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원 상장비리 전원 구속…짬짜미가 빚은 코인 상장의 비극
검찰이 암호화폐 상장의 대가로 코인원의 전직 임직원에게 뒷돈을 건넨 혐의를 받는 브로커 2명과 관련, 이들이 범행 기간 코인원에 대한 사실상 독점적인 상장 알선권을 갖고 있었다고 11일 밝혔다. 서울남부지검 이승형 금융조사1부장은 이날 서울 신정동 남부지검 청사에서 코인거래소 상장 비리 및 코인시장조작 중간수사 결과 브리핑을 갖고 “특정 기간에는 상장된 코인의 80% 이상을 점유할 정도로 이들 브로커를 통해서만 코인 상장이 이뤄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검찰은 지난 1월부터 코인원 상장 리베이트 비리 의혹을 수사하면서 지난달 7일 코인 상장 브로커 고모씨를 배임증재 혐의로, 지난 7일엔 코인원 상장 담당 이사였던 전모씨를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지난 10일엔 또 다른 코인 상장 브로커 황모씨와 코인원 상장팀장이었던 김모씨도 각각 배임증재와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했다. 전씨는 2020년경부터 2년 8개월간 브로커 고씨와 황씨로부터 총 20억원을, 김씨는 2년 5개월간 브로커 고씨와 황씨로부터 총 10억4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코인원 임직원이던 전씨와 김씨의 경우 처음부터 시세조종(MM·Market Making)이 예정된 코인을 거래소에 상장시켜 거래소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도 적용했다. 김씨의 경우 상장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받은 코인을 차명계좌로 현금화해 서울 한남동 소재 고급 빌라를 구매하고, 브로커 황씨는 차명계정을 통해 비트코인(BTC)·리플(XRP) 등으로 세탁을 거친 코인을 건넸다고 보고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를 함께 적용했다. 수사팀은 코인원 외 다른 암호화폐거래소에서도 유사한 경우가 있었는지도 추가로 살펴보고 있다.
특히 브로커 황씨의 경우 특정 코인 상장 뒤 시세조종을 통해 얻는 수익을 코인원 상장 담당 임직원과 나누기로 사전에 공모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재판에 넘겨진 브로커 고씨의 경우 특정 코인이 상장될 때마다 현금 1000만원을 쇼핑백에 담아 전달하거나, 1000만~2000만원 상당의 암호화폐 테더(USDT)를 건넸다고 공소장에 적시됐다. 그런데 황씨는 상장이 예정된 코인을 미리 발행사로부터 받은 뒤 실제 상장이 되면 해당 코인을 통해 취득한 이익을 코인원 상장 담당 임직원과 일정 비율로 나누기로 사전에 약정했다.
이 부장검사는 “코인 상장 초기 시장 원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가격은 전혀 문제가 될 게 없지만, 자전거래를 통해 코인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MM은 문제가 된다”며 “수사 대상이 된 코인은 증권이 아니라서 시세조종 행위 자체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순 없어도, 거래소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는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식시장에선 상장 초기 거래량이 너무 줄어드는 걸 방지하기 위해 매수·매도 주문 사이 공백이 있으면 호가를 메워주는 차원의 시장조성 행위를 엄격한 조건 하에 허용하고 있지만, 코인시장은 그런 규제의 틀이 없기 때문에 특정 가격을 목표로 설정하고 자전거래를 통해 MM을 한 코인에 대해서만 업무방해로 봤다”고 부연했다.
브로커들은 상장을 알선하는 것 외에도 특정 MM 업체와 계약하도록 하는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직접 MM을 진행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특정 코인 발행사에 코인 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사설 거래소나 외부 감사업체를 소개시켜 준 뒤 수수료를 받아 그 일부를 코인원 상장 담당 임직원과 공유하기도 했다. 검찰은 코인원 상장 담당 임직원들이 이 같은 인위적 시세조종 관련 행위를 조장하거나 묵인했다고 보고 있다. 이 부장검사는 “증권으로 보기 어려운 암호화폐에 대한 인위적 시장가격 조작 자체에 대해선 별도의 처벌규정이 없다”며 “기존 규제나 집행의 틀이 다 짜여진 주식과 달리 코인은 공백이 많아 입법적인 해결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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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퓨리에버 발행사, 영세하고 부채비율 높아”
한편, 서울남부지검은 “최근 서울 강남구 납치·살인 사건의 배경이 된 퓨리에버(PURE)코인의 경우도 대표적인 김치코인으로 발행재단이 영세하고 부채비율이 매우 높은 등 재정상황이 불량했는데도, 거래소에 단독 상장됐고 상장 직후 MM을 통한 ‘펌프 앤 덤프(Pump and Dump·싼 값에 취득한 코인의 가격을 특정 가격까지 올려 파는 것) 행위로 다수 투자자들의 피해가 발생했으며 결국 살인이라는 비극적 사건에까지 이르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거래소 일부 임직원과 브로커 간 구조적 유착 비리 외에 퓨리에버코인을 포함한 발행사에 대해서는 여건상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하진 못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의존하는 백서(White Paper)의 법적 성격도 정해진 게 없는 데다 검증되지 않은 내용들이 대부분이므로 그대로 신뢰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MM 작업을 내세워 투자자들의 매수 참여를 유인하는 사례도 발견되는데, 투자자들은 이와 같은 코인에 투자하는 것이 자칫 시세조종 물량을 받아주는 처지로 전락할 위험한 행동이라는 점에 유념해 정상적이고 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수립하는 게 타당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불법적 시세조종 행위로 대규모 이익을 취득한 코인 발행사나 MM업체에 대해선 추가로 수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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