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1년, 동화사 찾은 박근혜…지지자 "대통령 다시 하이소"
박근혜 전 대통령이 11일 대구 동화사를 찾았다. 지난해 3월 대구 달성군 사저에 입주한 이후 1년여 만에 첫 공개 외출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첫 공개 외출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의전 승용차를 타고 동구 도학동 동화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트레이드 마크인 올림머리에 흰색 재킷과 베이지색 바지를 입고 진주목걸이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동화사 설법전 앞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은 차에서 내린 뒤 의현 큰 스님으로부터 꽃다발을 건네받으며 활짝 웃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측근 유영하 변호사, 경호원 등과 동행했다. 불자와 지지자 등 인파 300여 명이 박 전 대통령을 반겼다. 일부는 “대통령 다시 하이소” “얼굴 좀 자주 보여달라”고 외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손을 흔들며 화답했고, 지지자들이 내민 손을 잡아주기도 했다. 계단을 오르면서는 두어번 발을 헛디뎠다. 주변 사람들이 괜찮냐고 묻자 박 전 대통령은 "앞을 잘 안 보면 잘 넘어져서"라고 짧게 답했다.
박 전 대통령은 동화사 경내 불상인 통일약사여래대불로 이동해 분향한 뒤, 스님들이 외는 축원문을 말없이 합장하며 들었다.
이날 의현 큰스님은 “박 전 대통령께서 동화사에 와주신 것을 불자들 모두가 환영한다”면서 “박 전 대통령은 비선 실세를 하신 게 없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수 백만명이 비선 실세”라고 말했다.
의현 큰스님 축하 인사
박 전 대통령은 이후 별다른 발언 없이 차를 마시기 위해 사찰음식 체험관으로 이동했다. 이후에는 동화사 관계자들과 오찬도 같이 했다. 식사는 산나물 위주 사찰음식으로 준비됐다.
당시 동석했던 이들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방장 큰스님과 여러 신도님, 국민을 오랜만에 뵙게 돼서 참 반가웠다”며 “식사도 따뜻하게 잘 준비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의현 큰스님은 “건강 잘 챙기시고, 암자 길을 재정비하고 나면 그때 다시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고, 박 전 대통령은 “그때 기회가 되면 꼭 다시 오겠다”고 답했다.
박 전 대통령 동화사 방문은 평소 친분이 있었던 의현 큰스님의 초대로 이뤄졌다. 지난 2월 박 전 대통령 생일 당시 의현 큰스님은 축하 난을 보내며 동화사 방문을 요청했다. 박 전 대통령은 최근 대한불교조계종 팔공총림 제2대 방장(方丈)으로 추대된 의현 큰스님을 축하할 겸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통하는 유영하 변호사는 이날 “박 전 대통령 건강은 1년 전보다 많이 좋아지셨다”며 “평지는 쉽게 걸으시지만, 아직 오르막이나 내리막을 걷기에는 불편해하신다”고 말했다.
유영하 "정치적 해석 말아달라"
다만 이번 외출을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유 변호사는 이날 “오랜만에 나들이 오셨는데 좀 편안하게 왔다가 가실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큰 의미를 부여할 사안은 아니다.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24일 사면·복권 후 고향인 달성군 사저에 입주했다. 당시만 해도 대구가 다시 ‘보수의 성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이 대구에서 이른바 사저 정치를 이어가면서 보수진영 구심이 될 것이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년여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해 4월 8일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측근인 유 변호사가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자 온라인을 통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어 5월 10일 ‘제20대 대통령 취임식’ 참석이 마지막 공식 석상이었다.
다만 앞으로는 전통시장 등도 방문하며 공개 일정을 늘릴 계획이다. 유 변호사는 “조만간 박 전 대통령이 산책 겸 지역 전통시장도 들를 예정이다”고 말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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