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어 이집트도... 미국 유출 기밀문서에 동맹국 관련 내용 잇따라

'이집트 정부, 러시아에 로켓탄 지원 계획'... 이집트 정부는 부인

[박성우 기자]

▲ 10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는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최대 4만 발의 로켓탄을 생산해 러시아에 비밀리로 운송할 것을 명령했다는 내용이 최근 유출된 미국 기밀문서에 실려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유출 기밀문서'에 동맹국인 이집트 정부의 러시아 무기 지원 계획 역시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10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는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최대 4만 발의 로켓탄을 생산해 러시아에 비밀리로 운송할 것을 명령했다는 내용이 최근 유출된 미국 기밀문서에 실려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딸면 지난 2월 17일에 작성된 해당 문서에는 시시 대통령과 이집트군 고위직들 간의 대화가 요약돼 있으며, 로켓탄뿐만 아니라 포탄과 화약 역시 러시아에 공급할 계획도 언급돼 있다. 해당 문서에 의하면 시시 대통령은 "서방과의 문제를 피하기 위해" 로켓탄의 생산과 선적을 비밀리에 이행하라고 지시했다.

이러한 유출 문서의 내용에 대한 질문에 아흐메드 아부 자이드 이집트 외무부 대변인은 "이집트는 유엔 총회 결의에서 유엔 헌장과 국제법에 대한 지지를 나타내면서 처음부터 이 위기(우크라이나 전쟁)에 관여하지 않고 양측과 동등한 거리를 유지한다는 입장에 기초하고 있다"고 답했다.

자이드 대변인은 이어 "우리는 계속해서 양 당사자가 적대 행위를 중단하고 협상을 통해 정치적 해결에 도달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정부 관료는 <워싱턴포스트>에 "우리는 그 계획의 어떠한 실행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다"며 "우리는 그런 일이 발생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단언했다.

이집트 대통령 "서방과 마찰 없도록 몰래 러시아에 로켓탄 공급해야"

한편 매체에 따르면 2월 17일에 작성된 문서 이외에도 2월 1일에 작성된 문서에는 시시 대통령이 서방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로켓탄의 공급을 비밀에 부쳐야 한다며 살라 앗딘으로만 언급된 인물에게 로켓탄을 생산하는 노동자들에게 그것이 이집트군을 위한 것이라고 말해야 한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해당 문서에 언급된 살라 앗딘은 이집트 군수생산 장관인 모하메드 살라 앗딘일 가능성이 크다.

해당 문서에서 살라 앗딘이라 지칭된 인물은 "일찍이 러시아가 이집트에 도움을 준 것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로 필요시 노동자들에게 교대 근무를 명령하겠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도움이 무엇인지는 언급되지 않았다. 이어 문서에는 러시아인들이 살라 앗딘에게 "무엇이든 살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는 내용도 인용돼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올해 러시아가 이집트에 대규모 철도 작업장을 건설하기로 합의한 것을 포함해 최근 몇 가지 중요한 계약을 체결했고 러시아의 국영 원자력 회사인 로사톰도 작년에 이집트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시작했다며 러시아의 도움을 추측했다.

또한 매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부터 밀의 80% 이상을 수입해 온 이집트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곡물에 크게 의존하게 되었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통화 가치 하락, 높은 인플레이션, 치솟는 식량 가격 등 극심한 경제 위기가 이집트 시민들의 불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시시 대통령과 살라 앗딘과의 대화가 기록된 문서의 날짜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시시 대통령을 이집트 카이로에서 만난 뒤 불과 며칠 뒤다.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 행정부가 시민 사회를 억압하고 반체제 인사들을 투옥하는 등 비판자들에 대해 무력을 사용한 이집트 정부에 대한 압력을 증가시키면서 미국과 이집트의 관계는 최근 몇 년 동안 긴장이 고조돼 왔다고 설명했다.