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굿 하다 10대女 숨지게 한 무속인…2심서 "사인 질식사 아닌 폐렴, 앙심 품었다"

피고인, 2015년 피해자 15분간 구토시켜…기도 폐쇄로 질식 사망
중과실치사 혐의로 재판 넘겨져...1심서 금고 2년형
피고인 "피해자 어머니 과하게 진술해…앙심 품고 5년 만에 고소"
"딸 사망할 땐 언니 탓 안 한다더니…식당 차려달라 해 차려줘" 주장

법원 ⓒ데일리안 DB

퇴마굿을 이유로 10대 소녀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무속인이 항소심 첫 공판에서 "피해자의 사인은 질식사가 아니라 폐렴이다"이라면서 "피해자의 어머니가 앙심을 품고 자신을 5년 만에 고소했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은 시종일관 재판부에 항소심 기각을 요청했다.

1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항소 제1-2형사부(부장판사 김수경 김형작 임재훈)는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A 씨(여·60) 씨에 대한 2심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1심에서 금고 2년형을 선고받은 A 씨 측은 사실 오인 및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A 씨는 지난 2015년 지적 장애 1급인 '레트로증후군'을 앓고 있던 피해자 B 씨(여·19)의 어머니 C 씨로부터 굿을 해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A 씨는 퇴마굿을 한다는 명목으로 B 씨의 입에 한쪽 손을 넣고 다른 한쪽 손으로 가슴을 누르며 15분 동안 강제로 구토하도록 했다. 이에 B 씨는 강제 구토로 인한 기도 폐쇄로 질식했고, 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치료받던 중 숨졌다.

이로 인해 A 씨는 중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 A씨 측은 "피해자가 특이체질이라 사망했을 뿐 피고인의 행동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바닥에 눕혀진 상태에서 구토를 하면 질식으로 인한 호흡정지가 나타나는 건 쉽게 예견할 수 있는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이날 A씨 변호인은 "C 씨의 증언이 있지만, 과하게 진술된 부분이 있다"며 "C 씨는 A 씨가 당시 B 씨의 입에 주먹을 넣지도 않았는데 '넣었다'고 진술했다. 진술이 일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변호인은 "(사건 당시) C 씨도 옆에 있었으며 B 씨에게 응급처치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아울러 A씨 변호인은 "B 씨의 사인은 질식사가 아닌 폐렴이다"며 "B 씨의 사인에 대해 전문 기관에 맡겨 공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A씨 측은 C 씨가 딸이 사망한 지 5년 이상 지난 시점에서 고소를 한 것에 대해 "앙심을 품고 고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이 변호인은 "C 씨는 B 씨가 사망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A 씨를 찾아왔다. 그런데 당시에는 B 씨의 사망에 대해 A 씨의 탓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권을 얻은 A 씨는 "그 일(B 씨의 사망)이 있고 나서 법당을 없애고 산에서 기도하는데 C 씨가 찾아왔다. 그때 C 씨가 '언니, 나 일 좀 할 수 있게 식당 좀 차려달라'고 말했다"며 "그래서 식당을 두 개 차려줬다. 나는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줬다"고 진술했다.

동시에 A 씨는 "C 씨는 딸이 죽었을 때 '언니 (B 씨의 사인은) 폐렴이에요. 누구 탓도 안 해요. 언니 탓도 안 해요'라고 내게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이 몸무게가 30kg도 안 됐다. 내가 어떻게 아이 위에 올라탔겠냐"며 "뭐라고 하려면 그때 했어야 하지 않느냐. 폭행도 폭행치사도 하지 않았다"고 재차 억울함을 호소했다.

2심 선고는 오는 6월 20일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