한다. 23일에는 서울월드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초청해 음악회를 열 예정이다. 오랜 꿈이었던 CCM 페스티벌도 개최한다. 제이어스 잔치공동체 알바스천 워십플로잉 더워십에이블과 함께 닷새간 찬양과 말씀 축제를 이어간다. 또 4월 한 달을 새생명축제 기간으로 삼고 특별 기도회도 진행하고 있다.”

용인=신석현 포토그래퍼


-탄자니아 아이들을 위한 사역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중·고등학교를 세울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 교회는 이미 탄자니아에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지어줬다. 탄자니아 중산층 가정의 어린이를 위한 학교다.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탄자니아의 지도자가 될 수 있는 다음세대를 키워내서 그들이 나라 전체를 변화시키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작한 사역이다.

처음 유치원에 입학했던 아이들이 자라서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가 되니까 중고등학교를 세워달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왔다. 사실 예배당 건축도 한 상황에서 먼 아프리카에 중고등학교까지 짓는 것에 고민이 많았다. 감사하게도 한 성도분이 마중물로 3억원을 헌금해 주셔서 탄자니아 아이들의 고등교육까지 우리가 책임질 수 있게 됐다. 이번 50주년 행사에도 탄자니아 어린이와 부모를 초청해 한국을 구경시켜 주고 큰 비전을 심어주려고 한다.”

-향후 교회의 비전이 궁금하다.

“한국교회에 희망이 없다고 하지만 나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 교회를 사랑하는 성도들이 있고 교회를 지키려는 목회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교회는 도시를 책임지고 품는 교회가 되기 원한다. 부목사 시절 이슬람권 선교활동을 하던 때였다. 현지 사람 대다수가 친구를 만나는 약속을 잡을 때도 회당 앞에서 만나는 모습을 많이 봤다. 회당이 그 지역의 중심이 되고 삶의 일부가 된 것이다. 우리 교회도 지역 주민들의 영성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을 함께하는 곳이 되고 싶다.”

용인=박용미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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