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성남시청 배치도 보며 "정진상 주머니에 돈봉투 이렇게"

이병준 2023. 4. 1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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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실장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성남시청 회의실) 옆자리에 앉아서 주머니 같은 데 넣어줬습니다”
“그때 앉았던 건 확실히 기억나는 게 정진상이 왼쪽에 앉았었습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의형제’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정면으로 겨눴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 조병구) 심리로 열린 두 사람의 뇌물수수 혐의 네 번째 재판에서다. 유 전 본부장은 증인석에서 일어나 스크린에 띄워진 당시 성남시청 사무실 배치도를 손으로 짚어가며 2013~2014년 정 전 실장에게 현금 4000만원을 어떻게 건넸는지 폭로했다.

사무실에 다른 직원이 없을 땐 봉투를 정 전 실장 서랍에 넣어두고, 사람이 있을 땐 회의실에서 직접 줬다는 주장이다. 유 전 본부장은 “(정 전 대표) 옆 자리에 앉아서 주머니 같은 데에 넣어줬다”며 “보통 정진상이 주머니 있는 재킷을 입었는데 오른쪽 주머니였을 가능성이 크다. 정진상이 그걸 빼서 안쪽에 넣었던 것 같다”고 했다. 직원이 없을 땐 “정진상 자리 우측에 여닫이 서랍장이 있는데 거기다 넣어줬다”고 했다.


정진상 “다 보여서 못 받는다”는데 유동규 “파티션 있고 CCTV 가짜”


이날 법정 내 스크린엔 당시 성남시청 배치도가 띄워졌다. 유 전 본부장은 이를 보며 정 전 실장의 좌석이 회의실이 아닌 복도 방면으로 향해 있었고, 높은 파티션이 쳐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무실 바깥쪽에선 정 전 실장의 자리가 잘 안 보이는 구조였다는 것이다. 그는 “(정 전 실장의 좌석은) 완전히 막혀 있다”며 해당 좌석이 각도상 폐쇄회로(CC)TV로도 찍히지 않는 위치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유 전 본부장은 “정진상은 사진 찍히는 걸 안 좋아한다. 저하고도 사진 찍은 게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검찰은 유 전 본부장에게 2013~2014년 뇌물수수 장소로 지목된 당시 성남시청 2층 배치도를 제시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유 전 본부장은 “당시 시장실과 회의실 사이 CCTV가 정상작동 되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일화를 소환하기도 했다. “시장실에 갔는데 이재명이 테이블 위에 다리를 올려놓고 누워서 쉬고 있었다. 제가 오니 ‘어 왔어?’ 하면서 슬슬 걸어와 회의 탁자에 앉아서 얘기를 들으셨다”며 “그다음에 정진상에게 ‘CCTV 있는데 저렇게 앉아도 되냐’고 했더니 정진상이 ‘안에서도 아는 사람 몇 명 없는데 저거 가짜다. 말조심해라’ 했다”고 말했다. 정 전 실장 변호인은 지난달 재판서 “소리까지 녹음되는 CCTV가 있고 직원들에게 포위된 시청 사무실에서 뇌물을 받았다는 것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와 다른 주장이다.

검찰이 공소장에 ‘2013년 설 명절 무렵’ 줬다고 쓴 돈은 ‘1월 25일 이후, 연휴 전’이란 주장도 했다. 남욱 변호사에게 현금 2000만원을 받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 전 실장에게 1000만원씩 줬다는 돈이다. 모호했던 시점을 좁히는 데에는 남 변호사의 태국 입국 시점이 도움됐다. 유 전 본부장은 “스크린골프를 남욱과 쳤는데, 실력이 좋다고 했더니 ‘태국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왔다’고 이야기했던 게 기억난다”고 회상했다. 또 유 전 본부장은 2013년 4월 정 전 실장에게 당초 약속했던 1억원이 아닌 9000만원을 갖다주자 정 전 실장이 남 변호사 등을 두고 ‘돈도 없는 XX들 아니냐’고 말했다고도 했다.


“정진상과 정치자금 10억 구상…그는 이재명 최후의 보루”


유 전 본부장은 2010년 정 전 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이재명이 성남시장이 되면 10억원을 마련해 같이 쓰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증언했다. 유 전 본부장은 “(당시엔) 구체적으로 나오진 않았지만 (이 대표가) 시장에 당선되면 개발 사업 혹은 건설분야 쪽에 제가 일하기로 했고 그쪽에서 10억원 정도 만들자고 이야기가 됐다”며 “국회의원에 당선되지 않은 지역 위원장들을 포섭하는 데 돈을 쓰려고 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가 시장이 되기 전 10억원 만들자고 서로 얘기를 했을 뿐 실제로 만들지는 않았다”는 게 법정 밖에서 유 전 본부장이 한 설명이다.

2014년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및 남 변호사와 만나 이재명 대표의 성남시장 재선을 위한 선거 자금 조성을 논의했다고 했다. “이기성(분양대행업자)을 통해 (위례 사업) 분양대행을 주고, 거기서 남은 돈이 12억이 될 거다. 그 돈을 갖고 선거자금으로 쓰면 어떠냐고 했다”는 것이다.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연합뉴스

정 전 실장을 “이재명의 최후의 보루”라고 칭한 유 전 본부장은 “모든 건 정진상을 거쳐서 올라가는 구조”였다며 “항상 이재명과 본인을 동격시했다”고 지적했다. 유 전 본부장에 따르면 2017년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 밑에서 부시장을 지냈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영입하자, 이 대표는 ‘저건 나한테서 정진상을 데려간 것’이라고 비유하기도 했었다고 했다.

정 전 실장 변호인은 “여러차례 유도 신문이 감지된다”며 “유도신문에 의해 답변이 왜곡된 것에 대해서 증언 신빙성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객관적인 사실을 전제해 사건의 실질적인 신문을 돕기 위한 것”이라며 “이 사건은 굉장히 오랜 시간 이뤄진 일이다. 십여년 전 일이라 어느 정도 기억 환기가 필요하다”고 맞섰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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