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더 커져" IMF, 올해 세계경제성장률 2.8%로 하향

뉴욕=조슬기나 2023. 4. 11.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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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2.8%로 소폭 하향조정했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인데다 고강도 통화긴축 등에 따른 금융 리스크 등이 커지고 있어 세계 경제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짙어졌다는 평가다. 자칫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1%까지 둔화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IMF는 11일(현지시간) 공개한 세계 경제 전망(WEO)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올해는 2.8, 내년에는 3.0%를 각각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1월 WEO 전망치보다 각각 0.1%포인트가 낮아진 것이다.

피에르-올리비에르 고린차스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여파에서 세계 경제가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고, 재개된 중국 경제가 강하게 반등하고 있다"면서도 "최근 은행권 위기를 둘러싼 불안정은 상황이 여전히 취약함을 상기시킨다. 다시 한번 하방 위험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고 세계 경제 전망을 둘러싼 안개도 짙어졌다"고 밝혔다.

권역별로 IMF는 선진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1.3%로 기존 전망 대비 0.1%포인트 상향했다. 반면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은 3.9%로 각각 0.1%포인트씩 낮췄다. 내년 전망치는 선진국 1.4%, 신흥국과 개도국 4.2%로 이전과 동일했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필요한 통화 긴축, 최근 금융리스크 확대, 지속되는 우크라이나 전쟁, 고조되는 지정학적 분열 등을 반영한 새 수치다. 보고서는 "특히 선진국 경제의 경착륙이 훨씬 더 큰 위험이 됐다"고 진단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의 성장률이 올해 1.6%, 내년 1.1%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1월 전망치 대비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중국은 올해 5.2%, 내년 4.5%로 직전 전망치에서 변동이 없었다. 유로존은 올해 0.8%, 내년 1.4%로 전망됐다. 특히 영국(-0.3%), 독일(-0.1%) 등은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됐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제재 등의 여파로 지난해 -2.1%를 기록한 러시아는 올해 0.7% 성장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직전 전망치 대비 0.4%포인트 상향된 수준이다. 한국은 올해 1.5%, 내년 2.4%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IMF는 작년부터 이어진 주요국의 고강도 긴축에도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주요 경제 리스크로 꼽았다. 당초 이 시점에서 긴축정책에 따른 생산, 고용 약화의 신호를 확인할 것으로 예상해왔으나,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노동시장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는 긴축 장기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변동성이 큰 에너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정점을 찍지 않은 상태로 파악된다.

이번 보고서에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8.7%에서 올해 7%, 내년에는 4.9%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1월 전망치보다 각각 0.4%포인트, 0.6%포인트 상향된 수치다. 고린차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는 통화정책을 더 강화하거나 현재 예상보다 더 오랫동안 긴축 상태를 유지해야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인플레이션 완화 과정이 예상보다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발 여파로 급격한 긴축이 금융 부문에 미치는 여파가 확인됐다는 점 역시 리스크로 거론됐다. 고란차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급격한 통화 긴축은 장기채권자산에 상당한 손실을 촉발했고 자금조달 비용을 높였다"며 "금융시스템에 대한 테스트는 더 이어질 것이다. 크레디스위스(CS)에서 그랬듯, 초조해진 투자자들은 다음으로 가장 취약한 고리를 찾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과도한 레버리지, 신용위험, 단기자금 의존도가 높은 금융기관과 펀더멘탈이 약한 국가가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금융의 급격한 긴축은 신흥시장, 개도국의 신용 및 재정에 직격탄이 돼 대규모 자본유출 등을 촉발할 수 있다. 고란차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심각하게 나쁜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세계 경제 성장은 올해 1%로까지 둔화할 수 있다. 이는 인당 소득이 거의 정체됨을 의미한다"면서 "그 가능성은 15% 정도"라고 밝혔다.

IMF는 부진한 경제성장, 커진 금융리스크 속에 인플레이션은 고비를 넘기지 않은 까다로운 단계로 현 상황을 진단했다. 아울러 정책입안자들에겐 명확한 의사소통과 재정정책의 적극적 역할, 금융취약성이 전면적 위기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 등을 주문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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