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과 뒤늦게 거리두기 나선 김기현... "어떠한 관계도 아니다"

곽우신 2023. 4. 1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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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당내 비판 페이스북으로 입장 내놔... 전광훈 "정치인, 나의 통제 받아야" 주장

[곽우신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그런 사람이 우리 당과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입니까?"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의 관계에 대해 뒤늦게나마 선을 긋고 나섰다. 최근 전광훈 목사는 국민의힘 내 본인 '지분'을 주장하며, 당의 의사결정에 개입하는 듯한 모습을 여러차례 취했다. 이를 두고 당내 분란마저 일고 있는 가운데, 김기현 지도부가 전광훈 목사와의 관계를 명확하게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여기저기에서 제기됐다.

전광훈 목사와 관련해 부정적인 뉘앙스를 내비치면서도 가급적 구체적인 발언을 아껴왔던 김기현 대표는 11일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라고 밝혔다. 그간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전광훈 목사와의 확실한 거리두기에 나선 셈이다.

김기현 "전광훈과 공동체인 양 호도... 깊은 유감"

김기현 대표는 11일 오전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랑스러운 84만 책임당원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 국민의힘을 우리 당 당원도 아닌 전광훈 목사와 결부시켜, 마치 공동체인 양 호도하며 악의적 공세를 취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당 대표로서 깊은 유감의 뜻을 한다"라고 적었다.

이어 "국민의힘이 전광훈 목사와 선을 그어야 할 만큼의 그 어떠한 관계도 아님을 제가 수차례 말씀드린 바 있다"라며 "전 목사는 다른 정당을 창당하여 그 정당을 실제 대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런 사람이 우리 당과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그럼에도 전 목사의 일거수일투족을 당과 결부시켜 당과 당원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체의 언행에 대해 당 대표로서 엄중히 경고한다"라며 "지금 우리 국민의힘 앞에는 민생 현안이 산적해 있다"라고 강조했다. "시대의 변화에 주목하며 더 큰 민심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이때에 전 목사와 관련된 불필요한 논쟁은 당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는 주장이었다.

김 대표는 "저와 우리 국민의힘의 관심은 오직 민생을 살리는 것이며, 국민이 더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일에만 매진할 뿐"이라고 글을 마쳤다.

그는 전날인 10일 당 최고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전광훈 목사와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그 사람은 우리 당 당원도 아니다"라고 관계를 부인했다. 하지만 직접적인 비판을 하지도 않았다.

앞서 김재원 수석최고위원이 전광훈 목사와 관련해 두 번이나 설화를 일으킨 데 대해서도 김기현 대표는 '엄중 경고'만 했을 뿐, 더 이상의 제제는 없었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전광훈 목사를 향해 "이사야(구약성경의 저술자 중 한 명인 예언자) 같은 선지자"라고 표현한 과거 등에 발목 잡혀 이유로 분명하게 끊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당장 당의 '투톱'인 윤재옥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자 "어제 당 대표가 발언하신 걸로 알고 있다"라며 "이 분이 어떤 말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 (당이) 어떻게 대응하겠다고 할 그런 상황은 아니잖느냐?"라고 자세한 답을 피했다.

홍준표 "무슨 약점 잡힌 건가?" 비판... 전광훈 측은 선긋기에 반발
 
  전광훈 목사가 지난 2021년 7월 20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소극적이었던 김기현 대표가 이렇게 입장을 표명한 데는 당내 비판이 가장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관련 기사: 뿔난 홍준표 "김기현, 전광훈 밑에서 잘해보세요").

전광훈 목사와 관련해 연일 당 지도부를 꼬집고 있는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이날 오전에도 페이스북에 "황교안 대표 시절에는 180석 만들어 주겠다고 했는데 폭망했다. 김기현 대표에게는 200석 만들어 준다는 황당한 말을 했다"라고 전광훈 목사를 비판했다.

홍준표 시장은 "그런데도 '그 사람 우리 당원도 아니다'라고 소극적인 부인만 하면서 눈치나 보고 있다"라며 "입에 욕을 달고 다니는 목회자와 페이크 뉴스만 일삼는 극우 유투버만 데리고 선거 치를 수 있다고 보는가?"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도대체 무슨 약점을 잡힌 건가?"라며 "총선이 1년밖에 안 남았는데 참 답답한 일"이라고 한탄했다.

반면, 당사자인 전광훈 목사 측도 반발하고 있다. 전광훈 목사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도 "정치인은 권력을 갖기 때문에 반드시 종교인의 감시가 필요하다"라며 "종교인의 감시가 없으면 자기 통제가 불가하다"라고 강조했다. "전광훈 목사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라는 주장이었다. 그는 "(한국의 정치인들이) 미국처럼 종교인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라며 "다음 돌아오는 총선에서 (국민의힘) 200석 서포트하는 게 한국 교회의 목표"라고도 덧붙였다.

김기현 대표의 페이스북 메시지가 나온 이후,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은 논평을 내고 "전광훈 목사는 수십여 년간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 한미동맹, 기독교입국론 등 대한민국을 세우고 지탱해주는 건국 이념을 지키기 위해 3차례 옥살이를 하는 등 한 몸을 불사른 목회자"라고 추켜세웠다.

"최근 홍준표, 황교안, 하태경 등을 비롯하여 수많은 여당 인사들이 전광훈 목사를 비판하며 선긋기를 시도하고 있다"라며 "왜 선긋기를 해야 하는지 그 이유도 분명하지 않다"라고 반발했다. "'극우, 막말' 등의 프레임을 씌우고 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무엇이 극우고 무엇이 막말인지도 모르겠다"라며, 오히려 "이러한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좌파들의 공격과 프레임 씌우기에 저항하지 못하고 굴복해버린 탓"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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