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말잇기 도중 "자기야" 써서 교화형…北금수저들도 안 봐줬다

하수영 2023. 4. 11.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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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3월 23일 "전국 열혈청년들이 인민군대 입대, 복대(재입대)를 탄원(자원)하고 전민 항전의 기세가 더더욱 격앙되는 속에 무분별한 반공화국 압살책동에 미쳐 날뛰는 미제와 괴뢰역적들을 단호히 징벌하기 위한 청년학생들의 집회가 지난 22일 평양시 청년공원야외극장에서 진행됐다"라고 보도했다. 뉴스1

북한의 젊은 운동선수들이 남한말을 썼다가 노동교화형에 처해지고 그 가족들은 추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양강도 주민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달 3일 오후 혜산시 광장에서 고급중학교(한국의 고등학교에 해당) 졸업생 등 청소년 대상 ‘공개폭로모임’이 있었는데, 삼지연시에 갔던 체육선수들이 오락회를 하다가 남조선 말을 해 이런 일이 벌어졌다.

오락회에는 고급중학교 졸업생이자 양강도 체육단 선수로 지명돼 입단을 앞둔 스케이트 선수 20명이 참석해 있었는데, 이들이 훈련 도중 여흥을 위해 오락회를 열어 ‘말꼬리 잇기(끝말잇기)’를 하다가 일부 학생이 실수로 남한말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공개폭로모임에서는 오락회에 참가한 20명 전원에게 3~5년의 교화형이라는 법적 처벌이 가해졌다는 사실이 알려졌다”라면서 “주민들은 앞길이 구만 리 같은 체육선수들이 말 한마디 때문에 교화소에 보내진다는 것은 너무한 처벌이라고 비난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체육선수들이 대부분 힘 있는 당 간부의 자식들이었지만 이 문제가 중앙에까지 제기되면서 가차 없는 처벌 지시가 내려졌다"며 "해당 간부들은 해임되고 가족은 오지인 양강도 삼수로 추방 결정이 내려졌다"고 덧붙였다. 양강도 삼수군은 개마고원 끝자락에 걸쳐있는 산간 지역이다.

또 다른 소식통은 “오락회 영상을 손전화(휴대전화)로 찍었고, 한 여학생이 해당 동영상을 보다가 불시 단속에 걸려든 것”이라고 적발 정황을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여학생의 손전화를 검열하던 안전원(북한 사회안전성 소속 경찰)이 오락회 동영상을 문제 삼았고, 이를 무마하려던 도당 간부들까지 중앙당에 신고되면서 문제가 더 커졌다”라고 전했다.

다만 소식통은 구체적으로 어떤 남한말을 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면서, ‘오빠’나 ‘자기야’ 등의 남한말이 나왔을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북한은 남한말을 쓰면 6년 이상의 징역형, 남한말투를 가르치면 최고 사형에 처한다는 내용의 법을 제정했다.

RFA가 지난달 입수한 ‘새로 채택된 평양문화어보호법의 요구를 잘 알고 철저히 지켜나갈 데 대하여’라는 문건에는 지난 1월 채택된 평양문화어보호법 내용 일부가 담겼다.

평양문화어보호법은 ‘괴뢰(남한을 비하하는 표현) 말투로 말하거나 글을 쓰거나 이를 다양한 형태로 유포하는 사람에게 6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라고 되어있다. 또 남한말을 남에게 가르치거나 남한말 또는 남한 서체로 쓰인 표현물을 유포한 이에게 10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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