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준 감독의 <리바운드>, 아쉬운 한 가지
[김동근 기자]
▲ 영화 <리바운드> 포스터 |
ⓒ ㈜바른손E&A |
우리는 종종 무언가에 실패한 이후 다시 기회를 잡으려 애쓴다. 농구 경기에서 골대를 맞고 튕겨져 나오는 공을 다시 잡으려는 행위인 리바운드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수없이 골대에 맞고 튕겨져 나와도 다시 리바운드를 잡아내면 골을 넣을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우리는 인생에서 수많은 목표를 세우고 또 실패한다.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리바운드를 잡아내고 또 필요하면 주변 동료에게 패스를 한다. 결과를 얻었든 얻지 못했든 그 치열한 과정을 통해 원했던 목표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된다. 그만큼 내가 성장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수없이 반복되는 실패와 실패를 만회하려는 노력이 이어진다. 그 노력은 목표 달성의 발판이 된다. 인생은 리바운드를 닮았다.
인생의 리바운드, 다시 잡은 기회
영화 <리바운드>는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던 부산 중앙고의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이야기다. 부산 중앙고의 농구팀은 지원자가 없어 없어질 위기에 있었다. 그 상황에서 학교 운영진들은 최대한 적은 돈으로 구단을 운영하기 위해 학교에 공익근무요원으로 군무하던 양현(안재홍 분)을 감독으로 임명한다.
▲ 영화 <리바운드> 장면 |
ⓒ ㈜바른손E&A |
이 이야기가 흥미로운 건, 팀원들 대부분이 실제 공식적인 경기 경험이 많지 않다는 데 있다. 중학교 때 농구 팀에서 활약한 선수들은 있지만 큰 경기에서 무언가 결과를 만들어 낸 선수들은 없었다. 그러니까 감독을 포함한 선수들 모두 농구라는 영역에서는 실패자라고 부를 수 있는 인물들이다. 또한 농구 초보라고 불러도 될 만큼 형편없는 실력을 가진 멤버들도 있다. 감독 양현의 입장에서는 팀의 구멍을 메우는 일이 시급하다.
실패자와 초보자들로 구성된 선수단
첫 전국대회 출전에 실패하는 이야기가 영화 중간까지 이어진다. 사이가 좋지 않았던 팀원들, 갑자기 이탈한 팀원 등의 상황을 통해 부산 중앙고의 실패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영화가 힘을 얻는 건 실패한 이들이 다시 '리바운드' 즉 그 실패를 만회하려 힘을 모으기 시작하는 과정에서부터다.
실화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조금만 검색해 보면 관련 기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등록선수가 6명이었고 그나마 한 명이 부상을 당해 모든 경기를 후보선수 없이 5명이 뛰어야 했떤 부산 중앙고가 전국대회에서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말이다. 하지만 그 세세한 과정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영화는 경기에 가려진 인물들의 모습을 관객들에게 잘 전달한다.
특히 영화는 경력없는 젊은 감독이라 무시당하던 양현에 주목한다. 그는 농구로 자신의 내면에 있는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한다. 그리고 결국 자신을 무시하던 이들 앞에서 멋지게 '리바운드'를 해낸다. 영화의 제목과 양현의 이야기가 무척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은 이유다.
▲ 영화 <리바운드> 장면 |
ⓒ ㈜바른손E&A |
아쉬움이 없진 않다. 부산 중앙고가 대단한 결과를 만들어낸 것은 사실이고,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경기의 모습도 꽤 생동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부산 중앙고가 어떤 방법으로 결과를 얻어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어떤 방식으로 훈련을 하고 어떤 작전을 써서 결승까지 올라가게 되었는지를 자세히 다루지 않는다. 영화가 강조하는 건 선수들의 투혼과 버티기다.
물론 <리바운드>는 농구 영화의 취지에 맞게 스포츠가 가지는 역동성과 에너지를 놓치지 않는다. 경기 장면은 빠르게 진행되고 실제 대회에서 있었던 장면들을 그대로 재현해 진짜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영화를 연출한 장항준 감독은 영화에 자신이 잘하는 유머러스한 장면을 넣기도 했다.
어쩌면 부산 중앙고의 선수들에게는 가장 성공적인 '리바운드'였을 2012년 전국대회가 많은 사람들에게 다시 '리바운드' 할 힘을 전달할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따뜻하고 힘을 주는 이야기인 것만큼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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