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최대 수출시장, 20년 만에 다시 미국
4월에도 수출이 9% 가까이 줄어드는 등 ‘무역 한파’가 여전했다. 대(對) 중국 수출이 30% 넘게 줄면서 2위로 내려간 대신, 미국이 1위 시장으로 올라섰다. 무역적자는 34억 달러 늘었지만, 에너지 수입 감소로 그나마 더 악화하는 걸 피했다.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액은 14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6% 감소했다. 수입은 174억 달러로 같은 기간 7.3% 감소했다. 수입보다 수출이 더 줄면서 열흘 동안 무역적자는 34억2000만 달러 쌓였다. 올해 누적 무역적자 규모는 258억6000만 달러(약 34조2000억원)로 확대됐다. 250억 달러 선을 돌파하면서 지난해 연간 적자(477억8000만 달러)의 절반을 훌쩍 넘겼다.
반도체·중국발(發) 수출 부진은 이달도 예외가 아니었다. 수출은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으로 줄었지만, 4월에도 별다른 반등 요인이 보이지 않고 있다. ‘1위 품목’ 반도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39.8% 급감한 17억7000만 달러에 그쳤다. 메모리 가격 하락, 글로벌 수요 부진 등의 여파가 여전하다. 10대 수출품목 가운데 반도체를 비롯한 7개의 수출이 감소했다. 다만 선박(142.1%)과 승용차(64.2%), 자동차 부품(6.7%)의 수출이 늘면서 버팀목 역할을 했다.
수출 전선이 흔들리면서 미국과 중국도 오랜만에 자리바꿈을 했다. 이달 초 대 중국 수출액은 26억7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31.9% 감소했다. 대중 수출은 지난달까지 10개월 연속 줄었는데, 4월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대중 수입액은 늘면서 열흘간 중국에서만 11억3000만 달러의 무역적자를 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중국에 대한 수출 부진이 고착될 가능성에 대해 “과거처럼 흑자가 굉장히 많이 나던 시대는 지난 것 같다”고 말했다.
주요 수출국 10곳 중에서 대만(-32.8%)·베트남(-32.6%) 등 7곳의 수출이 역성장했다. 반면 미국으로의 수출은 1년 새 32.1% 증가한 30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월초 기준이긴 하지만 대미 수출액이 중국을 4억 달러 가까이 넘어서며 1위를 차지했다. 반면 2위로 밀려난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이라는 지위가 휘청이고 있다. 이달 말까지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면 2003년 6월(미국 28억 달러, 중국 26억1000만 달러) 이후 20년 만에 중국으로의 월간 수출액이 미국을 밑돌게 된다.
장상식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중국의 무역 구조가 자립·내수형으로 점차 바뀌는 만큼 수출 전략도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나마 무역적자 폭 확대를 막아준 건 줄어든 에너지 수입이다. 원유(-34%), 가스(-3.1%), 석탄(-9.5%) 등 3대 에너지원 수입이 모두 1년 전보다 줄었다. 다만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의 감산에 따른 유가 불안이 향후 수입의 키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올 하반기에 수출 실적이 개선될 거란 ‘상저하고’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유정열 KOTRA 사장은 11일 기자 간담회에서 “엄중한 상황을 인식해 수출 비상대응체제를 갖추고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단 1달러라도 더 수출하기 위해 현장에서 발로 뛰겠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해외 마케팅 예산의 70%를 상반기에 집행해 수출의 조기 회복세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올해 수출 목표를 6850억 달러로 설정하고, 수출 활력 조기 회복을 위해 ‘범부처 수출전략회의’ 신설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향후 유가 변수 등이 큰 만큼 하반기로 갈수록 괜찮아질 거라고 안이하게 있다간 ‘상저하저’가 될 수도 있다”며 “수출 기업이 올 상반기 위기부터 잘 버틸 수 있도록 세제 지원·규제 개선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정종훈 기자, 고석현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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