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불륜도 내연녀 음란메일 들켜도 4선 성공…충격의 日

일본 지방선거에서 가나가와현의구로이와 유지(黒岩祐治) 지사가 11년 동안 이어진 불륜과 내연녀에게 보낸 음란메일이 공개됐는데도 승리해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9일 개표 결과 자민당, 공명당, 국민민주당의 추천을 받은 가나가와현의 구로이와 지사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4선에 성공했다. 가나가와현은 도쿄 인근에 위치한 현으로 요코하마를 현청소재지로 두고 있다.

당선 직후 복잡한 표정의 구로이와 유지 일본 가나가와현 지사. 사진 인터넷 캡처

일본은 선거에서 이기면 만세 삼창을 하는 게 관례지만 구로이와 지사는 “10년 전의 일인데, 사적인 일로 여러분에게 불쾌감을 드려 죄송하다”고 다시 한번 사과했다. 그는 “가나가와현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고 자책하며 “이제부터 제로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마이너스가 됐다. 이제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며 굳은 표정으로 당선 소감을 밝혔다.

이같은 승리에 일부에서는 “부끄럽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지난 5일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은 2000년부터 2011년까지 11년 동안 내연관계였던 여성의 폭로를 보도했다.

보도 내용 중 특히 구로이와 지사가 내연녀에게 보낸 외설적인 메일이 화제를 모았다. 음담패설과 저속한 표현이 그대로 담겨 있고 내연녀에게 성인비디오 구매를 요구하는 내용도 있었다. 구로이와 지사가 평소 성실하고 신사적인 이미지였기에 충격이 더 컸다.

언론에서는 ‘불륜 추문에도 현직 지사가 압승’, ‘구로이와가 재선하는 너무나도 부끄러운 배경’, ‘지옥의 선거가 당연시되는 일본의 심각한 현실’이라고구로이와 지사의 승리를 전했다.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정말 투표하고 싶은 후보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투표했다”는 냉소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자민당 관계자는 “불륜 보도가 좀 더 일찍 나왔으면 결과를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다른 후보의 인지도가 낮았기 때문에 구원을 받았을 뿐이다. 유권자들은 고뇌에 찬 선택을 강요당했다”고 평했다.

정치적 역동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일본 정치의 현실을 보여준 결과라는 평가도 있다.

총무성에 따르면 투표율은 41.9%로 4년 전보다 2.2% 하락하며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