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산불, 강풍 타고 해안가 확산…축구장 144배 산림 불탔다

실제 피해 규모, 현 집계보다 클 듯…유형문화재 50호 방해정까지 불길 번져
지역 내 147가구 주민 303명 대피…인근 투숙객 708명도 대피해
경포대초등학교, 에듀버스 통해 대피 후 귀가…사천중학교 단축수업
산림청, 대응 수위 '산불 3단계' 발령…소방청도 '소방 대응 3단계' 격상

11일 8시 30분경 강원도 강릉시 난곡동 일원에서 산불이 발생해 불길이 치솟고 있다.ⓒ연합뉴스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확산되면서 피해가 불어나고 있다. 현재까지 축구장 면적 140배가 넘는 산림이 소실되고 주택 128채가 불탔으나, 강풍으로 인해 불길이 번지면서 피해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불길은 해안가로 번지면서 민가에 옮겨 붙은 뒤에도 계속해서 확산 중이다.

11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30분께 발생한 강원 강릉 산불은 발생 지점에서 2㎞가량 떨어진 해안가로 번진 데 이어 북쪽으로 확산 중이다.

산림 당국은 현재까지 축구장 면적(0.714㏊) 144배에 이르는 산림 약 103㏊가 탄 것으로 추정 중이다. 시설 피해도 만만치 않다. 주택 128채와 펜션 12채가 전소 또는 부분 소실됐고 기타 1채와 호텔 4동도 피해가 발생했다.

실제 피해 규모는 현재 집계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는 경포대초등학교 바로 뒤편으로 검은 연기가 드리운 모습이 보이고, 에디슨 발명품을 소장한 박물관 옆까지 불이 옮겨붙고 유형문화재 50호 방해정까지 불길이 번졌기 때문이다.

화재 지점 인근의 주민들도 대피했다. 경포동과 산대월리와 산포리 일대에는 주민 대피령이 내려진 가운데 현재까지 대피 인원은 아이스아레나에 131가구 278명, 사천중학교 16가구 25명 등 총 147가구 303명으로 집계됐다. 인근 리조트와 호텔 등에 투숙했던 708명도 대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포대초등학교 학생들도 화재 발생지와 거리가 먼 초당초교로 에듀버스를 이용해 대피한 뒤 귀가했다. 사천중학교도 단축 수업을 했다. 또 두 개 학교 외에도 강풍으로 인해 속초지역 12개 중고교가 휴업 또는 단축수업을 했으며, 고성지역 중학교 1곳도 단축수업을 했다.

산림청은 이날 오전 10시 30분을 기해 대응 수위를 '산불 3단계'로 한 단계 올렸다.

산불 3단계는 예상 피해 면적 100∼3000㏊, 평균 풍속 초속 11ｍ 이상, 예상 진화 시간이 24시간 이상에서 48시간 미만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산림 당국은 소방 당국과 함께 진화 장비 107대와 진화대원 1410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이는 중이다.

산림청은 대형헬기 2대를 띄웠으나 강품 때문에 헬기를 모두 철수시켰다. 공중에서 느낀 순간풍속이 초속 60ｍ에 달해 현장 진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 때문이다.

소방청은 역시 최고 대응 수위인 소방 대응 3단계, 전국 소방동원령 2호를 발령했다. 산불로 소방 대응 3단계가 발령된 것은 올해 들어서는 처음이다.

소방 당국은 산불 영향 구역에 있는 주택과 아파트, 사찰 등 시설물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강원경찰청도 강릉경찰서 전 직원을 비상 소집하고 기동대를 투입하는 등 400여 명을 투입해 안전 확보에 나섰다.

이와 함께 7번 국도 즈므고가교∼경포 방향 5㎞ 구간의 교통을 전면 통제하고 있다.

한편 이번 산불은 이날 오전 8시 22분께 소나무가 부러지는 과정에서 전깃줄을 건드려 불씨가 산불로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강릉을 비롯한 영동 전역에는 건조 경보와 강풍 경보가 함께 내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