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본 미래차… 현실이 된다
서울모빌리티쇼엔 완성차 업체만 있었던 게 아니다. 자동차의 미래를 보여주는 스타트업도 있었다.
국내 최대 모빌리티 산업 전시회인 ‘2023 서울모빌리쇼’가 지난 9일 막을 내렸다. 지난달 31일부터 열흘간 열린 행사에는 51만 명에 달하는 관람객이 몰렸다. 전 세계 160여 곳의 기업이 참가한 이번 전시회에선 현대차, 벤츠, 테슬라 등 완성차 업체의 차량뿐만 아니라 미래 이동 수단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이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도 눈길을 끌었다. 서울모빌리티쇼 조직위원회는 2021년부터 스타트업 우수 기술을 발굴하고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인큐베이팅 존’을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는 총 12곳의 기업이 참여했다.
지난 5일 오후 1시 30분쯤 경기도 일산 킨텍스 행사장에 마련된 인큐베이팅 존을 찾았다. 테슬라 인근에 설치된 전시 부스에는 각 업체별 담당자가 나와 투자자나 관람객을 상대로 기술을 설명하고 있었다. 관람객들은 신기한지 부스 앞에 설치된 화면을 쳐다보는가 하면, 제품을 직접 만져 보는 등 관심을 보였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디바인 테크놀로지의 부스였다. 가상환경에서 자율주행 차량의 각종 기술을 시험 평가하는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제공하는 곳이다. 자율주행 기술의 경우 지금까지 차량에 장비를 착용한 뒤 빈 도로 등에서 실험을 했는데, 이 회사의 플랫폼을 이용하면 가상 환경에서 성능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이 회사는 세밀한 성능 실험을 위해 플랫폼 내에 승용차, 특수목적 차량 등 400대 이상의 차량과 399명의 보행자 모델뿐 아니라 차선 표지판, 신호등, 가로등, 건물, 나무, 동물 등도 구현했다. 안개 낀 날씨, 야간 주행 등 다양한 외부적 환경을 대입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장소도 강남 테헤란로, 선릉역 등 도심 도로뿐 아니라 전용도로까지 다양한 장소에서 실험할 수 있는데, 고객이 원하면 새로운 장소도 만들 수 있다.
디바인 테크놀로지 기술의 이점은 실제 도로에서 만나기 어려운 위험 상황에서도 실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율주행 기술의 안전 검증 시간도 줄여줄 수 있다. 통상 100대의 자율주행차를 이용해 평균 25마일의 속도로 실험하면 하루 24시간을 투자한다고 해도 통계상 95% 신뢰도를 만드는데 12.5년이 걸린다. 디바인 테크놀로지 관계자는 “실제 주행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된다”며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찾은 곳은 위밋모빌리티 부스였다. 이 회사는 배달과 방문에 필요한 차량관리 업무를 전반적으로 제어하는 인공지능 기반 솔루션인 ‘루티(ROOUTY)’를 제공하는 곳이다. 이 회사의 기술을 사용하면 배차된 차량의 경로와 시간뿐 아니라 운전자별 한 달 처리 건수와 차량별 연료소비량 등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배송비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위밋모빌리티 측에 따르면 모 주류 업체는 물류비만 300억원 가까이 썼는데, 서비스 이용 후 차량을 200대 정도 사용하던 걸 150~160대까지 줄이면서 비용을 약 20% 줄였다. 한 매트리스 세탁 업체는 하루에 8곳에 들러 세탁을 했었는데, 효율적 일정관리 덕분에 13곳까지 세탁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운전자가 할 일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해주다 보니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앱을 통해 다음 방문지가 제공되다 보니 종이에 하루 일정을 정리하는 불필요한 일이 없어진 데다, 교통상황도 실시간으로 전달해주니까 도로 위에서 낭비하는 시간까지 줄었다는 의미다.
이 회사는 향후 무인시장으로 기술을 확장하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위밋모빌리티 관계자는 “현재 유인 차량을 대상으로 최적화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데, 향후 무인으로 시스템을 확장하고 싶다”며 “로봇 배달 등을 통합 관제하는 시스템으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고해상도 고정형 라이다 제품을 제작하는 에스오에스랩의 부스였다. 라이다는 자율주행 차량의 눈 역할을 장비로 센서를 활용해 인접한 물체와의 거리 등을 측정해주고, 공간 정보를 인식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에스오에스랩은 라이다 제품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으로 주목받는 회사다. 2020년 특허기술상인 세종대왕상을 수상했고, 2021년에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올해는 서울 모빌리티쇼 어워드에서 최고의 모빌리티 기술로 선정됐다.
해당 업체 라이다의 특징은 차량 지붕, 전조등, 앞쪽 범퍼 사이드미러, 프런트 그릴 등 어디에나 쉽게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라이다들은 차량 루프 위에 설치돼 미관을 해친다는 부정적 시선이 있었는데, 이를 보완한 것이다. 양산에도 최적화돼 있어 제조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해당 기술은 자율주행 자동차뿐 아니라 보안용 CCTV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이들이나, 공간에 참석한 인원 등에 대한 파악이 가능하다. 에스오에스랩 관계자는 “보안이 필요한 곳에서도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스오에스랩은 향후 기술 특례 상장을 시도할 전망이다.
이번 서울 모빌리티쇼에선 이들 외에도 다양한 업체들이 관람객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관심을 끈 건 미국 로봇기업 고스트로보틱스가 선보인 4족 보행 로봇 ‘비전 60(사진)’이었다. ‘로봇 개’로 불리는 이 로봇은 전시장 부스를 누볐는데, 수많은 관람객이 몰려 이 모습을 지켜봤다. SK텔레콤의 도심항공교통(UAM) 체험 부스도 장사진을 이뤘다. 가상현실(VR) 체험용 헤드셋을 쓰고 대형 로봇팔에 탑승해 UAM 운항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공간인데, 수많은 관람객이 몰려 2시간까지 기다리는 상황이 연출됐다. 서울에서 왔다는 김모(36)씨는 “차량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술을 직접 볼 수 있어 신기했다. 다음에도 또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양=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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