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대응' 여당, "헌법도 성경에서"란 윤 대통령... 왜 이러나
[박성우 기자]
▲ 홍준표 대구시장이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도대체 무슨 약점을 잡힌 건가?"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를 겨냥, 비판하고 나섰다. |
ⓒ 홍준표 시장 페이스북 |
"도대체 무슨 약점을 잡힌 건가?"
11일 홍준표 대구시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질문이다.
홍 시장은 이날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를 겨냥한 듯 "황교안 대표시절에는 180석 만들어 주겠다고 했는데 폭망했다. 김기현 대표에게는 200석 만들어 준다는 황당한 말을 했다"고 힐난하면서 "그런데도 '그 사람 우리 당원도 아니다'라고 소극적인 부인만 하면서 눈치나 보고 있다"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소극적 대응을 비판했다.
홍 시장이 언급한 소극적 부인은 지난 10일 김 대표의 발언을 인용한 것이다. 지난 10일 전 목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인은 권력을 가지므로 반드시 종교인의 감시가 필요하다"며 "전광훈 목사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총선에서 (국민의힘) 200석 지원하는 게 한국 교회의 목표"라고 노골적으로 여당에 개입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김 대표는 같은 날 전 목사의 발언과 관련한 질문에 "나중에 필요할 때 얘기하겠다"며 "그 사람은 우리 당 당원도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윤재옥 원내대표 역시 "언급하지 않겠다"고만 답했다.
▲ 최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칭송 발언 등으로 논란이 된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3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 사과하고 있다. 왼쪽은 김기현 대표. |
ⓒ 남소연 |
전 목사와 관련한 논란에 소극적인 김 대표의 대응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3월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의원이 전광훈 목사와의 예배에서 "5.18 헌법 전문 반대한다", "최고위에 가서 목사님이 원하시는 걸 관철시키도록 하겠다"고 발언해 비판을 받았다.
김 최고의원은 이후 미국에서의 한 강연에서도 "전광훈 목사가 우파 진영은 전부 천하통일했다"고 말해 당 내부에서도 거센 비판이 일었고, 결국 며칠 뒤 그는 본인 페이스북에 "앞으로 매사에 자중하겠다, 반성한다"고 쓰며 사과했다. 그럼에도 김 최고의원에게 별다른 징계 조치는 없었다.
또한 전 목사가 김 최고의원을 비판하는 홍준표 시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당내 목소리를 두고 "저놈들 내년 선거에 공천주지 마"라고 사실상 명령하는 듯한 발언을 했음에도, 김 대표는 "우리 당이 전 목사와 강한 선을 그어야 할 만큼의 관계가 없다"며 "전 목사 개인 의견을 참고할 건 하겠지만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한다"고만 말했다.
오히려 김 대표는 "우리 당 공천권을 가지고 제3자가 왈가왈부할 일도 아니지만, 지방자치 행정을 맡은 사람은 그 일에 전념했으면 좋겠다"며 전 목사를 비판한 홍 시장을 에둘러 지적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도 헌법과 연관지으며 친기독교 발언 이어가... 표심 탓?
이처럼 여당 지도부가 전 목사에 대해 단호한 대처에 나서지 못하는 까닭은 전 목사를 비롯한 보수 기독교계의 표심때문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 역시 지속적으로 친기독교적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관련 기사: 윤 대통령 "헌법정신 잘 지키는 것, 하나님 가르침 실천하는 길" https://omn.kr/23ftt)
"제가 늘 자유민주주의라는 우리의 헌법 정신, 그리고 우리 사회의 제도와 질서가 다 성경 말씀에 담겨있고 거기에서 나온다고 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영락교회에서 열린 2023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에 참석해 축하인사를 하고 있다. |
ⓒ 대통령실 제공 |
윤 대통령은 이번 부활절 예배에서뿐만 아니라 수차례 자유민주주의와 헌법을 기독교와 연결지은 바 있다.
지난해 12월 5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는 "저는 이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나가야 한다는 소명을 받드는 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늘 생각해왔다"고 말한 바 있고 지난 성탄절 예배에서도 "제가 법학을 공부해보니 헌법체계나 모든 질서, 제도가 다 성경 말씀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 바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종교 행사에 참석했다곤 하더라도 근대 이후 등장한 사상인 자유민주주의와 만들어진 지 수 천년이 지난 성경을 연결짓는 윤 대통령의 발언은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헌법이 기독교로부터 나왔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은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는 헌법 20조의 내용을 무색하게 만드는 발언으로,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으로서 부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IA 도청 거짓이라는 대통령실 "민주당 국민 선동, 외교 자해행위"
- 3월에만 69명이 집에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 짜장라면에 파김치, 듣자마자 침 고이는 맛
- 피해배상의 핵심은 변제가 아니라 자기결정권이다
- 요리학원 다니는 아들이 빈손으로 온 이유
- 바이든 대통령님, 미국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 10년짜리 재형저축 만기 해지를 기념하며
- 전광훈과 뒤늦게 거리두기 나선 김기현... "어떠한 관계도 아니다"
- 대구 첫 공개 외출 박근혜... "우리 대통령 비선실세 한 거 없다"
- 강풍 타고 민가로 확산... 강릉 산불에 소방대응 최고 3단계 상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