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산불 때 업무시간 골프', 고소로 덮기?

신상호 2023. 4. 11.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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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명예훼손 고소... 강원도 산불 성금 보도자료, '언플' 밀어내기 의심

[신상호 기자]

 김진태 강원지사가 지난 9일 오후 강원 춘천시 강원도청 브리핑룸에서 최근 산불 상황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취지의 언론보도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강원도 화천 산불 와중에 골프연습을 해 물의를 빚은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또다른 골프연습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논란을 또다른 논란으로 덮으려는 물타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진태 지사는 지난 9일 강원도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KBS 취재기자와 보도 책임자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고소 혐의는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다.

김 지사가 문제 삼은 KBS 보도는 지난 7일 "[단독] '산불 골프' 김진태, 술자리까지"라는 제목의 리포트였다. 김 지사가 지난 3월 18일 강원 평창군에서 산불이 난 날에도 골프연습장을 찾았다는 내용의 보도였다. 이에 앞서 MBC는 '지난 3월 31일 김 지사가 강원도 화천 산불 진화가 이뤄지던 당시, 업무 시간 중 골프연습장을 찾았다'고 보도해 큰 파문이 일었다. 

언론 보도로 김 지사가 강원도 내 큰 산불(5헥타르 이상 규모)이 났던 이틀 모두 골프연습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강원도 지역 사회는 물론 야당을 비롯한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김 지사 고소에 묻힌 '3월 31일 업무시간 중 골프연습'

김 지사는 골프 연습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KBS 기사 제목이 그 시점을 명시하지 않아 악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KBS의 기사의 첫 제목은 "김진태 골프친 뒤 술자리도... 18일 산불 때도 골프"였는데 이날 골프연습을 한 것은 산불이 나기 전인 오전 7시였다는 것이다. 골프장에 간 것과 골프연습장에 간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점까지 지적하며 KBS 보도를 비판했다.  

김 지사는 9일 기자회견에서 "이걸(KBS 보도) 보는 사람들은 산불이 나고 있는데 골프장에 간 사람으로 생각했을 테지만, 골프장이 아니고 연습장에 간 것"이라며 "시간도 골프연습장은 오전 7시에 방문했고 산불은 오후 4시 38분 발생해 대략 9시간의 차이가 난다"고 했다. 김 지사는 "기사 제목이 '산불 때'에서 '산불 난 날', '산불 와중'으로 바뀌는데 이미 첫 기사로 인해 심각하게 실추된 명예가 회복되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이날 김 지사의 기자회견은 다수 언론사들이 앞다퉈 보도했다. 그러면서 지난 3월 31일 강원도 화천군에 대규모 산불이 나 진화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김 지사가 업무시간 중 골프연습장에서 간 사실은 묻혔다. 

그날의 골프연습은 김 지사가 인정하고 사과까지 한 사실이지만, 현재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검색에선 김 지사의 고소를 다룬 기사에 묻혀 이런 내용을 찾아보기 어렵다. 실제로 포털 검색에 '김진태'라고 검색할 경우 첫 페이지는 김진태 지사의 언론사 고소, 고소와 관련된 논란 등을 다룬 기사들만 보인다. 논란이 또 다른 논란으로 덮이는 모양새다.

강원도는 이 와중에 김 지사의 산불 구호 성금 보도자료(10일 강원도청 보도자료, 강원도, 특별재난선포지역 산불 피해 성금 지원)까지 냈다. '김진태', '산불'이 언급된 기사들을 '보도자료' 기사로 밀어내려는 거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오는 이유다. 

의심스러운 '김진태 산불 성금' 보도자료
 
 4월 10일 강원도가 배포한 '강원도, 특별재난선포지역 산불 피해 성금 지원' 보도자료.
ⓒ 강원도청
 
하지만 지난 3월 31일 김 지사의 행보는 그냥 덮고 넘어가선 안될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산림청 자료를 보면 강원도 화천 산불은 지난 3월 30일 낮 12시 47분 발생했다. 김 지사는 당일 화천 산불 상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이후 김 지사가 골프연습장에 간 시점은 3월 31일 오후 5시 30분경. 김 지사가 골프연습을 한 그 시각에도 잔불 진화 작업은 한창이었다. 

게다가 김 지사는 골프연습을 하고 지인들과 모임까지 가졌다. 이는 김 지사도 별다른 반박을 하지 않고 인정하는 사실이다. 특히 강원도청은 논란이 불거지자 당초 '김 지사가 연가를 내고 조퇴했다'고 해명했다. 해당 내용을 취재하는 기자에게는 '연가신청서'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언론의 추가 취재가 이뤄지면서 김 지사의 연가가 사실이 아니라는 점도 새롭게 밝혀졌다. 논란이 되자 김 지사는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제가 연가를 신청하라고 한 건 아니다"라고 사실을 인정했다. 연가신청서까지 꾸며내면서 김 지사를 방어하려던 강원도청의 대응도 공문서 위조 등 위법 소지를 엄밀히 따져봐야 하는 문제다.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은 9일 논평을 내고 "언론은 산불 특별대책 기간에 골프연습장에 가고 저녁 술자리를 한 김 지사의 부적절한 처신을 보도했고, 이게 논란의 본질이자 핵심"이라며 "(그럼에도) 김 지사는 (지난 3월 18일) 산불이 나기 전에 연습장에 간 게 뭐가 잘못된 거냐고 오히려 역정을 내고 명예가 심각하게 실추됐다고 억울해한다"고 비판했다.

전대식 언론노조 부위원장은 "명예훼손이라고 도지사가 주장하는데 산불 중 골프연습을 한 강원도지사에 대한 도민들의 무너진 신뢰는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라면서 KBS 고소에 대해서도 "자신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인한 논란을 또다른 논란으로 덮으려는 얕은 수"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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