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프리즘] 노무현 정신과 세종시의회
세종은 서울과 닮은 점이 있다. 우선 수도(首都)와 연관이 있다. 양 도시는 수도 이전 이슈가 등장할 때마다 바늘과 실처럼 등장한다. 형태도 유사하다. 각각 한강과 금강 등 큰 강을 사이에 두고 남북으로 형성됐다.
그런데 최근 정치 지형과 이에 따른 권력 행태까지 비슷해졌다. 왜 그런지는 세종시의회를 보면 알 수 있다. 세종시의원 20명 가운데 13명은 민주당, 나머지 7명은 국민의힘이다. 반면 세종시장은 국민의힘 소속이다. 국회처럼 여소야대다. 전국 17개 광역단체 가운데 여소야대 의회는 세종시가 유일하다.
이 때문에 세종시 행정은 사실상 민주당이 좌지우지한다. 행정 책임자인 시장은 맥을 못 춘다. 세종시의회는 최근 출자·출연기관 임원추천위원 가운데 시장 몫을 종전 3명에서 2명으로 줄이고 의회 몫을 2명에서 3명으로 늘리는 내용이 담긴 조례를 처리했다. 최민호 시장이 강력히 반대했지만 소용없었다.
시의회가 이 조례를 무리하게 처리한 것은 세종시 문화재단 대표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나왔다. 중앙정치권과 교감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문화재단 대표는 전남 출신 ‘임을 위한 행진곡’ 작곡가로 전임 시장이 임명했다. 시의회는 또 다자녀 가정 입학축하금 지급 관련 조례안은 액수까지 정해 처리, 집행부의 반발을 샀다.
이는 국회 169석인 민주당이 양곡법 개정안을 일방처리한 장면을 생각나게 한다. 양곡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농퓰리즘(농업+포퓰리즘)이란 말까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런가 하면 세종시의회는 지난 1월 본회의에서 상병헌 의장 불신임안 상정 자체를 무산시켰다. 의장은 민주당 소속이다. 상 의장은 지난해 8월 서울 한 음식점 앞에서 같은 당 소속 의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민주당은 국회에서 이재명 대표와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을 잇달아 부결시켰다. 이 대표와 노 의원은 뇌물과 배임 등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당 국회의원 20여 명은 민생법안 처리가 우선이라며 3·1절인 지난달 1일부터 3월 임시국회를 열어 놓고 베트남으로 떠났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직후였다. 세종시의회는 관광 활성화를 목적으로 문화재단을 문화관광재단으로 개편하기 위해 마련한 조례안은 보류했다. 이 조례안은 시장이 발의했다. 이후 민주당 소속 일부 시의원은 말레이시아 등으로 해외연수를 갔다.
이런 행태를 놓고 ‘내로남불’ ‘발목잡기’식 의정활동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민주당의 상징과 같은 세종에서 이런 게 되풀이되자 안타까울 뿐이다. 세종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만들었다. 상생을 지향한 노무현 정신의 유산이다. ‘여의도 정치’를 닮아가는 이런 모습이 노무현 정신을 기억이나 하는지 의문을 품게 한다.
김방현 내셔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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