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악마화'가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인가

박성우 2023. 4. 1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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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차별없는서울대행진] 최악의 반노동 정부, 폭넓은 사회연대로 맞서야

4월 4일(화)부터 4월 15일(토)까지 2023년 차별없는서울대행진이 개최됩니다. 최근의 도시·가스 요금 폭등, 작년 이태원 참사와 폭우 참사를 비롯한 재난 및 기후위기 등 삶의 위기가 노동자 시민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서울시는 이러한 위기로부터 시민을 보호할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대책을 요구하는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를 탄압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부터 탄압을 뚫고, 위기에 맞서는 실천을 만들어가는 ‘2023 차별없는서울대행진’의 이야기를 7회에 걸친 기획연재로 전합니다. <기자말>

[박성우 기자]

 13일 경찰이 전국건설노동조합 부울경건설기계지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자 민주노총 부산본부가 이를 규탄하며 노동복지회관 현장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민주노총 부산본부
다음 달이면 윤석열 정부 출범 만 1년이다. 출범 당시 '윤석열 정부 120대 국정과제' 어디에도 문재인 정부와 구별되는 특별한 노동정책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전 정부 장관들과 달리 취임사에서 '노동자' 대신 '근로자'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상징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반노동 정부의 앞날을 알려주는 듯했다. 한 달여 뒤에는 양대 노동조건인 임금과 노동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담은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현재 논란이 되는 '주 69시간제'의 밑그림이었다.

이후 화물연대 파업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정부는 지난해 12월 3대 개혁과제(노동, 교육, 연금)를 제시했다. 그 최우선 추진 대상이 노동 개혁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이 1순위로 언급한 것은 어이없게도 '노동조합 부패와 회계 불투명'을 위시한 '노동조합 개혁'이었다. 노조 회계 투명화가 국가의 1순위 개혁과제라고? 이 비상식적인 발표는 결국 노조에 대한 전면적인 탄압을 예고한 것과 다르지 않았다.

화물연대와 건설노조의 노동조합 지위까지 부정

안전운임제 지속과 적용 확대를 요구하며 화물연대가 지난해 6월과 11월 두 차례 파업을 했다. 하지만 정부의 유례없는 강경대응으로 결국 패배했다. 강제노동을 시키는 것이라는 위헌논란도 있어 한 번도 시행된 적 없던 업무개시명령이 처음으로 발동됐다. 대통령과 여당 원내대표는 "화물연대 파업은 북핵과 같은 위협"이라느니 "민(주)노총은 반노동의 근거지" 등의 노조 혐오 발언을 연일 쏟아냈다.

특히 정부는 화물연대의 노동조합 지위마저 부정했다. 근로기준법에서는 이른바 사용종속관계 여부가 노동자냐 아니냐를 가름하는 요건이지만, 노동조합법에서는 특수고용노동자도 사업자와 대등한 위치에서 노무 제공 조건에 대해 교섭할 필요성이 크다면 노조를 만들 수 있는 '노동자'로 해석한다. 이를 근거로 20년 넘게 노조로 활동해온 화물연대에 대해 정부는 사업자단체의 담합행위라며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동원하여 노동삼권을 짓밟았다.

공정위를 동원한 노동조합 지위 부정은 건설노조에도 이어졌다. 지난해 말 공정위가 부산건설기계지부에 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건설노조에 대한 온갖 중상모략이 넘쳐났다. 급기야 대통령은 '건폭'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전국 곳곳의 건설노조 사무실에는 경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단행됐다.
     
 건설노조 수도권북부본부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에 항의하는 건설노조와 민주노총 서울본부 등의 항의 기자회견이 지난 3월 14일 압수수색 현장에서 있었다.
ⓒ 민주노총 서울본부
일용직을 조합원으로 둔 건설노조의 기본 역할은 고용보장일 수밖에 없다. 또 일용직으로 구성된 초기업별 노조이니 해당 건설사 소속이 아닌 노조 전임자를 두게 되는 불가피한 구조도 있다. 이런 특수성은 의도적으로 모르는 체하며 '채용 강요 협박', '금품 갈취' 운운하며 노조를 범죄 집단으로 매도했다. 최근 타워크레인기사의 '월례비'가 정부 주장처럼 갈취가 아니라 적법한 임금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음에도 정부는 이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노동조합 운영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

새해가 시작되자 정부는 우선 조합원 천 명 이상인 노조에 회계장부 등의 비치와 그 증빙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과거의 노조법에 있던 '행정관청의 노조 서류 조사권'이 1997년 폐지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노동조합의 생명은 자주성과 민주성이다. 사용자뿐 아니라 정부의 통제로부터도 자주성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싸워온 것이 노조의 역사이기도 하다. 정부의 위법한 개입에 항의하며 자료 제출을 거부한 노조들에 최근 정부는 결국 과태료를 부과했다.

더 가관인 것은, 조합비로 운영되는 노조 내부 회계와 완전히 별개인 정부 보조금 지원 사업을 엮어서 문제를 호도했다. 마치 막대한 정부 지원을 받으면서도 회계자료 제출은 거부하고 있다는 식의 허위 프레임을 만들어낸 것이다.

사용자단체와 비교하면 새 발의 피 수준인 노조의 정부 보조금 지원 사업은 정부와 국회의 철저한 감사를 거친다. 이와 달리 노조 내부 재정은 국가가 개입할 사안이 아니며, 법에 따라 노조의 자체 회계감사와 조합원들에 대한 보고를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또한 고용노동부가 노조의 규약이나 단체협약에 대해 무더기 시정명령을 하고 있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라 판단해 문재인 정부에서는 자제되었던 일이다. 현재 금속노조, 공무원노조, 사무금융노조 등의 규약에 대한 시정명령 절차가, 송파구청 등에는 공무원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에 대한 시정명령이 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 정부는 국가의 개입을 최대한 배제하는 집단적 노사관계법의 '노사자치주의'와 '조합민주주의'라는 기본 원리에 대한 인식이 없다. 고용노동부가 그렇게 할 일이 없나. 노동법이 준수되지 않는 위법 천지 노동 현장에서 고용노동부의 최우선 역할은 근로감독행정 아닌가. 제발 자기가 해야 할 역할부터 제대로 해서 노동법이 준수되는 사회를 만들자.

사업장 담벼락을 뛰어넘어 사회연대 노동조합으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모여 ‘문제는 윤석열이다. 민생 파탄·검찰 독재 윤석열 심판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마친 뒤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윤석열 정부의 노동탄압 양상은 소위 '이명박근혜 정부'와도 다르다. 일단 정책적 의제를 던지고 먼저 노동계와 대화하는 시늉이라도 했던 그 정부들과 달리, 이 정부는 실체도 없는 이미지를 가지고 '노조 악마화', '노조 박멸'의 정치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 이는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삼권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조차 없고, 초지일관 모든 주범은 '강성노조'이며 노동시장 이중구조 역시 '노동자에 의한 노동자 착취'라는 대통령의 왜곡된 신념만이 관철되고 있다.

최악의 반노동 정부를 이겨낼 힘은 단결한 노동자들의 조직된 힘밖에 없다. 정부의 '노조 때리기'가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에 일조하는 냉정한 현실에 대해, 우리 노동조합들의 엄중한 각성도 필요하다. 사업장 담벼락에 갇혀 사내 처우와 복지 향상에만 주목하는 행태를 뛰어넘어, 불평등을 비롯한 사회 제 문제 해결에 함께하는 노동조합으로 거듭나야 한다.

시민들로부터 지지받지 못하는 노동조합운동은 반동의 정치에 좋은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 노조운동과 사회운동이 어우러지고 노조와 지역사회가 만나는 폭넓은 연대가 절실하다. 그로부터 반격은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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