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독도 영유권' 또 억지 주장…"갈등관리 이중적 접근 필요"

장희준 2023. 4. 1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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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외교청서 공개…'독도 영유권' 억지 반복
'중요한 이웃'이라면서 강제징용 핵심 누락
개선 국면에서 걸림돌

일본 정부가 우리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 한 달 만에 내놓은 외교청서에서 '독도 영유권' 주장을 반복했다. 특히 강제징용 해법에서 우리 정부가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으로 여겼던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 계승' 표명을 누락시켰다. 일각에선 어렵게 개선 국면을 맞은 한일관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을 통해 "일본이 계승하기로 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은 강제징용의 근원인 식민지배 전체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담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동 선언의 정신을 변함없이 계승해나가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강제징용 해법 핵심인데…'역사인식 계승' 누락
일본 정부가 외교청서에서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을 주장한 11일 오전 외교부에 초치된 구마가이 나오키 주한일본대사관 대사대리(총괄공사)가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앞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이날 오전 열린 각의(국무회의)에서 2023 외교청서를 보고했다. 이는 우리의 외교백서에 해당하는 문서로, 일본 정부는 매년 4월 최신의 국제정세와 자국의 외교활동을 기록한 외교청서를 발표한다. 일본은 올해 외교청서에서 한국에 대해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 대응에 있어 협력해 나가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규정했다. 지난해 '중요한 이웃 나라'로 간략히 서술한 데 비해 한국의 중요성을 한층 강조한 것으로, 한일관계의 개선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다만 나머지 내용들이 논란이다. 이번 외교청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독도 영유권'에 대한 억지 주장을 되풀이하고, 지난달 발표된 강제징용 해법을 서술하면서 당시 하야시 외무상이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확인한 대목은 기술하지 않았다.

1998년 10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발표했던 한일 공동선언에는 일본의 식민 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가 담겨 있다. 따라서 이를 계승하겠다는 표명은 우리 정부가 일본 측에 꾸준히 요구했던 '성의 있는 호응'으로 여겨졌으며, 강제징용 해법 도출 과정에서 핵심으로 평가됐던 사안이다.

특히 외교청서는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봐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한 일본 고유의 영토"라며 "한국은 경비대를 상주시키는 등 국제법상 아무런 근거 없이 다케시마 불법 점거를 계속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2018년 공개된 외교청서에서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표현이 등장한 뒤 6년째 반복되는 억지다.

"다케시마 日 영토" 또 억지…정부 대응도 그대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11일 오전에 열린 각의(閣議·국무회의)에서 '2023 외교청서'를 보고했다. 외교청서에는 "한일 간에는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영유권을 둘러싼 문제가 있다"며 "다케시마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봐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한 일본 고유의 영토"(66쪽, 붉은 밑줄)라는 주장이 담겼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우리 외교부는 외교청서 공개 직후 대변인 명의 논평을 내고 "일본 정부가 외교청서를 통해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했다"며 "앞으로도 정부는 독도에 대한 일본의 어떠한 부당한 주장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 종로구 청사로 구마가이 나오키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 강력한 항의 입장을 전달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초치 과정에서) 독도뿐만 아니라 강제징용에 대해서도 의견 교환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마가이 총괄공사에게 항의를 했느냐'는 질문에는 "외교청서로 일본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평가하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도 "외교청서에서 '일본 기업에서 노동한 것으로 여겨지는 한국인'이라는, 강제성을 희석한 표현을 또다시 되풀이한 것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할 때마다 우리 정부의 대응도 해마다 비슷한 수준이다. 외교부 대변인 명의로 된 논평을 발표하고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하는 수순이다. 특히 이번 외교청서는 발표 직전 한일 간 최대 난제로 여겨졌던 강제징용 해법 발표가 있었다는 점에서 어렵사리 개선 국면을 맞은 한일관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지적하면서도 "갈등 관리를 위한 이중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독도 영유권 주장 ▲역사 교과서 왜곡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해결이 요원한 문제들과 양국 간에 협력이 필요한 사안을 별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독도에 대한 억지는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개선이 어렵다"며 "단호한 입장을 유지하되, 양국 관계가 훼손되는 방향으로 번지지 않게 관리하는 외교적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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