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반세기 앞선 최종현식 ESG 경영
전 세계의 지식인들이 대한민국에 주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빠르게 경제성장을 이뤘을 뿐만 아니라 민주화에 성공한 유일한 국가여서다. 얼마 전 인기 드라마가 그린 대기업 창업자처럼, 탁월한 리더십을 갖춘 기업가들의 도전이 경제발전을 견인했다.
대기업 총수들에게는 불굴의 의지와 도전정신 등 회사를 성장시킨 무용담이 즐비하다. SK그룹에는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에서 시작된 남다른 경영 철학이 있다. 기업이 직접 사회적 가치와 공공이익을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이다. 최 선대회장이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반세기 전에 설립한 ‘고등교육재단’, 최태원 현 회장이 만든 ‘최종현학술원’ 같은 싱크탱크가 그 예이다. 생전에 자신의 독백처럼 최 선대회장은 국가를 위한 인재를 키우는데 80%의 시간을 할애했다.
내년에 설립 50주년을 맞는 고등교육재단은 당시 선경 직원의 25년 치 연봉을 한 사람의 해외 유학생에게 지원했다. 최 선대회장은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각종 사회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예견했고, 이를 해결하는 인재로서 홀대받던 인문사회계열 박사를 육성하게 된 것이다. 현재까지 한학 장학생을 포함해 4200명이 넘는 장학생과 900여 명에 이르는 해외 명문대 박사를 배출했다.
학생에 대한 사랑 또한 각별했다. 최 선대회장은 유학을 떠나기 전, 학생들을 자기 집으로 초대해 부인이 손수 지은 밥을 먹이며 “아무런 조건 없이 지원할 테니 국가에 도움이 되는 인재로 성장해 달라”고 당부했다. 해외 출장 중에는 바쁜 일정을 쪼개 대학 근처 식당에 재단 학생들을 초대했다. 함께 식사하면서 무엇을 배우는지 묻고, 때론 학생들이 소개한 최신 이론에 대해 함께 토론하기도 했다. 이때 후학들의 기억에 그의 소탈함과 진정성이 각인됐다.
창립 70주년을 맞이해 지난 세월 SK가 펼쳐온 사회적 가치 창출 활동을 돌이켜보면 모두 지속가능성을 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으로서 ‘미래 세대에 갚기(pay it forward)’ 운동이라고 부를 수 있다. 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혜택받은 학자와 재정 지원을 받은 사회 혁신가, 사회적 약자 등 SK가 창출한 사회적 가치의 수혜자들은 베푼 이에게 갚는(pay back) 것보다 익명의 미래 세대에게 자신의 능력과 지혜를 베풀어 국가에 기여하고, 지속가능한 자연을 미래에 물려줘야 한다는 가르침이 최 선대회장과 SK가 반세기 앞서 창조한 ESG 정신이다.
김용학 전 연세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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