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사망' 4년... 그런데 '안전한 임신중지법'은 왜 없나

박정훈 2023. 4. 1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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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임신중지권 보장하는 '낙태죄 보완입법' 촉구... "여성들, 여전히 사각지대로 내몰려"

[박정훈 기자]

 이은주,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 배복주 정의당 전 부대표가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낙태죄 폐지 입법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장혜영 의원 페이스북
 
"낙태죄 사망(1953~2020)"

<오마이뉴스>는 4년 전 오늘, 헌법재판소의 형법 내 낙태 처벌 조항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위와 같은 제목으로 전했다. 실제로 2021년부터 임신중지는 더 이상 '범죄'가 아니다(관련 기사: 낙태죄 사망 (1953~2020) https://omn.kr/1ij04 ).

하지만 임신중지권을 보장하기 위한 보건의료체계를 마련할 수 있는 낙태죄 폐지 이후의 '보완 입법'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헌법재판소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국회에 2020년까지 보완입법을 요구했으나, 후속 입법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임신중지약(유산 유도제)인 미프진 등이 아직 국내에 도입되지 않았고, 여성들은 임신중지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병원마다 임신중지 수술 여부나, 비용도 천차만별이다. 임신중지가 '비범죄화'됐지만 정부·국회가 사실상 법의 공백을 방치하면서, 여성들의 '안전한 임신중지권'은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의당은 '낙태죄 헌법불합치' 4년을 맞아,11일  국회 소통관에서 낙태죄 폐지 입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낙태죄 헌법 불합치 4년, 국회는 임신중지권을 여성의 건강권으로서 보장하라"라고 요구했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을 한지 4년이 되었고, 낙태죄가 폐지된 지 2년이 더 경과했다"라며 "하지만 여성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입법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임신중단이 범죄는 아니게 되었지만, 여전히 '존재하지 않는' 행위로 취급되고 있다. 관련 법의 공백은 여성 건강권을 위협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표는 정의당이 2020년 발의했으나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상정조차 안 된 '낙태죄 폐지 3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법안에는 ▲현행<모자보건법>의 인공임신중절수술 허용한계규정을 삭제하여 허용주수나 사유제한 삭제 ▲안전한 임신중단을 위한 표준적인 진료기준마련과 의료의 질관리, 의료기관에 관한 정보 제공 ▲유산·사산에 준하는 휴가 제공으로 건강권 보호 등의 내용을 담겨 있다.

그는 "모든 사람이 인간의 존엄을 바탕으로 임신 및 임신중단, 출산과 양육의 전 과정에서 권리를 보장받고,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라며 "정의당은 안전한 임신중단과 여성 건강권 보장이 공적 체계 안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입법·정책적 노력을 다할 것이다. 다른 정당들도 논의에 책임있게 임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미프진 국내에 도입 시급... 언제까지 임신중지 숨겨야 하나"
 
 2019년 4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가 헌법불합치 판결이 나오자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던 여성단체 회원들이 환호를 하고 있다.
ⓒ 이희훈
 
장혜영 의원은 "국회의 직무유기 뒤에 숨어서 덩달아 직무유기 중인 정부에도 촉구한다"라며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는 망발을 지금 당장 멈추고 임신중지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해소하고 안전한 임신 중지를 위한 보건의료체계를 구축하는 일에 앞장서라"라고 요구했다.

나아가 "여성의 존엄 없는 저출생 대책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안전한 임신중지와 권리에 대한 관점을 정부의 정책에 근본적으로 반영하라"라고 말했다.

배복주 전 부대표는 임신중지 약물의 국내 도입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국가는 여성이 어떤 상황과 사유에 따라 임신 및 임신중지를 선택하고 결정한다면, 그 결정에 따른 공적 정보 제공과 의료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정책을 즉시 마련해야 한다"라며 "시급하게는 WHO(세계보건기구) 필수의약품으로 등재되어 있는 미프진을 국내에서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 및 도입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현대약품은 미프진 수입허가 요청을 했지만 식약처의 보완요구로 자진철회한 바 있다"라며 "이는 임신중지를 원하는 여성이 위험을 감수하고 개인적으로 해외사이트를 통해 구매하게 되고, 이에 따른 추가적 비용 부담 및 부작용으로 고통을 받는 결과를 초래한다"라고 설명했다.

정의당은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어떤 시스템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행 보건의료체계가 임신중지를 결정한 여성들을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다"라며 "임신중단 수술 비용은 '부르는 게 값' 이며 유산유도제는 여전히 불법적인 통로를 통해 구매할 수밖에 없다. 죄는 아니되, 여전히 임신중지는 숨겨야 할 일로 남아있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은 아직도 낙태죄가 존재하던 2019년 4월 11일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라며 "정의당은 임신중단 건강보험 적용, 유산유도제 도입 등을 통해 공적 보건의료 체계 하에서 여성의 임신중단권과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에 앞장서겠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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