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산불 8시간 사투…집 100동에 축구장 530배 산림, 잿더미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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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간 8분 만에 진화
강원 강릉에서 11일 발생한 산불이 발생 8시간 만에 진화됐다. 이번 산불은 순간 최대풍속 초속 30m 태풍급 강풍으로 순식간에 확산했다.
강원도와 산림청 중앙산불방재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22분쯤 강릉시 난곡동 한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이날 오후 4시30분 꺼졌다. 산불이 발생한 지 8시간 8분 만이다.
이번 산불을 맨 처음 본 조운현(69)씨는 “정전이 돼 문을 열고 나가보니 소나무가 쓰러져 전선에 걸쳐 있었다”며 “불꽃이 튀면서 전선 아래 고사리밭에 불이 붙어 금세 연기가 자욱했다. 삽과 갈고리를 들고 뛰어나가 불이 붙은 고사리밭을 갈아엎어 봤지만, 강풍에 불똥이 이리저리 날려 막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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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 숨지고 14명 다쳐
이번 산불로 축구장 면적(0.714㏊) 530배에 이르는 산림 379㏊가 잿더미로 변했다. 이날 산불은 발화 당시 평균풍속은 초속 15m, 순간 최대풍속 초속 30m(남서풍)의 강풍을 타고 확산하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산림당국이 산불진화헬기 6대를 긴급 투입했지만 강한 바람 탓에 운항이 쉽지 않았다.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이날 오후 4시38분쯤 강릉시 안현동 전소한 주택에서 전모(88)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앞서 주민 1명이 대피 중 2도 화상을 입어 치료를 받았다. 또 진화 중이던 소방대원 2명이 가슴 부근에 2도 화상을 입는 등 총 14명이 다쳤다.
주택 59동, 펜션 33동, 호텔 3동, 상가 2동 문화재 1동 등 총 100채가 다 타거나 일부 소실됐다. 강원도 유형문화재 50호 방해정(放海亭) 일부가 탔고, 경포호 주변에 있는 작은 정자인 상영정(觴詠亭)이 전소하는 등 문화재 피해도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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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 많은 안현동·저동 피해 커
특히 펜션과 주택이 많은 안현동과 저동 피해가 컸다. 불길이 번지면서 삶의 터전이 순식간에 잿더미가 됐다. 안현동에서 만난 최호영(75)씨는 “아침에 산불 났다는 말을 듣고 맨몸으로 대피했다가 다시 집에 와보니 다 탄 상태였다”며 “40년 넘게 살아온 한옥인데 추억이 담긴 사진 한장도 못 건졌다”고 했다.
김영삼(52ㆍ저동)씨는 “위험한 상황이라 가족만 데리고 허겁지겁 대피했다"라며 "내가 운영하는 1채를 포함해 펜션 3채와 주택 1채 등이 다 타는 등 마을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진화 작업은 바람이 잔잔해진 오후 2시40분쯤 산림청 헬기 3대가 투입되면서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여기에 오후 3시18분부터 강릉지역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큰불이 잡혔다. 이후 오후 4시30분 완전히 꺼졌다. 이날 진화 작업에는 헬기 4대와 장비 396대, 진화대원 등 2764명이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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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528명 아이스아레나 등으로 대피
이날 오전 산불이 발생하자 경포동과 산대월리와 산포리 일대에는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이에 아이스아레나에 528명, 사천중학교 29명 등 총 557명의 주민이 대피했다. 인근 리조트와 호텔 등에 투숙했던 708명도 몸을 피했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마지막까지 불을 다 진압하고, 재산 피해를 더 확실하게 조사해서 특별재난지역에 포함되도록 중앙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림청은 강릉시 난곡동에서 발생한 산불 원인을 전선 단락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산불이 발생하자 곧바로 국립산림과학원과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 관계자를 현장으로 급파해, 발화 추정지점을 보존하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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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부러지면 전선 단락
현재까지 1차 조사 결과 강풍으로 나무가 부러지면서 전선이 끊겼고, 이때 전기 불꽃이 발생해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산림청은 조사 결과에 따라 산불 원인 제공자에게 산림보호법에 따른 형사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하지만 원인 제공자가 없는 상황에서 불이 났을 가능성도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자연 발화 등으로 결론이 나면 책임을 물을 대상이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관계 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서 조기에 산불을 끄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마지막까지 잔불 정리와 뒷불 감시를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강릉=박진호ㆍ최종권ㆍ심석용ㆍ손성배ㆍ이찬규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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