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주주 환원으로 주목…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CEO 라운지]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3. 4. 11.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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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달래기 총력…'넷제로' 컨트롤타워

SK이노베이션이 향후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기업공개(IPO) 때 두 회사의 주식 교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주목받는다. SK이노베이션은 SK그룹의 사업형·중간지주회사로, SK온을 비롯해 정유화학 계열사를 두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SK온 분할 당시 상장을 추진하려다 물적분할 논란이 드세자 상장 전 투자(프리IPO)로 전략을 선회했던 터다. 기존 투자금 소진이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기업공개를 더는 미루기 힘들다는 판단 아래, 주주 이해관계를 적극 고려해 기업가치 제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SK온 재무 전략 다각화 절실

기업가치 제고 급선무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부회장(62)은 지난 3월 30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 이후 ‘주주와의 대화’ 행사에서 김양섭 재무부분장 등과 함께 SK이노베이션-SK온 간 주식 교환 계획을 밝혔다. 주식 교환 규모는 유동적이지만 SK이노베이션 시가총액의 10% 수준을 고려 중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주식 교환은 SK이노베이션이 주주를 대상으로 공개매수를 시도해 자기 주식을 취득하고 그 대가로 주주에게 SK온 주식을 교부하는 방식이다. 취득한 자기 주식은 소각을 추진해 기업가치를 높인다. 기업공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투자 성과를 SK이노베이션 주주들과 공유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특별배당을 통해 SK이노베이션에 귀속되는 구주 매출 일부를 주주들에게 투자 성과로 공유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SK온의 기업공개 시점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빨라야 2025년 이후일 것으로 관측된다.

SK이노베이션의 주주 친화 정책에 대해 시장에서는 호평이 대체적이다. 지금까지 물적분할과 상장을 단행한 기업 가운데 사업 회사 주식 교환, 구주 매출 몫 특별배당 등의 조치를 내놓은 경우는 없었다. 다만, 주주 환원 정책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추가적인 가치 반영을 위해서는 계획의 구체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준 부회장을 포함한 SK이노베이션 경영진이 시장 예상을 웃도는 주주 환원책을 들고나온 것은 SK온의 설비 투자 수요가 빠른 속도로 늘면서 재무건전성 우려가 부각된 탓도 있다. SK온은 지난해 영업적자만 1조원이 넘는다. 이 기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에 이자·법인세·운전 자본 투자 등을 제외한 영업 현금흐름은 2조원 넘게 순유출됐다. 유동 자산보다 유동 부채가 1조원가량 많다. 특히 기업공개가 차질을 빚게 되면서 단기 차입금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점은 주총에서도 우려 요인으로 지목됐다. SK온의 단기 차입금은 지난해 5조원으로 전년보다 10배가량 늘었다. 증자 대금도 곧 소진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1961년생/ 서울대 경영학 학석사/ 유공 석유사업기획부·업무부/ SK네트웍스 S모빌리언 본부장/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사업지원팀장/ SK에너지 에너지전략본부장/ SK에너지 대표이사 사장/ 2016년 12월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2021년 12월 SK이노베이션 부회장(현)
김 부회장 입장에서는 SK온의 성공적인 기업공개를 위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다. 지난해 SK온이 한국투자PE 등을 통해 프리IPO로 1조3000억원가량을 조달하기로 했을 때, 신주 발행가가 주당 5만5000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PBR(주가순자산비율)로는 약 4배 수준이다. 이는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보다는 다소 낮지만, 삼성SDI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물적분할을 통한 기업공개를 성사시키려면 결국 시장의 눈높이에 맞춰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길 외에 달리 묘수는 없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주 입장에서는 SK온 신주를 더 받는 게 나을지, 특별배당을 늘리는 게 나을지 고민이 되는 지점일 것”이라 내다봤다.

SK온 입장에서는 평판(Reputation)과 지위(Status) 측면에서의 열세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2차전지 같은 하이테크 산업일수록 품질과 수율에 관한 불확실성이 크므로 이런 밸류체인에서는 시장 지위에 기반한 평판이 다른 산업보다 더욱 강력하게 작동한다. 2차전지업계 관계자는 “포드 등과 합작하기로 했던 튀르키예 공장 건이 무산됐을 때 현지에 나가 있는 엔지니어링 업체들이 적기에 대금 결제를 못 받는다는 소문이 돌았을 만큼 SK온의 재무적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며 “완성차 업체에서는 적기에 배터리를 공급받을 수 있는 안정적인 수율을 갖췄느냐가 중요한데, 수율 등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열세인 SK온의 평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넷제로’ 전략 사령탑

‘베스트 프랙티스’ 확산 주력

김 부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는 SK온뿐 아니다. 김 부회장은 SK온에 이어 SK에너지 이사회 의장까지 맡고 있다. 그는 SK그룹의 ‘넷제로 성장’을 진두지휘하며 계열사 차원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확산하는 데도 주력한다.

탄소중립이 현재 탄소 배출량을 더 늘리지 않고 유지하는 것이라면, 넷제로는 아예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에너지 사업 부문 계열사에 탄소중립 중심 사업 전환이 자본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진정한 ‘파이낸셜 스토리’를 만들라고 강조해왔다. 이에, SK지오센트릭을 비롯한 SK이노베이션 계열사들은 분사와 사명 변경 등을 거쳐 탄소중립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왔다.

최근 SK이노베이션과 자회사들은 순환 경제 부문의 핵심 기술력을 내재화하는 한편, 사업 협력 강화를 통한 외부화에 적극 나선다. 지난해 말 석유화학 부문 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이 친환경 사업 전략과 연계해 5000억원에 가까운 ESG 기반 자금을 금리를 낮춰 조달하는 데 성공한 게 단적인 예다. SLL 조달 자금을 투입해 SK지오센트릭은 2025년 하반기까지 울산CLX에 ‘폐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데 주력한다. SK이노베이션은 울산CLX에서 2030년까지 탄소 50% 감축, 2050년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생산 과정과 제품의 그린화를 추진 중이다. 이외 윤활유 자회사 SK루브리컨츠는 폐윤활유 자원 순환에 나선다. SK에너지 역시 탄소중립 기조에 발맞춰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연료전지·수소·태양광) 사업과 ▲친환경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이라는 두 가지 비전을 세워둔 상태다.

‘전략통’ 김준 부회장
SK그룹 ‘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중책
김준 부회장은 SK그룹 부회장단 가운데 대표적인 전략 전문가로 분류된다. 1961년생으로 SK에너지의 전신인 유공(전 대한석유공사)의 석유화학 부문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주력 사업 손익 구조 정비, 전략 사업 다각화(Diversification)와 외연 확장·관리(Boundary Spanning),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와 조정 등에 있어서 돋보이는 실적을 내며 그룹 내에서 존재감을 키워왔다. SK에너지 에너지전략본부장 시절 설비 운영 효율화 등 수익 구조 혁신으로 석유 사업의 흑자전환을 이끌어 SK에너지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올랐다. 그 뒤 SK에너지의 흑자 기조를 안착시켰고 공을 인정받아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에 선임됐고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재계 관계자는 “에너지 산업은 국제유가를 비롯한 매크로 변수에 관한 전망 역량(Expectation Capabilities)이 중요한데 김 부회장은 대외 변수 전망과 이를 기반으로 한 시나리오 플래닝 수립, 추진 등에 있어서 뛰어난 성과를 내왔다”고 촌평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4호 (2023.04.12~2023.04.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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