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만 K팝이냐” 북미서 통한 ‘외계인들’

어환희 2023. 4. 1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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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밍타이거는 프로듀서부터 DJ, 보컬, 래퍼, 영상 감독 등 다양한 음악적 역량을 가진 11명이 모여 ‘얼터너티브(alternative) K팝’을 지향한다. 때에 따라 그룹·유닛·솔로로 형태를 달리하며 활동한다. [사진 두루두루아티스트컴퍼니]

빨간 찜질복을 입고 대중목욕탕에서 칼군무(여러 명이 동작을 정확히 맞춰 추는 춤)를 추고, 방탄소년단(BTS) RM이 낡은 선풍기가 잔뜩 쌓인 고철상 주인 할아버지 앞에서 랩을 한다. 그룹 바밍타이거(Balming Tiger)의 노래 ‘섹시 느낌’ 뮤직비디오엔 예사롭지 않은 퍼포먼스가 가득하다. BTS RM과의 협업으로도 화제가 됐던 이 노래는 지난해 9월 발매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아이튠즈 월드와이드 차트 1위를 기록했다.

11명의 한국 청년들이 모인 바밍타이거는 하나의 장르 안에 가두기 어려운 그룹이다. 지난 2017년 말 결성된 뒤, 프로듀서부터 DJ·보컬·래퍼·영상 감독 등 다양한 역할의 멤버들이 모였다. 때에 따라 그룹·유닛·솔로로 형태를 달리하며 각자가 좋아하는 음악을 한다. 이들은 ‘얼터너티브(alternative) K팝’이라는 지향점을 내세운다.

지난달 미국 텍사스에서 열린 북미 최대 음악 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에서도 이들의 음악과 퍼포먼스는 주목받았다. 바밍타이거는 2년 연속 SXSW에 초청됐는데, 올해는 새롭고 창의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인 아티스트에게 주어지는 ‘더 SXSW 그룰케 프라이즈(The SXSW Grulke Prize)’를 받았다. 앤더슨 팩, 데이먼 알반 등이 받았던 이 상이 동양인 아티스트에게 주어진 것은 처음이다.

오메가사피엔(정의석·25), 머드 더 스튜던트(윤승민·23), bj원진(한원진·33), 소금(권소희·29). 직접 무대에 서는 팀 내 ‘플레이어’ 멤버 네 명을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만났다. 이들은 “동양적인 것을 전 세계에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북미 최대 음악 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에서 아시안 아티스트 최초로 퍼포먼스상을 받은 바밍타이거. [사진 Roger Ho for Jaded]

Q : 그룹의 정체성인 ‘얼터너티브 K팝’은 무엇인가.
A : “K팝을 하나의 장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K팝은 R&B, 힙합, 댄스, 전자 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고,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하나의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음악은 다 해보자’는 생각을 담아 ‘얼터너티브’라고 표현했다. 아이돌 음악 이외에, 한국 음악의 넓은 스펙트럼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다.”(오메가사피엔)

Q : K팝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나.
A : “K팝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다. 우리뿐 아니라 한국에서 하는 음악은 다 K팝이다. 2~3년 전에만 해도 K팝을 희화화하거나 ‘나는 K팝 아닌 다른 음악을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는 오히려 ‘한국에서 태어났고 K팝을 한다’는 사실을 인정받고 싶었다. 또 좋은 음악을 해 나가면서 K팝의 위상을 함께 높이고 싶다는 포부도 있다.”(소금)

Q : SXSW에선 2년 연속 초청 받고, 올해는 퍼포먼스상까지 받았다.
A : “감사한 일이다. 저희 무대는 기존 K팝이 가진 특색, 강점을 가져왔다. ‘칼군무’가 대표적인데, 비슷한 옷을 입고 똑같은 모습으로 추는 춤에 현지에서 흥미를 보였던 것 같다. 유럽이나 미국 음악을 그대로 답습하면 그쪽에서도 굳이 한국에서 음악을 하는 우리를 초청할 이유가 없지 않겠나. 한국적인 것, 아시아적인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 강점이 있는 것 같다.”(머드 더 스튜던트)
미국 음악잡지 롤링스톤은 “방탄소년단·블랙핑크 등 주요 K팝 가수들이 계속해서 차트를 정복하는 가운데 바밍타이거와 같은 그룹들은 한국의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섹시 느낌’은 바밍타이거가 멤버 이외의 가수와 처음 함께한 작업이었다. 팀에서 래퍼를 맡은 오메가사피엔은 “K팝의 메인(주력)인 아이돌, 그중에서도 정점에 있는 BTS와 서브컬처인 우리가 만나 K팝의 스펙트럼을 넓혀,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말했다.

바밍타이거는 ‘외계인들만 다 모아놨네’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각 멤버들의 음악적 개성이 강하다. 하지만 누구보다 끈끈하다. 오메가사피엔은 “나는 소금, bj원진의 보컬을 믿고, 반면 랩은 (내가) 그들보다 더 이해도가 높다고 생각하는 식으로 상호 존중이 바탕에 깔렸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정규 1집을 발매하는 이들은 이번 SXSW에 다녀온 뒤 아시아적인 것을 음악으로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이 강해졌다. bj원진은 “(지난달 클럽투어 중) LA 관객들의 압도적인 반응을 잊을 수가 없다”며 “디안젤로, 프랭크 오션처럼 음악으로 오랜 기간 영향력을 갖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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