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피플] 고난의 봄 농구가 이정현을 키웠다 “상대 공략할 때마다 희열”
차승윤 2023. 4. 11. 18:30
이정현(24)이 위기의 고양 캐롯을 4강 플레이오프(PO)로 이끄는 드라마를 썼다.
캐롯은 지난 10일 울산 현대모비스와 6강 PO에서 77-71로 승리했다. 현대모비스(4위)는 캐롯(5위)보다 정규리그 6승을 더 거뒀던 강팀이다.
캐롯은 이번 봄 농구를 앞두고 시련을 겪었다. 모기업 대우조선해양건설이 부도나 선수단과 임직원의 임금이 체불됐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 잔여 가입금 10억원을 제때 내지 못해 5위를 하고도 PO에 참가하지 못할 위기에도 놓였다. 간신히 가입금을 납부하고 봄 농구에 합류했으나, 전성현이 빠진 공백이 컸다. 정규리그 상대전적 5승 1패로 앞섰던 현대모비스에 1차전과 3차전을 모두 패하고 벼랑 끝에 몰렸다.
막다른 길에서 드라마가 탄생했다. 4차전에서 돌아온 전성현이 승리에 힘을 보태더니 5차전에는 이정현이 시리즈를 지배했다. 앞서 네 경기에서도 평균 24점 3.3리바운드 3.5어시스트를 기록했던 그는 이날도 24점을 꽂아 승리의 선봉장이 됐다.
전성현이 없는 상황에서 이정현은 현대모비스의 집중견제 대상이었다. 2년 차인 그는 노련하게 이를 극복했다. 현대모비스가 미스매치로 작은 선수를 붙이면 포스트업으로 이겨냈고, 크되 느린 선수가 나타나면 빠르게 돌파했다. 외곽에서 수비가 다가오기 전 스텝 백 3점 슛도 덧붙여 현대모비스 수비를 완파했다.
이정현은 경기 후 "모두 우리가 약하다고, 이번 시리즈는 안 될 거라고 얘기했지만, 선수들끼리 똘똘 뭉쳤다. (전)성현 형이 오기 전까지 좋은 경기력으로 버텼고, 성현 형이 돌아와서 더 힘을 받았다. 5차전까지 버틴 끝에 4강에 오를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정현은 상대의 집중 견제에 대해 "정말 힘들었고, 정말 재밌었다. 상대가 나를 막기 위해 정말 다양한 수비를 가져왔다. 그에 대항하기 위해 영상을 보며 계속 공부했다. 공략할 때마다 정말 희열을 느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방향성을 6강에서 정말 많이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미 정규리그 정상급 가드로 성장한 이정현이지만, 당시에는 김승기 캐롯 감독에게 혼나는 장면이 더 많았다. 이날은 달랐다. 김 감독은 "이정현이 4강 PO을 만들었다"고 치켜세웠다. 이정현은 "감독님께서 워낙 칭찬을 안 해주신다. 정규리그 때 가끔 칭찬해주시는데 내가 다음 경기에 잘하질 못해서 감독님이 ‘너한테는 칭찬하면 안 되겠다’고 하셨다. 그런데 PO에서는 정말 많이 칭찬해주셨다. 그래서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정말 열심히 뛰었다. 4강 PO도 그렇게 뛰겠다"며 웃었다.
캐롯은 오는 13일부터 정규리그 챔피언 안양 KGC와 만난다. 캐롯의 전력이 떨어지지만, 이정현은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기대하시는 만큼, 큰 점수 차로 지는 일 없이 끝까지 물고 늘어지겠다"고 다짐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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