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문의 휴먼 & 펫] 사람의 교육, 동물의 교육
TV를 보면 반려견의 문제 행동을 교정하는 프로그램이 많다. 주인을 물거나 과하게 짖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이던 동물이 훈련사의 조치에 금세 달라진다. 신기해 보이겠지만 수의학적으로 동물은 교육을 받으면 똑똑해진다. 동물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배우면 무엇이 바른 행동인지 알게 된다. 조기 동물 교육이 활성화한 서구에서는 반려견이 전혀 짖지 않고 입마개도 없이 주인과 지하철을 이용하는 모습이 흔하다.
동물이 부적절한 행동을 보이는 이유는 나쁜 경험이나 습관 탓이다. 그래서 나이가 많은 동물일수록 문제 행동 교정이 어렵다. 인간 사회 적응에 필요한 규칙과 규범을 동물에게 알려주는 ‘사회화 교육’은 3~4개월령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입양할 때부터 하는 게 최선이다. 사람 나이로 치면 4~5세 무렵인데, 어미로부터 떨어져 독립적으로 변하는 시기이자 왕성한 활동성을 보인다. 이때 충분한 경험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많은 사람과 접촉하게 하고 다른 동물이나 다양한 소리, 새로운 장소, 여러 물건과 환경에 노출하자. 노출 범위는 약한 것에서 강한 것으로 단계적으로 높인다.
반려동물도 떼를 쓴다. 이럴 땐 무시하는 게 좋다. 잘못된 행동에 벌을 주기보다는 바람직한 행동에 맛있는 간식으로 보상하면 잘 반응한다. 동물의 식탐을 이용해 교육하는 방법이다. 바른 행동을 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믿음을 갖게 하는 게 성공의 열쇠다. 적정 시기를 놓쳤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인간의 평생교육처럼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얼마든지 바로잡아 줄 수 있다.
반려동물 교육은 사람을 가르치는 것과 비슷하다. 어렸을 때부터 가정과 학교 교육을 통해 인성과 감성, 지성을 갖춰가는 이치와 똑같다. 주인이 지나친 사랑을 보이면 동물은 독단적으로 행동한다. 반대로 강압적인 체벌을 가해도 역효과가 난다. 아이를 키울 때처럼 동물과의 반려에서도 핵심은 균형이다.
서강문 서울대 수의대 교수·전 서울대 동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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