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브의 '똑똑한' 가사 듣고 반성했습니다 [헤드폰을 쓰세요]
소피마르소의 머리 위로 헤드폰이 내려앉은 순간, 사랑은 시작됐습니다. 소녀의 눈앞에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지요. 아등바등 사느라 자주 놓치게 되는 당신의 낭만을 위하여, 잠시 헤드폰을 써보면 어떨까요. 어쩌면 현실보단 노래 속의 꿈들이 진실일지도 모르니까요. Dreams are my reality. <기자말>
[손화신 기자]
▲ IVE (아이브) |
ⓒ 스타쉽엔터테인먼트 |
아이브가 지난 10일 첫 번째 정규앨범 <아이해브 아이브(I've IVE)>를 발매하면서, 앞서 선 공개했던 '키치'와 새롭게 공개한 타이틀곡 '아이엠'이 음원차트 1, 2위를 엎치락뒤치락 하는 모양새인 것. 국내 최대 음악플랫폼 멜론에서는 여전히 '키치'가 1위를 지키고 있고, 벅스와 지니 등에선 '아이엠'이 '키치'를 2위로 밀어냈다.
무려 석 달 동안이나 음원차트 1위를 장기 집권한 뉴진스의 'Ditto(디토)'의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이번 아이브의 차트 싹쓸이는 더욱 흥미로운 사건으로 보인다. 'K팝 게임체인저'라는 귀한 수식어를 공동으로 쓰고 있는, K팝에서 가장 핫한 두 그룹이 정면으로 맞붙은 셈이다.
데뷔곡 'ELEVEN(일레븐)'부터 'LOVE DIVE(러브 다이브)', 'After LIKE(애프터 라이크)'까지 데뷔 1년도 채 안 돼 3연속 홈런을 친 아이브가, 이번에도 대형 홈런을 치면서 대세임을 확실히 입증했다. 아이브의 어떤 매력에 대중은 열광하는 걸까.
▲ IVE (아이브) |
ⓒ 스타쉽엔터테인먼트 |
전작 '애프터 라이크'에서 "두 번 세 번 피곤하게 자꾸 질문하지 마/ 내 장점이 뭔지 알아?/ 바로 솔직한 거야"라는 구절이 밈으로 유행했을 만큼 대중의 뇌리에 깊이 박혔는데, 이렇듯 아이브 곡의 노랫말들은 상대방의 말문을 막히게 하는 똑 부러짐이 있다. 사랑받길 갈구하는 수동적인 소녀의 여림이 아니라, 상대에게 촌철살인의 한 마디로써 어퍼컷을 날리는 힘이 있는 것. 다른 말로 하자면, 아무 것도 모르는 순진함이 아닌, 알 것은 아는 성숙함이다.
"난 잘 살아 내 걱정은 낭비야/
네가 보낸 DM을 읽고 나서 답이 없는 게/ 내 답이야 (That's my style)"
이런 노랫말을 듣고 있으면 정말 MZ 세대가 내 앞에서 당당하게 자기 할 말을 하고 있는 것만 같다. 그 당돌함에 처음에는 약간 당황스럽기도 하고 속으로 '뭐지?' 싶지만, 따지고 보면 틀린 말이 하나도 없어서 그냥 듣고 있을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상상된다. DM을 읽었는데도 왜 답장이 없느냐 묻는 말에 "답이 없는 게 내 답이야"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데 어떤 말을 더 할 수 있겠나. 똑똑함에 항복이다.
"My favorite things 그런 것들엔 좀/ 점수를 매기지 마"
이 대목도 흥미롭다. 점수 매기고 줄 세우기 좋아하는 기성세대에게 한 방 날리는 것 같기도 하고,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인 가스라이팅을 일삼는 친구에게 한 방 날리는 것 같기도 하다.
"달콤한 말, 뒤에 숨긴 너의 의도대로/ 따라가진 않을 거야/ 난 똑똑하니까"
"난 절대 끌리지 않는 것에 끌려가지 않아/ That's my style"
나는 이 부분 가사를 듣고 심지어 자신을 반성하기도 했다. 살면서 내가 끌리지 않아도, 원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남에게 끌려갈 때가 종종 있었는데 이 가사를 듣는 순간 '그렇게 좀 살지 마' 하고 꾸지람을 듣는 듯했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타인의 말에 순응하는 '착한 아이 증후군'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이 가사에 뼈를 맞지 않았을까 싶다.
아이브는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자기 확신을 발표곡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키치'는 비록 타이틀곡은 아니지만 아이브의 이러한 정체성과 메시지를 확실하게 품고 있는 곡이라고 본다.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면 뭐 어때", "쓸데없는 생각 따위 Go away"라는 직접적 표현의 가사를 통해서도 이들의 가치관이 잘 드러난다.
▲ IVE (아이브) |
ⓒ 스타쉽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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