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없애버리고…" 전원위 2일차, '정치개혁' 주장 봇물
·캐나다에 비례대표 없다는 점 소개
"현행 비례대표제, 전사 양성 수단으
로 전락…맨앞줄서 진영 목소리"
국회 전원위원회에서 선거제 개편 관련 토론 2일차가 진행된 가운데, 간만에 여야와 경향(京鄕)을 가리지 않고 현행 비례대표제를 전면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4일간 100명의 의원이 연단에 서는 백가쟁명(百家爭鳴)의 논의 과정에서, 그간 경시됐던 정치개혁 소신의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는 관측이다.
국민의힘 5선 중진 조경태 의원은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전원위원회의 2일차 토론에서 연단에 올라, 정치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해 비례대표를 폐지해 의원 정수를 줄이자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조 의원은 선진 7개국(G7) 국가 중 과반 이상이 비례대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소개하기도 했다.
조경태 의원은 이날 토론에서 "개혁은 누구나 다 말할 수 있지만 실천하기가 어렵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아픔이 있기 때문"이라며 "'비례대표제 폐지' 정치개혁을 통해 우리 국회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집단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호소했다.
토론 도중 조 의원은 본회의장 화면을 통해 선진 7개국 중 미국·영국·프랑스·캐나다 국회에 비례대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전했다. 아울러 독일과 이탈리아는 정치개혁을 통해 의원 정수를 각각 106석과 345석을 줄였다는 점도 소개했다.
조경태 의원은 "많은 정치인들이 이제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경제강국이 됐다고 하는데, 10대 강국에서 멈춰서는 안되지 않겠느냐"며 "G7 국가로 가려면 비례대표제를 먼저 폐지하고 효율적으로 의회를 운영해 우리 국민에게 희망이 있는 정치, 꿈이 있는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말로만 국민들을 대표한다는 말장난은 이제 끝내야 한다. 국민의 뜻을 저버려서는 안된다"며 "비례대표 47석을 줄이자는 말로만 그칠 게 아니라, 우리 국민의힘에 정식으로 요청해서 내년 총선에서 우리 당의 당론으로 정하도록 강력하게 추진해나가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 의석 방향을 바라보며 "민주당도 진정으로 정치개혁을 원하는 국민들의 뜻을 받든다면, 비례대표제 폐지에 대해 강력하게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조경태 "말로만 국민 대표한다는 말장
난은 끝내야…비례대표 47석 줄이자"
황보승희 "불투명한 비례대표 선정
절차…국민 불신의 원인 되고 있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도 비례대표제 철폐 주장을 거들고 나섰다. 황보 의원은 소멸 위기에 내몰린 비수도권 지방 지역구를 살리려면 지역구 의석을 늘려야 하는데, 의원 정수를 늘릴 수는 없으니 대신 비례대표를 폐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황보 의원은 이날 토론에서 "20대 국회에서 전체 의석의 47.8%를 수도권에서 차지했고, 현행 선거제대로라면 다음 국회는 50%를 넘는다"며 "소멸해가는 인구 15만 이하 지방 소도시를 제대로 대변할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의원 정수에 관해서는 많은 국민들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정수를 늘리는 것은 국민 정서에 반한다"며 "인구 감소 속도를 고려한다면 의원 정수 확대는 더욱 명분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결국 비례대표를 폐지하고 그 의석 47석을 지역구에 더해, 인구 소멸로 철폐 위기에 놓인 지방 소도시의 지역구를 유지하자는 제안이다. 황보 의원은 "비례대표에 대해서는 폐지안을 제안한다"며 "비례대표의 도입 취지는 좋았으나, 현재 실행되는 것을 보면 불투명한 비례대표 선정 절차와 비례대표 의원들의 극단적인 표결 양상 등으로 국민 불신의 원인이 되고 정치양극화와 대립을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여야 당적과 수도권·비수도권 넘어
간만에 3명의 의원 한목소리 나왔다
조응천 "현행 비례대표, 국민 아닌
진영 대표할 뿐…아예 없애버려야"
여기에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비례대표제 폐지 주장에 힘을 보태 눈길을 끌었다. 조 의원은 앞서 비례대표제 폐지를 제안한 조경태·황보승희 의원과는 여야 당적이 다르다. 게다가 조경태·황보승희 의원은 지방 의원인 반면, 조응천 의원은 수도권 의원이다. 여야 당적과 수도권·비수도권의 이해 관계를 넘어서는 비례대표제 폐지 주장이 나온 셈이다.
이날 토론에서 조응천 의원은 비례대표 의원이 보수·진보 양대 진영의 전사(戰士·싸움꾼)를 양성하는 수단으로 변질돼버렸다며, 없애버려야 상대를 무조건 부정하고 반대하는 비토크라시 현상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응천 의원은 "현행 비례대표 제도는 전문가나 정치적 소외 계층의 목소리를 국회에서 반영하겠다는 본래의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며 "오히려 양대 진영의 전사를 양성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개탄했다.
이어 "입후보할 때는 당선권 안에 들기 위해서, 당선된 이후에는 다음 선거에서 지역구 출마를 보장받기 위해서 맨앞줄에서 진영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며 "현행 비례대표제는 국민이 아닌 정당이나 진영을 대표할 뿐이니, 제도의 취지와 달리 운영되는 비례대표를 아예 없애버리고 지역구 의석을 늘려 한 선거구에서 5명 이상을 선출한다면(대선거구제) 각계 전문가나 소외 계층을 대표하는 후보도 대거 선출될 길이 열린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우리 21대 국회는 개원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상대를 부정하고 무조건 반대하는 비토크라시로 점철됐다. 정치가 실종돼버렸다"며 "대한민국 정치가 이 모양 이 꼴로 계속 가서야 되겠느냐. 지금과는 달라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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