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최초 전기차 공장 찾은 尹, 엔지니어 말투에 “혹 강원도 분이냐”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생산능력을 지금의 5배로 높여서 글로벌 미래차 3강으로 도약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기도 화성시 기아 공장에서 열린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 공장은 국내 최초의 전기차 전용공장이다. 현대차그룹이 29년 만에 국내에 짓는 공장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맞고 있다”며 “탄소 중립을 향한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전기차 보급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초고속 데이터 전송과 AI는 자율주행을 비롯한 모빌리티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우리 경제성장을 견인해 온 자동차 산업은 패러다임 전환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때”라며 “정부는 기업들이 이런 혁명적 전환에 발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R&D(연구개발)와 세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 들어설 공장은 현대차그룹이 2030년까지 계획한 국내 전기차 분야 24조원 투자의 첫걸음”이라고 의미부여를 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기공식에 맞춰 오는 2030년까지 8년간 국내 전기차에 24조원을 투자해 전기차 판매 글로벌 3위권 업체가 되겠다는 목표를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경기 남부를 세계 최고의 전기차·반도체·IT 클러스터로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판교의 IT·소프트웨어·콘텐츠, 화성의 전기차·자율주행 테스트베드·미래차 R&D, 용인 평택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로 이어지는 세계 최고의 첨단산업 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해 대선 때 공약한 광역급행철도(GTX) 사업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GTX-A는 경기 파주 운정역에서 서울 삼성역을 거쳐 화성 동탄역까지 82.1km 구간을 잇는다. GTX-B는 인천~남양주, GTX-C는 경기 양주~수원을 연결한다. 윤 대통령은 “GTX-A는 수서-동탄 구간을 내년 초 우선 개통하고, 수원에서 양주까지 경기 남북을 연결하는 GTX-C 노선은 연내 착공할 계획”이라며 “A, C 노선을 신속하게 평택까지 연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끝으로 “현대차그룹이 세계 모빌리티 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정부도 원팀으로 뛰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보도자료에서 “신속한 민간 투자를 위해 입지, R&D, 인력, 세제 지원 등을 빈틈없이 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 지시에 따라 정부는 자동차 생태계를 미래차 중심으로 전환하는 종합 대책을 수립해 상반기 중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종합 대책에는 부품업체에 대한 R&D 투자와 자금 지원 확대, 인력 양성 계획 등이 포함된다.
기공식에 앞서 전시관을 찾은 윤 대통령은 반려견용으로 조수석을 비워둔 PBV(목적기반 모빌리티) 컨셉 모델을 보고 “우리 집은 반려견이 여섯 마리라 조수석만으로는 부족하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화성공장(3공장)에서 생산라인을 지켜본 뒤 근로자와도 만났다. 한 직원이 건강유지 비결을 묻자 윤 대통령은 “여러분과 같은 젊은이들을 만나면 스트레스가 저절로 풀린다”고 답했다. 이어 다른 직원이 윤 대통령의 프로야구 경기 시구를 언급하며 “공을 참 잘 던지시더라. 꾸준히 운동하시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윤 대통령은 “예전에는 걷기를 많이 했는데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운동이 부족하다. 그래서 야구공 던지는 것은 계속해보려 한다”고 답했다.
함께 있던 한 수석 엔지니어가 “전기차 수요가 많이 늘고 있는데 국내 충전 인프라는 부족하다”며 정부에서 신경 써 달라고 건의하자, 윤 대통령은 “잘 알겠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 엔지니어에게 “말투를 들으니 강원도 분 같은데, 혹시 맞나”라고 물었고, 수석 엔지니어는 “맞다, 영월이다”고 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오늘 강원도에 산불이 크게 나서 조금 전까지 조치를 취하고 왔는데, 그래서 강원도 사투리가 더 귀에 잘 들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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