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면탈 혐의’ 라비·나플라, 징역형 구형…눈물의 사과까지 [종합]
이세빈 2023. 4. 11. 13:09
래퍼 라비와 나플라가 병역 면탈 혐의로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2년 6개월을 구형받았다.
11일 오전 10시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7단독 심리로 병역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라비와 나플라 등 9명에 대한 첫 공판기일이 열렸다.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라비는 지난 2012년 10월 신체검사에서 3급 판정을 받은 후 대학 재학, 피부과 질환, 천식 등의 이유로 병역을 연기했다. 만 28세가 되는 2021년 1월 1일 이후 병역 이행 연기가 곤란해지자 추후 입영 일자에 충실히 복무를 이행하겠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서울지방병무청에 제출했다. 또한 병역 브로커를 만나 뇌전증 진단으로 병역 면제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5000만 원을 2회에 걸쳐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나플라 역시 해외 출국, 언어 자격증 시험, 연예계 활동 등을 이유로 병역을 연기했다. 지난 2021년에는 우울증, 공황장애가 악화한 것처럼 연기해 사회복무요원 분할 복무를 신청했다. 또한 서울시 서초구청 사회복무요원 근무 당시 141일 동안 출근하지 않았음에도 출근 기록을 허위로 작성한 혐의로 재판에 참석했다.
이날 검찰은 라비와 나플라에 대해 “병역 브로커와 조직적으로 뇌전증, 소집해제를 신청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다. 두 사람이 현재 자백하고 있으나 수사 당시 객관적 근거가 제시되기 전까지 변명과 부인으로 일관했다”며 “이와 같은 점을 종합해 라비에 징역 2년, 나플라에 징역 2년 6개월을 구형한다”고 밝혔다.
라비와 나플라의 변호인은 검찰이 밝힌 공소사실과 제시된 증거를 모두 인정했다. 이어 두 사람이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재판부에 선처를 요청했다.
변호인은 라비와 관련해 “원래 4급 사회복무대상자였고 이 사건으로 4급 판정을 받아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 중이다. 뇌전증 병역 판정은 그 특성상 진단만 받으면 7급 대상자가 돼 병역이 연기되고 진단으로부터 2년만 지나면 병역 면제 처분이 된다. 그러나 라비는 병역이 면제되기 전 사회복무를 하겠다고 자원했으며 6개월째 복무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라비는 회사 임직원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잘못된 판단을 했다. 반성하고 깊은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다”며 “누군가에게는 20대의 젊은 시절이 인생의 정점이고 그 시기가 지나면 직업적 생명이 마감된다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해달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변호인은 나플라와 관련해 “나플라는 성장기의 대부분을 미국에서 지냈다.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한국에 왔지만, 적절한 조언을 해줄 어른이 주위에 없었다. 또한 병역법 개정으로 인해 실형을 선고받더라도 병역을 이행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해 적절한 형을 내려달라”고 말했다.
라비는 최후 변론에서 “당시 나는 회사에서 유일하게 수익을 창출하는 아티스트였다. 코로나19 이전 체결한 계약의 이행이 늦어지고 있었다. 이대로 입대한다면 거액의 위약금이 발생하는 상황이었기에 복무 연기가 간절해 어리석고 비겁한 선택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더욱 부끄러운 점은 내 선택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지 못할 정도로 어리석었다는 것이다. 이제는 모든 생각이 스스로에 대한 합리화였다는 점을 깨달았다. 지금까지 조사와 재판을 받으며 내 잘못이 얼마나 큰 것인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줬는지 깨달았다. 나의 잘못과 이로 인해 생긴 비판은 오롯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며 반성했다.
그러면서 “오랜 시간 나를 사랑해준 사람들에게 죄송하다. 나로 인해 상처받았을 뇌전증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사과드린다. 평생 잊지 않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나플라는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눈물을 보였다. 나플라는 “음악으로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지난 2016년 한국에 들어왔다. 처음 입국해 밑바닥부터 시작했다. 언더그라운드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이름을 알렸고 ‘쇼미더머니’를 통해 인기를 얻게 됐다. 어렵게 얻은 인기는 너무 소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음속에 늘 걸렸던 것이 군대였다. ‘쇼미더머니’ 출연 이후 입영 통지서를 받았고 나이가 많은 나는 군대를 미룰 수 없었다. 입대해 활동이 중단될 경우 어렵게 얻은 인기가 사라질까 너무 두려웠다. 또한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 군대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고 했다.
한편 라비는 병역 브로커로부터 ‘뇌전증 시나리오’를 받은 뒤 실신한 것처럼 연기해 병원 검사를 받았다. 이후 2021년 라비가 뇌전증이 의심된다는 진단서를 병무청에 제출하자 병역 브로커가 “굿, 군대 면제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실까지 알려져 대중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나플라는 병역 브로커와 공모해 우울증 악화를 가장해 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으려 한 혐의를 받는다.
라비와 나플라에 대한 선고기일은 추후 지정 예정이다.
이세빈 기자 sebi05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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