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규탄·경고·법적 조치"…통일장관 성명, 완전히 달라졌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11일 북한의 의도적인 소통 단절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날로 북한은 닷새째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 등 남북연락 채널을 닫은 상태다. 통일부 장관 명의의 성명이 발표된 건 10년 만이다.
권 장관은 북한의 소통 거부 움직임에 대해 "일방적이고 무책임한 태도"라면서 "이는 결국 북한 스스로를 더욱 고립시켜 더욱 어려운 지경에 처할 수밖에 없을 것임을 강력하게 경고한다"고 밝혔다. 권 장관은 또 북한이 개성공단 내 한국측 설비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재산권 침해"로 규정하며 "위법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기 위해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성명은 표면적으론 지난 7일 북한이 아무런 예고 없이 남북 통신선 정기 소통에 불응하며 의도적으로 대화를 단절한 데 대한 반응 차원에서 나왔다. 그러나 권 장관의 성명은 '담대한 구상'을 비롯한 정부의 대북 제안을 철저히 외면하고 핵무력 강화에만 매진하는 북한에 대한 상황관리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공개된 권 장관의 성명에는 '무책임''규탄''경고' 등 어휘로 북한을 강하게 비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매번 북한을 향해 대화 제의를 해왔던 통일부의 기존 입장이나 여타 성명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날 공개된 500자가량의 짧은 장관 명의의 성명에는 북한에 대화 복귀를 촉구하는 내용은 아예 담겨있지 않았다.
권 장관 이전 통일부 장관 명의의 성명이 발표된 건 10년 전인 2013년 7월 류길재 당시 장관 명의의 성명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류 장관은 본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3달 넘게 이어지던 개성공단 폐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회담을 제안했는데, 이는 대북 강경 메시지를 낸 이 날 권 장관의 성명과는 목적 자체가 다르다.
실제 권 장관도 이날 성명에서 개성공단 문제를 언급했지만, 권 장관의 성명엔 대화 제의가 아닌 북한의 개성공단 시설 무단 사용에 대한 법적 조치를 비롯한 실질적 경고의 메시지가 담겼다.
통일부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5월 10일 "개성공단 내에서 차량 움직임 등을 포착해 북측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고 밝힌 뒤 북측에 지속적으로 관련 시설에 대한 사용 중단을 촉구해 왔다. 그러나 북한은 남측의 요청을 거부한 채 공단 내 생산 설비를 계속 무단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지난 5일 노동신문에는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이 북측 근로자들의 편의를 위해 제공했던 통근 버스가 평양 시내에서 운행 중인 모습이 담긴 사진이 실리기도 했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지난 6일 개성공단 내 자산의 무단사용 중단을 요구하는 대북통지문을 북측에 전달하려고 했으나 북한은 통지문 수령조차 거부했고, 다음날인 7일부터 매일 점검해오던 공동연락사무소 소통마저 중단하고 있다.
이날 권 장관이 북한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이례적으로 단호한 입장을 보인 배경과 관련해 외교가에선 윤석열 정부의 대북 기조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은 그동안 남북 대화를 사실상 '거래'의 대상으로 여기며 소통과 단절을 번갈아 했다. 닷새째 이어지고 있는 지금의 소통 단절은 기술적 통신선 유실 등을 제외하면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이다.
결국 권 장관이 북한의 첫 의도적 대화 단절에 대해 오히려 강경한 입장으로 대처한 것은 "북한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강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최근 '북한인권보고서'를 처음으로 공개하는 등 대화에 방점을 뒀던 과거 정부와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권 장관은 이날 성명을 발표한 뒤에도 기자들과 만나 "북한은 한·미 군사훈련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그러나)북한의 긴장 고조 행위는 한반도 전체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북한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현명한 선택'을 바라는 차원에서 (장관 성명을)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는 북한의 개성공단 설비 무단 사용에 따른 법적 책임 방식에 대해서도 "남북 간 합의서가 있지만 그 합의서에 기초해 구체적인 법적 조치를 하는 데는 상당히 제한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가능한 조치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실제 행동'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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