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민석입니다, 군함도는 못 막았지만 이건 막아야겠습니다

안민석 2023. 4. 1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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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4일의 짧지만 빡빡한 일본 방문기...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신청? 안 될 일입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일본에 방문해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신청 철회 운동을 한 이야기를 보내와 싣습니다. <편집자말>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석열 대통령의 '친일언행'으로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합니다. 강제징용 제3자 변제에 이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일본 교과서 독도 표기 그리고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추진 등으로 일본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 감정이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2019년 한일전 데자뷔 같습니다.

사도광산은 군함도처럼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제 말기 일본에서 조선인 강제징용 노역현장 100여 곳 중 한 곳입니다. 2015년 강제징용 기록을 뺀 군함도 유네스코 등재에 이어 일본정부는 강제징용 시기를 빼고 사도광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저는 뜻을 함께하는 국회의원들과 사도광산 등재신청 철회 운동에 앞장섰습니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4월 6일 출국 기자회견.
ⓒ 안민석
  
약탈문화재 환수운동을 10년 넘게 함께해온 김준혁 한신대 교수로부터 연초에 '일본이 강제동원 시기를 빼고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를 재추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즉각 국회 전문가토론회 개최 후 더욱 확신을 갖고 여야 국회의원들의 뜻을 모으는 실천에 돌입했습니다.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반대 국회촉구결의안을 대표 발의해 3.1절 전에 빛의 속도로 통과됐는데 홍익표 문화체육관광위원장과 여야 위원들의 협력 덕분이었습니다. 2월 27일 역사적인 결의안이 여야 만장 일치로 통과되는 순간 대한민국 정치인으로 사도광산 등재를 저지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갖게 됐습니다.
 
 일본 정부의 사도 광산 세계유산 등재 재신청 철회 및 일본 근대산업시설 유네스코 권고 이행 촉구 결의안 본회의 만장일치 통과 당시 모습.
ⓒ 안민석
  
파리에 본부를 둔 유네스코 이코머스 위원회 6월 방문에 앞서 사도광산을 찾아 강제징용 자료를 조사하고 관계자들을 만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이에 방문단을 구성하고 국회 공식 출장을 허락받았습니다.

방문단은 3.1절 동경에 위치한 한국YMCA에서 기자회견을 함께 한 임종성, 양정숙, 윤미향 의원으로 구성했고 김민철 국사편찬위원, 전병덕 인권변호사, 김준혁 한신대 교수, 이규민 전 의원도 포함했습니다. 4월 6일부터 9일까지 3박 4일의 짧지만 빡빡한 일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6일 니이가타 도착(동경~니카타 신칸센) : 16:00 니이카타 총영사 간담회 / 18:00 한일역사연대시민단 간담회(니이가타국제정보대학 요시자와 후미토시교수 주선)

●7일 사도 입도 : 9:20 카페리 탑승 / 11:50 사도 도착 / 아라이 마리 사도시의회의원 합류 / 13:10 현지 시찰 시작

●8일 10:00 사도강제동원 사실 조사 시민단체 활동가들과의 간담회 : 하야시 미치오 스님 小杉邦男(코스기 쿠니오,전사도시의회의원)石﨑澄夫(이시자키 스미오, 전고등학교교사)永田治人(나가타 하루토,전고등학교교사)

●9일 니이가타 출발 13:00 동경 재일동포 사도광산 보고 및 간담회 / 15:00 동경 산업유산정보센터 규탄기자회견

사도섬에 가려면 동경에서 니이카타까지 신칸센을 타고 두 시간 걸리니 서울-부산 정도 가야 합니다. 사도광산은 니이가타 항구에서 카페리로 2시간 30분 걸리는데 부산에서 제주보다 좀 먼 거리입니다. 동경-니카타-사도의 동선은 서울에서 기차로 부산으로 가서 제주까지 카페리 타고 가는 정도로 보면 큰 차이가 없을 듯합니다.
 동경역 앞에서.
ⓒ 안민석
 
사도섬으로 

사도섬 면적은 제주의 절반인데 인구는 제주의 1/10 정도인 5만 명에 불과해 폐가옥이 사람 사는 가옥보다 많은 폐광섬처럼 보입니다. 당시 강제동원 조선인들은 열차에 호송돼 여수에 도착, 밤배로 여수를 출항해 시모노세키에 도착해 다시 트럭으로 호송돼 니카타항구에 도착 후 배로 8시간 걸려 사도섬에 도착했습니다.

일제 말기 1500여 명에 이르는 사도광산 강제징집자들의 출신은 주로 충남인데 아마 조선인 모집책의 고향이 충남이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도에 도착하니 곳곳에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신청 축하 문구가 눈에 들어 왔습니다.
 
 사도광산 등재 신청 축하 문구.
ⓒ 안민석
 사도광산 등재 신청 축하 문구.
ⓒ 안민석
 
1992년 사도의 한 스님이 부여에 가서 찍은 사도광산 강제징용 피해자 인터뷰 동영상을 방문단과 함께 봤습니다. 강제로 모집된 징집자들은 1차로 이리(익산)에 집결해 감시 속에 수 일을 기다린 후 기차로 여수항으로 갔습니다. 집을 떠나는 17세 아들을 보며 우셨던 어머니의 모습이 생생하다는 생존자의 증언을 들으니 가슴이 먹먹합니다.

이처럼 일본 정부의 노무동원계획에 따라 1939년부터 1945년까지 조선 노동자 1500여 명이 감언과 폭력에 의해 사도광산에 동원됐습니다. 수십여 명이 죽고 150여 명이 탈출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도광산, 군함도와 같은 탄광뿐만 아니라 건설과 공장에 강제징용된 조선인 노동자들이 67만 명에 달하지만 일본은 강제성이 없었고 자발적이었다고 주장합니다. 차별도 없었고 한국과 일본인이 대동아공영을 위해 공동 노력했다는 일본 정부의 공식입장을 결코 동의할 수 없지요. 일본 정부는 역사 날조를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일본이란 나라의 국격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군함도 홍보물.
ⓒ 안민석
 
 군함도 홍보물.
ⓒ 안민석
  
일본이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시기를 19세기 중반까지인 에도시대로 한정하고 근대 이후를 제외한 것은 강제징용 사실을 은폐하려는 '꼼수'입니다. 조선인 노동자 강제노역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시기를 에도시대로 한정한 것입니다. 

일본은 전쟁 당시 1938년에 만들어진 광석의 분류, 제련 장소인 기타자와 부유선 광장을 세계유산 홍보에 이용하면서도 그 시기에 이루어진 조선인 강제동원을 은폐하기 위해 이번 유네스코 신청에서는 정작 그 시설을 제외했습니다.

'꼼수' 등재신청인 이유... 그리고 일본에서 만난 양심적 의원들
 
 1938년 세운 광석 분류와 제련을 하는 부유선광장.
ⓒ 안민석
 
사도 주민들은 부유선광장이 세계유산 목록으로 포함되길 기대하고 강력히 요구했지만, 제외된 사실만 보더라도 의도적인 '꼼수' 등재입니다. 군함도처럼 강제징용 기록을 하지 않아서 유네스코에게 압력을 받지 않으려면, 사도광산을 애초 에도시대만 한정하는 것이 일본의 전략인 듯합니다. 
따라서 일본의 의도를 유네스코에 알려 두 번 다시 속지 말고 '제2의 군함도'를 막는 것이 사도광산 등재 저지 운동의 핵심입니다. 사도광산을 막으면 군함도 강제징용 역사도 더 이상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부유선광장에서 사도광산 등재 철회 요구.
ⓒ 안민석
  
물론 양심적인 일본인들도 있습니다. 니카다국제정보대학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는 요시자와 후미토시 교수는 사도광산 연구를 하면서 조선인 강제징집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한국의 방문단과 간담회를 하는 동안 양심과 소신 있는 발언을 한 일본 지식인에게 존경을 표했습니다. 사도광산 전문연구자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 대한 그의 우려에 대해 한일 간 공동연구가 필요하다는 제안에 모두 공감했습니다. 
 
 요시자와 후미토시 교수(좌)가 발제하고 재일동포 3세 김광민 선생이 통역.
ⓒ 안민석
  
사도광산 강제징용 사실을 알려온 소신파 정치인도 있었습니다. 아라이 마리 사도시의원은 사도 일정 내내 한국방문단을 안내하며 조선인 강제징용의 사실을 알려줬습니다.
조선인 집단 주거지와 우물, 식당 등 빈터만 남고 수풀이 우거진 흔적을 따라 진지하게 안내해 주었습니다. 아라이 의원이 아니었다면 방문단은 조선인 강제징용의 흔적을 찾지 못했을 것입니다.
 
 조선인 집단 숙소와 우물.
ⓒ 안민석
 
 조선인 집단 숙소와 우물.
ⓒ 안민석
  
2024년 선거를 앞두고 유네스코 등재를 갈망하는 사도 주민들과 반대의 입장을 가진 아라이 의원의 소신과 양심을 존경합니다. 이번 사도광산 방문에서 아라이 의원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지난해 사도광산을 취재보도한 KBS 윤진 기자가 아라이 의원을 소개해 방문단과의 만남이 이뤄졌습니다. 아라이 의원은 저보다 한 살 아래일 뿐 아니라 저처럼 교육자 출신 정치인인지라 금방 친구처럼 친해져서 앞으로 진실을 향한 헌신과 노력을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진실과 소신의 아라이 마리 사도시의원.
ⓒ 안민석
 
아라이 의원에게 사도광산의 진실을 알려준 하야시 미치오 스님도 만났습니다. 사도광산 강제징용 자료를 평생 모아온 조총련 계열의 장명수 선생의 자료가 화재로 소실됐다고 하니 너무 아쉽습니다.

장명수 선생 사망 후 하야시 스님은 최초로 사도광산 조선인 강제징용 사실을 세상에 폭로한 후 지난 30년간 사도광산 조선인 강제징용 사실을 알리는 노력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건강이 악화되자 자료 일체를 아라이 의원에게 넘겨줬습니다.

우리 정부가 감사패라도 드려야 할 분인데 특히 1990년대 초 충남에 사는 피해 생존자들과 인터뷰한 동영상 자료를 보여줬습니다. 생존자는 새벽 5시에 아침을 먹고 6시에 갱으로 들어가는 참혹한 노동현실을 증언했습니다. 400명의 조선인 담배명부가 확인됐는데도 강제징용 사실을 부인하는 일본정부의 뻔뻔함에 치가 떨립니다.
 
 하야시 미시오 스님에게 국회 결의안 전달.
ⓒ 안민석
  
일본은 침략지배 역사를 부정합니다. 20만여 명의 위안부와 67만 명 강제징용 등 강제동원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아베 정권 이후 노골적인 일본의 신군국주의 부활 때문입니다. 한미일 군사동맹을 주도하는 미국이 의도하는 대로 일본에게 과거를 팔아 미래를 사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굴욕외교는 반민족적인 어리석은 짓으로 지탄받아 마땅합니다.
이번 사도광산 방문은 일본 현지 언론의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이번 사도광산 방문 일정 관련 현지 언론 반응.
ⓒ 안민석
 
 이번 사도광산 방문 일정 관련 현지 언론 반응.
ⓒ 안민석
  
사도광산 현장 답사를 마치며 사도광산을 자랑하는 기념관 앞에서 '유네스코 등재 추진을 철회하라'는 현수막을 펼치며 구호를 힘차게 외쳤습니다.
동경역에서, 부유선광장에서, 사도광산 기념관 앞에서 방문단은 일본의 역사날조를 규탄했습니다. 우리들의 함성이 울려 퍼져 제2의 군함도인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저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군함도는 막지 못했지만 사도광산은 꼭 막겠습니다.
 
 사도광산 기념관에서 일본 규탄.
ⓒ 안민석
 
한일 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더이상 역사를 왜곡하지 말고 진실을 밝혀야 합니다. 일본의 사도광산 유네스코 재등재 신청이 유네스코 정신에도 맞지 않으므로 사도광산의 왜곡된 역사가 유네스코에 등재되지 않도록 국제적인 연대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사도광산의 진실을 알리고 유네스코 등재를 막는 일은 정치인의 의무입니다.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과 평화를 위해 헌신하고자 합니다. 마지막 일정으로 역사를 날조하고 있는 일본 근대산업화 홍보관인 동경 산업유산정보센터 정문에서 규탄기자회견을 마친 후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사도광산 저지에 국민의 많은 관심과 응원 바랍니다.
 
 동경 산업유산정보센터 정문에서 규탄 기자회견.
ⓒ 안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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