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 50년 만의 외출
현존하는 금속활자 인쇄본 가운데 가장 오래된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이하 직지)이 반세기 만에 수장고 밖으로 나왔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프랑스 국립도서관(BnF)은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전시회 개막을 하루 앞두고 11일(현지시간) 언론 초청 행사를 열었다. 전시는 인류 역사에 혁명을 일으킨 인쇄술의 역사를 되짚어보기 위해 기획됐다. 직지가 일반 관람객에게 실물을 드러낸 것은 1973년 같은 도서관에서 열린 ‘동양의 보물’ 전시 이후 처음이다.
직지는 도서관 1층 전시장 초입에 초반 부분을 펼쳐 놓은 상태로 공개됐다. 직지의 정확한 명칭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이다. 백운 경한(1298~1374) 스님이 역대 여러 부처와 고승의 대화, 편지 등에서 중요한 내용을 뽑아 편찬한 책으로 고려 우왕 3년(1377)에 충북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간행됐다.
“직지, 구텐베르크 성경보다 78년 빨라” 프랑스도 인정
세계 인쇄사에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는 구텐베르크 성경(1455년)보다 78년 앞선 인쇄본이다. 직지는 상·하 2권으로 간행된 것으로 추정되나 현재 상권은 전하지 않고 하권만 프랑스에 남아 있다.
도서관 1층 전시회장 초입에 놓인 직지는 초반 부분을 펼쳐놓은 채로 유리관 안에 놓여 있다.
도서관 측은 작품 해설에서 “1900년 이전에 서울에 주재한 프랑스 외교관 콜랭 드 플랑시(1853∼1922)가 직지 하권을 발견했고, 앙리 베베르가 1911년 구매해 1952년 BnF에 양도했다”고 소개했다. BnF는 “직지가 구텐베르크 성경보다 78년 먼저 나왔다”며 “아시아의 인쇄 기술은 유럽보다 몇 세기 앞섰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활자본색』 책을 펴낸 이재정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서양에서 구텐베르크 성경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이보다 먼저 금속활자로 인쇄한 직지를 인정하고 알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서지학자인 옥영정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인쇄술은 지식과 정보를 보존하고 전파하는 핵심”이라며 “이를 가능케 한 원천인 금속활자 인쇄 기술을 한국이 보유하고 활용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라고 강조했다.
전시에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서양 판목(版木·인쇄를 위해 그림이나 글씨를 새긴 나무)인 ‘프로타 판목’(Bois de Protat), 유럽 최초의 활판 인쇄물인 ‘구텐베르크 성경’ 등도 함께 나왔다. 이번 전시는 4월 12일부터 7월 16일까지 약 석 달 동안 열린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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