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터진 뒤, 간호협회 자리 박찼다…간호법 '당정 중재안'에 반발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13일 본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예고한 가운데, 정부·여당이 11일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민주당 등의 반대가 커 진통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정부, 대한의사협회·대한간호협회·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과 함께 민·당·정 간담회를 열고 간호법과 의료법 중재안을 발표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관련 민간단체들에) 한발씩 양보해서 어느 정도 서로 원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해법을 모색하자고 요청했다”며 “먼저 당정이 중재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돼 13일 표결이 예정된 간호법·의료법을 두고, 당정은 앞서 9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관련 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해 중재안을 마련하고, 민주당에 이를 제안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당정이 이날 제시한 간호법 중재안은 ▶ 제정안 명칭을 ‘간호법’에서 ‘간호사 처우 등에 관한 법’으로 변경 ▶ 간호사·간호조무사 등 업무 관련 내용은 제정안이 아닌, 기존 의료법에 존치 ▶ 제정안 제1조(목적)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에서 ‘지역사회’ 문구 삭제 ▶간호조무사 자격시험 응시자격을 ‘특성화고 졸업 또는 간호학원 수료’로 한정하지 않고 ‘특성화고 졸업 이상’으로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여당 복지위 관계자는 “‘지역사회’ 문구를 삭제함으로써, 간호사가 지역사회에서 의사 지도 없이 단독 의료행위, 단독 개원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하고, 또 간호조무사의 학력 제한을 없애 차별 논란을 불식시킨 게 이번 중재안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당정은 중재안을 놓고 관련 민간단체와 합의에 이르진 못했다. 의협과 간호조무사협회는 중재안을 사실상 수용했지만, 간호협회가 격렬하게 반발하면서다. 간담회가 비공개로 진행된 지 1시간 만에 회의장 안에선 고성이 터져 나왔고, 급기야 간호단체들은 일제히 퇴장했다. 이들은 기자들과 만나 “오늘 자리 자체가 불공정하다. 반대하는 사람만 모아놓고 회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정책위의장은 중앙일보 통화에서 “간호협회에서 보완을 더 요구할 점이 있다면 앞으로 당정 간 조율을 거쳐 보완하려 한다”며 “일단 이 내용을 토대로 여야 합의점을 모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원안’을 고수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간호법을 간호사 처우 개선법으로 축소한다는 것은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의료법도 마찬가지”라며 “손 놓고 있다가 이제야 부랴부랴 직회부를 앞두고 하는 척만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또다시 시한을 미루기 위한 꼼수로 대응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이 내놓은 소위 중재안은 (기존에 본인들이 주장하던 것과) 달라진 내용이 하나도 없다”며 “민주당은 간호법과 의료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원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민주당이 즉각 “정부안 수용 불가” 방침으로 맞서며, 13일 본회의까지 여야가 협상을 재개하기란 난망한 분위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아직 본회의까지 시간이 남긴 했다”라면서도 “원안을 강행 처리할지 여당과 협상할지는 사실 민주당이 결정할 몫”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 강행처리를 한다면, 양곡관리법에 이어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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