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강풍 탄 시뻘건 불…강릉 펜션·관광지 순식간에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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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으로 거센 강풍을 탄 대형 산불이 발생한 11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난곡동에서 2㎞가량 떨어진 안현동의 한 펜션은 시뻘건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경포해수욕장과 경포호 등 관광지로 유명한 안현동 일원은 이날 오전 8시22분쯤 난곡동에서 발생한 산불로 삽시간에 폐허로 변했다.
난곡동에서 시작한 산불은 최대 순간풍속 30m의 강한 바람을 타고 3시간도 채 안 돼 안현동 일대를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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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으로 거센 강풍을 탄 대형 산불이 발생한 11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난곡동에서 2㎞가량 떨어진 안현동의 한 펜션은 시뻘건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폭격이라도 맞은 듯했다. 바로 옆 건물에서도 하얀 연기와 불길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안현동 마을은 산불로 발생한 연기로 인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고,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소방차 수십여대가 마을 곳곳마다 자리를 잡고 계속해서 물을 뿜어댔지만 강한 바람에 속수무책이었다.
경포해수욕장과 경포호 등 관광지로 유명한 안현동 일원은 이날 오전 8시22분쯤 난곡동에서 발생한 산불로 삽시간에 폐허로 변했다. 골짜기에 자리 잡고 있던 주택과 펜션들도 잿더미로 변했다. 평소 관광객들로 붐볐던 모습은 사라지고 매캐한 연기와 산불만이 도심을 가득 메웠다.
난곡동에서 시작한 산불은 최대 순간풍속 30m의 강한 바람을 타고 3시간도 채 안 돼 안현동 일대를 집어삼켰다. 산불은 강풍을 타고 이 산에서 저 산으로 도깨비불처럼 날아다녔다. 불은 경포호 일원의 소나무 숲까지 번져갔다. 불이 붙은 소나무는 강한 바람이 더해지자 ‘쩍쩍’ 굉음을 내며 타들어 갔다.
난곡동 앞 공터에도 주민들이 모여 산불이 난 마을을 넋을 놓고 바라봤다. 산불 피해를 보았다는 이복례(78·여)씨는 “70년이 넘도록 이 마을에 살았는데 이렇게 불이 난 것은 처음”이라며 “아들 전화를 받고 10시쯤 집을 나섰는데 얼마나 바람이 불던지 오토바이를 타고 넘어질 뻔했다”고 말했다. 이어 “집이 얼마나 피해를 보았는지 궁금한데 불이 워낙 크다 보니 가까이 가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산불은 태풍급 강풍이 더해지면서 더 큰 피해를 입혔다. 강풍에 대피하는 사람은 물론 불을 끄는 이들도 몸을 가누기 어려웠다. 주민 권정숙(55·여)씨는 “8시30분쯤 산불이 막 번지기 시작할 때는 서 있지 못할 만큼 엄청난 바람이 불었다”며 “헬기라도 뜰 수 있으면 더 빨리 불을 끌 수 있었을 텐데 바람이 야속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산불이 경포호 인근 아파트 바로 앞까지 번지면서 주민들이 대피했다. 아파트 주민 김모(50)씨는 “오전 9시30분쯤 관리사무소 안내 방송을 듣고 딸과 아내를 대피시켰다”며 “차까지 걸어가는 데 다리가 휘청거릴 만큼 바람이 불었다. 강릉 살면서 이런 바람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강릉시 저동의 한 도로에서 이세기(65)씨가 산불이 집어삼킨 마을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가 바라보던 야산에선 아름드리 소나무가 ‘타닥타닥’하는 굉음을 내며 시뻘건 불길을 토해냈다.
이씨는 “오전 9시쯤 집 안에 있는데 밖에서 매캐한 냄새가 들어오고 이상한 소리가 나서 밖을 나가보니 집 바로 앞까지 불이 와 있었다”며 “소 3마리를 묶었던 끈을 낫으로 끊은 후 우사의 문을 열어 놓고 곧바로 집을 뛰쳐 나왔다. 소가 어떻게 살아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강릉=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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