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간호법 중재안 냈지만…민주당 “원안 내일 본회의 처리”

윤지원, 이우림 2023. 4. 1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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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왼쪽)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료현안 민·당·정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대한간호협회(간협)는 “불공정한 회의였다”는 입장문을 냈다. [뉴시스]

정부·여당이 11일 야당의 간호법안을 ‘간호사처우법’으로 바꾸는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13일 원안대로 처리하겠다”고 거부했다. 특히 대한간호협회는 “수용할 수 없다”며 고함을 치고 회의장을 퇴장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보건복지부 및 의사·간호사 단체 대표들과 민·당·정 간담회를 열어 중재안을 마련했다.

간담회에선 “간호사 단독 개원법”이란 의사협회 등 의료계 우려를 해소하는 게 최대 쟁점이었다고 한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치과의사·한의사 지도 아래 진료의 보조’를 하도록 규정된 간호사 업무를 별도 법률로 독립시킨 데다 법안 1조부터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이란 문구로 업무 범위를 확대해 단독 의료 가능성을 열었다는 게 의료계 반발의 핵심이다.

이에 당정은 ▶제정안 명칭부터 ‘간호법’에서 ‘간호사 처우에 관한 법’으로 바꾸고 ▶간호사·간호조무사 등 업무 내용은 기존 의료법에 존치하며 ▶제정안 제1조에서 ‘지역사회’ 문구를 없애는 내용의 중재안을 마련했다. ▶간호조무사 응시자격을 기존 ‘특성화고 졸업 또는 간호학원 수료’로 한정하지 않고 ‘특성화고 졸업 이상’으로 확대했다. 당정은 야당의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의사면허 취소 사유를 ‘모든 범죄로 금고 이상 형 선고’에서 ‘의료범죄와 성범죄·강력범죄로 금고 이상’으로 축소하는 중재안도 냈다.

여당 복지위 관계자는 “‘지역사회’ 문구를 삭제함으로써 간호사가 지역사회에서 의사 지도 없이 단독 의료행위, 단독 개원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하고, 간호조무사의 학력 제한을 없애 차별 논란을 불식시킨 게 중재안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의협과 간호조무사협회는 회의에서 당정의 중재안을 사실상 수용했다고 한다. 박명하 의협 비대위원장은 회의 뒤 “이번 중재안은 긍정적으로 논의해볼 만하다”며 “당초 간호법 제정 자체를 반대했지만, 다른 직역들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다는 걸 고려해 한발 양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은 간호법 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총파업을 강행하겠다고 예고한 터였다.

반면에 김영경 간호협회 회장과 신경림 간호법제정특별위원장은 중간에 회의장을 박차고 나와 “반대하는 단체만 모아놓고 일방적으로 중재안을 통보하고는 회원들의 설득을 강요하고 겁박하는 자리였다”고 입장을 밝혔다. 간호협회 측은 “단독 개원은 간호법 제정 반대 단체들이 퍼뜨린 가짜뉴스”라고도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도 ‘원안 고수’ 입장을 밝혔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간호법을 간호사 처우 개선법으로 축소한다는 것은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의료법도 마찬가지”라고 중재안에 반대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도 “민주당은 간호법과 의료법 개정안을 13일 본회의에서 원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이 정부·여당의 중재안을 거부하고 13일 본회의 원안 처리를 고수하면서 양곡관리법에 이어 또다시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169석 거야의 입법 독주에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맞서는 두 번째 법안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야당이 또 독주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현행 간호법이 그대로 통과되면 의료계의 갈등이 폭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원·이우림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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