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서 노는 독수리들…채은성 따라 날개펼까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올 시즌에도 최하위다. 시범경기를 1위로 마쳐 팬들이 희망에 부풀었던 것도 잠시다. 정규시즌 개막 후 첫 7경기에서 1승 6패에 그치고 있다.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던 지난 시즌 첫 7경기 성적과 똑같다.
한화는 지난 1~2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개막 2연전에서 연속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고작 2경기를 졌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세 번째 경기인 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도 또 1점 차로 패했다. 6일 선발투수 문동주의 호투를 발판 삼아 시즌 첫 승리를 따냈지만, 이후 다시 3경기를 내리 졌다. 투수가 잘 던지면 타자들이 점수를 못 내고, 타선이 폭발하면 마운드가 무너지는 악순환이 올해도 반복되는 모양새다. 수베로 감독의 투수 교체 타이밍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래도 위안거리 중 하나는 올해 한화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4번 타자 채은성(33)의 활약이다. 채은성은 수년간 외부 자유계약선수(FA) 영입에 인색하던 한화가 모처럼 영입한 FA 외야수다. 한화는 LG 트윈스에서 뛰던 채은성과 지난해 말 6년 총액 90억원에 사인하면서 중심 타선과 외야를 동시에 보강했다. 육성선수로 LG에 입단한 뒤 뒤늦게 꽃을 피웠던 채은성도 기대 이상의 대박 계약과 함께 한화에서 새로운 도약을 다짐했다.
채은성은 개막하자마자 팀의 기대에 보답하고 있다. 10일까지 홈런 2개를 때려내면서 전 구단 타자 중 가장 많은 9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정규시즌 개막전인 1일을 빼고 매 경기 안타를 쳤다. 타율 0.345에,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는 1.045다. 여러모로 흠잡을 데 없는 활약이다. 기존 중심 타자 노시환(타율 0.419, 3타점, OPS 1.181)과의 시너지 효과도 좋다. 더그아웃에서는 신인 문현빈을 비롯한 젊은 후배들에게 먼저 장난을 치며 기를 살려주거나 세세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등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하고 있다.
채은성의 클러치 능력도 빛난다. 득점권 타율이 0.417로 시즌 타율을 웃돈다. 경기 후반 집중력도 좋다. 7회 이후 타율 0.400, 홈런 1개, 2루타 1개, 4타점을 기록 중이다. 경기 막판에도 좋은 성적을 냈다는 뜻이다. 한화가 시즌 첫 승리를 거둔 6일 삼성전에서는 9회 쐐기 3점 홈런을 터트리면서 맹활약했다. 홈 개막전이었던 지난 7일 대전 SSG 랜더스전에서도 1-1로 맞선 8회 말 적시 2루타로 값진 리드를 안겼다.
문제는 다른 동료들과 엇박자가 나고 있다는 거다. 한화는 7일 채은성의 안타로 역전하자마자 다시 동점을 허용한 데 이어,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재역전패했다.
8일 경기에선 채은성의 선제 홈런을 신호탄으로 SSG 에이스 김광현을 3이닝 만에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지만, 5회부터 투수들이 뭇매를 맞으면서 또다시 승리를 내줬다. 채은성이 이적 후 대전에서 터트린 첫 홈런도 그렇게 무용지물이 됐다.
채은성은 개막 전부터 “올 시즌엔 모든 선수가 개인보다 팀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개막 직후 팀이 패배를 거듭하자 채은성도 마음껏 웃을 수 없는 형편이다. 그는 “아직 팀 성적이 좋지 않아 내 기록은 큰 의미가 없다. 앞으로 좋은 타격감을 유지해 팀 승리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고 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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