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가능성 있는데 42곳이 공시 누락…못 믿을 사업보고서
지난 10일 여행 전문업체 롯데관광개발 주가가 이날 하루에만 11% 폭락했다. 감사보고서에 ‘계속 기업 관련 중대한 불확실성’ 강조사항이 적시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해당 사항은 외부감사인(회계법인)이 과다 부채나 현금 유동성 부족 등으로 지속가능한 기업 운영이 어려울 수 있다고 강조한 내용이다. ‘투자 유의’ 메시지를 전하는 핵심 정보인 만큼 규정상 사업보고서 본문에 기재해야 하지만, 이를 누락한 것이다.
이처럼 투자상 중요한 정보를 누락 공시한 기업이 적지 않다. 중앙일보가 10일까지 ‘2022 사업연도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2456곳의 사업보고서를 전수조사한 결과, 총 42곳이 외부감사 관련해 작성 규정을 어긴 채 사업보고서를 공시했다.
회계장부를 신뢰할 수 없다는 감사인의 의견인 비적정 감사의견(한정·의견거절)을 아예 기재하지 않거나, 비적정 감사의견이 제시된 근거, 계속 기업 관련 불확실성 등 핵심 강조사항을 누락한 곳도 상당수였다.
‘계속 기업 관련 불확실성’을 누락한 상장사는 대구백화점·롯데관광개발·상상인인더스트리 등 31곳이었다. ‘비적정 감사의견 지적사항’을 누락한 곳은 KH건설·KH전자·버킷스튜디오 등 21개사였다. 이를 모두 누락한 회사는 카프로·일정실업·KH필룩스 등 10곳이나 됐다.
사업보고서 내 외부감사 관련 공시는 투자 판단에 있어 신호등 역할을 한다. 기업의 재무 건전성과 투명한 자금 운영 등을 회계법인이 감사한 결과인 만큼 기업의 체질과 건전성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여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감사의견으로 적정을 받더라도 계속 기업 불확실성이 지적된 상장사는 향후 상장 폐지되거나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을 확률(13.3%)이 지적을 받지 않은 기업(2.1%)에 비해 약 6배 높았다. 금융당국이 올해 계속 기업 불확실성 관련 사항 누락 여부를 점검하겠다고 밝힌 배경이다.
금감원의 기업공시 서식작성기준에 따르면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상장사는 사업보고서 본문(Ⅴ. 회계감사인의 감사의견 등)에 관련 지적사항과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을 요약해 기재해야 한다. 이런 내용이 없을 때만 ‘해당 사항 없음’ 등으로 표기해야 한다. 또 ‘계속 기업 관련 중요한 불확실성’ 관련 사항도 감사보고서 강조사항 등에 기재해야 한다.
강대준 인사이트파트너스 회계사는 “감사의견 적정은 재무제표가 회계기준에 맞게 작성됐다는 의미이지, 부실기업 여부를 알려주는 의견이 아니다”며 “적정 의견을 받았더라도 계속 기업 관련 불확실성 강조사항이 적시된 기업은 향후 기업 경영 상황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반드시 확인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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