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루처럼 사라진 1위 모습…한화의 'again 2022'
차승윤 2023. 4. 11. 16:44
한화 이글스는 10일 기준으로 KBO리그 최하위(1승 6패)에 있다. 익숙한 위치다. 한화는 2020년부터 지난 3년 동안 최하위였다.
그래도 지난 3월 시범경기를 떠올리면 의아하다. 한화는 2023시즌 시범경기에서 9승 3패 1무로 1위에 올랐다. 타율(0.282) 출루율(0.381) 타점(75점) 득점권 타율(0.325)에서 모두 1위였다. 불펜 평균자책점 2위(2.54)의 마운드도 기대 이상이었다.
한화는 2021년에도 시범경기 1위를 하고 정규시즌 최하위에 그친 바 있다. 그러나 지난겨울 채은성과 이태양 등 FA(자유계약선수) 전력 보강이 있던 만큼 '올해는 다르다'는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2년 전) 한화는 노련한 상대 선수들의 노림수에 당했고, 그게 연패로 이어졌다. (반면 한화는) 젊은 선수들이 많아 상승세가 빨리 식었다. 이제 베테랑들이 많아졌고, 기존 선수들도 지난 2년 동안 성숙해졌다. 각 파트에서 베테랑들이 젊은 선수들을 잘 잡아줘 선수단이 단단해졌다"고 자평했다.
채은성 역시 "단순히 승리했다고 좋아졌다는 게 아니다. 좋은 팀들이 하는 플레이들을 정말 많이 했다. 한 점을 막는 수비를 해냈고, 진루타나 한 베이스를 더 가는 플레이가 많았다"고 짚었다.
그러나 개막 후 한화는 시범경기와 정반대의 팀이 됐다. 점수만 보면 지난해보다 낫다. 개막 후 세 경기는 모두 1점 차로 패했고 싹쓸이 패배를 당한 SSG 랜더스와 3연전에서도 두 경기가 연장전 승부였다. 경기 내용이 팽팽했고, 결과가 불운했다고 볼 수도 있다.
지난해 보이지 않았던 장점들이 있다. 시범경기 최고 스타였던 3번 타자 노시환은 10일 기준 타율 0.419(1위) 13안타(1위) 1홈런 7득점(2위)으로 정규시즌에도 활약 중이다.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가 0.66(스포츠투아이 기준)으로 전체 1위다. 4번 타자 채은성은 타율 0.345 2홈런 9타점(1위) 5득점으로 6년 90억원 계약으로 영입한 '돈값'을 해내고 있다.
그러나 기본기가 그 '한 끗 차이' 패배로 이어졌다. 2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는 주루사와 결정적인 실책이 발목을 잡았고, 8일 SSG전에서는 10회 초 병살 처리 상황에서 3루수 송구 실책이 나와 결승점을 내줬다. 9일 경기에서도 실책 2개와 폭투 2개로 2점을 내준 끝에 0-3으로 패했다. 팀 주루사가 7개로 1위, 폭투가 4개로 공동 1위다. 시범경기 승리의 원동력이 된 불펜도 평균자책점 4.50(6위)에 그쳤다. 즉 한화의 초반 부진은 아쉬운 패배가 아닌 실력의 차이로 나온 결과에 가깝다.
9일 만난 수베로 감독은 "경기 내용에서 지난해와 비슷한 부분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범경기에서 내렸던 것과 정반대 평가가 불과 열흘 만에 나왔다. 수베로 감독은 "경기의 질은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으나 작년과 달라진 부분은 노시환과 채은성 두 사람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수베로 감독은 결국 멘털 싸움이라고 짚었다. 그는 "꾸준하게, 마지막 아웃 카운트가 잡힐 때까지 경기력을 보여주는 게 굉장히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며 "더 자신감 있게 해야 한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결국 우리가 이기는 방법"이라고 전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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